분류 전체보기2663 “악보가 웬수다!” 지강유철의 음악 정담(6) “악보가 웬수다!”30여 년을 성가대 지휘자로 봉사하면서 대원들에게 악보 읽는 법을 가르치지 못한 저는 나쁜 지휘자였습니다. 대원들에게 악보 읽는 능력을 키워줬다면 연습 시간이 대폭 줄었을 텐데 그런 노력은 안 하고 환경 탓만 했던 것입니다. 대원들이 거의 외울 정도로 연습을 하고도 악보를 손에 놓지 못하는 것이, 악보를 못 읽기 때문에 생기는 불안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깊이 헤아리지 못했던 것입니다. “악보가 웬수다!” 성가대 연습을 시키면서 입에 달고 살았던 말입니다. 예배 시간은 다가오는데 대원들이 악보에서 눈을 떼지 못할 때는 악보를 빼앗고 싶은 생각뿐이었습니다. 거의 외워 놓고도 악보에서 눈을 못 떼는 대원들을 보며 속이 터졌던 겁니다. 악보에 시선을 고정시키면.. 2015. 2. 9. 내려갈 때 보았네, 그 꽃!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7) 내려갈 때 보았네, 그 꽃! 깊고 아름다운 눈 자비는 하나님에게 딱 들어맞는 옷으로 영혼을 감싸서 신성하게 치장해줍니다. 인도의 성녀로 불렸던 마더 데레사가 살아 있을 때 한 신문 기자가 찾아가서 물었다. “수녀님은 어떻게 거리에 버려진 고아들, 병자들, 노인들을 데려다 돌보며 그토록 사랑할 수 있습니까?” 데레사 수녀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나에게는 그들이 그리스도로 보입니다.” 어떻게 이런 깊고 아름다운 눈을 지닐 수 있을까. 타인은 물론 자기 안에 살아계시는 ‘자비의 하나님’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사랑의 선교회 수녀들이 입고 있던 파란 줄무늬의 옷을 볼 때마다 그것이 신성하게 느껴졌던 것은, 하나님을 표현하.. 2015. 2. 8. 좋은 종교, 나쁜 종교? 이길용의 종교로 읽는 한국 사회(7) 좋은 종교, 나쁜 종교? 처음 이야기를 시작할 때. 사람들은 종교에 대해 너무 진지하고 무거운 자세를 취한다는 것을 지적했다. 난 그러한 경직된 종교 담론 내지 종교에 대한 태도가 우리 사회를 유연하게 만들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종교하면 곧 진리를 떠올리고, 세속의 눈에는 감히 조망할 수 없는 저 너머 어딘가에 눈부시게 똬리를 틀고 있을법한 그 무엇. 바로 그런 것이 종교라고들 생각하곤 한다. 그래서 종교에 관한 이야기는 좀체 유쾌해지지 않는다. 인상 쓰고, 진지해지고, 납덩이처럼 무겁게 정교하고 진중한 단어들을 골라 써가며 문외한이 쉬 범접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경향이 종종 보인다. 그러나 종교도 사람의 것이다. 사람이 없으면 종교도 무용지물이고.. 2015. 2. 8. 우리를 가짜로 만드는 것은 한희철의 두런두런(4) 우리를 가짜로 만드는 것은 어느 유머 코너에 적힌 글을 읽다보니 눈에 띄는 글이 있었다. 가짜 휘발유를 만들 때 가장 많이 들어가는 재료가 무엇이겠느냐는 이야기였다. 질문을 대하며 대뜸 들었던 생각은 당연히 ‘물’, 혹은 ‘솔벤트’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나중에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역시 ‘물’이라는 대답이 많았다. 그러나 정답은 의외였다. ‘진짜 휘발유’라는 것이다. 이런, 가짜 휘발유를 만들 때 가장 많이 들어가는 재료가 ‘진짜 휘발유’라니! 정답을 확인하는 순간 난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는 것 같았다. 기가 막힌 역설! 머리가 환하게 맑아지는 느낌이기도 했다. 가짜 휘발유를 만들 때 가장 많이 들어가는 재료가 진짜 휘발유라는 사실은 가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말이다. 가짜 휘.. 2015. 2. 6. 모두가 헛되어 바람을 잡으려는… 한종호의 너른 마당(8) 모두가 헛되어 바람을 잡으려는… 전도서는 “다윗의 아들, 예루살렘의 왕, 전도자”라고 이 글을 쓴 사람이 누구인가를 밝히고 있다. 시작은 다윗의 아들이며, 그 삶의 중심은 왕이고, 결론은 전도자가 되는 셈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부터 우리는 전도서가 지향하는 최종 목표를 알게 된다. 그것은 이 세상의 영광과 권세, 그 모든 것을 쥐고 있었으나 그 자신이 결국 마지막에 도달한 모습은 다름 아닌 “전도자”라는 것이다. 이 전도서의 저자가 다윗의 아들 솔로몬인지, 아니면 그와 정신적 계보를 같이 하는 존재인지를 규명하는 일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보다 본질적으로는 전도서가 다윗의 혈통에 속하는 이스라엘의 권력, 그 정통성의 중심에 있는 존재이자, 그 권력을 스스로 누린 최고 통치자의 신.. 2015. 2. 5. 망해도, 살아내기 백소영의 다시 김교신을 생각한다(7) 망해도, 살아내기 -「망하면 망하리라」 1934. 4월 - “난 한 마리 똥개가 될 거예요. 우직하게 그러나 컹컹 계속 짖으면서, 도둑들로부터 우리 집 사람들을 지키면서…” 지난 주 한 집필 원고의 공동 기획을 위해 모인 자리에서 나이 지긋하신 어느 목사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대략의 집필 방향과 각자의 몫을 나눈 뒤에 자연스레 ‘요즘 나라꼴’에 대한 한탄이 이어지던 중간이었다. 반(反)생명적인 정치·경제 시스템이 너무나 견고하고 높은 벽과 같다고 모두가 속상해했다. ‘우리 집’이란 은유가 정확히 무엇을 지칭하는지 물을 기회는 없었지만, 대략 짐작은 되었다. 예수께서 기도하셨듯이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도 이루어지길’ 소망하는 그리스도인들로서 ‘우리 집’이 어디겠는가?.. 2015. 2. 5. 세상이 소란을 피워도 꽃자리의 종횡서해(3) 세상이 소란을 피워도 - 자끄 러끌레르끄의 《게으름의 찬양》, 《무지의 찬양-무보수의 찬양》 - 인간을 무한경쟁과 파멸로 몰아넣고 있는 현대 문명에 대해 평범한 사람들의 반발이 시작되었다. 느림의 미학이 이제는 시대의 유행어가 되었고 문명의 풍진을 훌훌 벗어던진 헨리 데이빗 소로우나 헬렌과 스콧 니어링은 이 시대의 교양이 되었다. 느림과 소박함, 자연으로의 회귀를 일깨우는 책들은 크게 몇 가지로 대별된다. 첫째는, 종교적 영성에 입각해 자신에 대한 성찰로 이끄는 책들이다. 요즘 꾸준히 팔리고 있는 법륜 스님의 《인생수업》, 한 때 서점가를 휩쓴 베트남 출신의 승려 틱 낫한의 《화》, 《평화로움》 등의 저서들, 달라이 라마의 강론과 수상집들, 아직은 가톨릭 내에 머물고 있어 안타까운.. 2015. 2. 5. 눈시울을 붉히지 않고는 읽을 수 없는 아름다운 이야기 꽃자리의 종횡서해(3) 눈시울을 붉히지 않고는 읽을 수 없는 아름다운 이야기 - 홍순명의 《들풀들이 들려주는 위대한 백성 이야기》 - 새로운 세계관과 시대 정신 우리는 《파우스트》라고 하면 으레 19세기 독일의 문호 괴테가 쓴 작품을 연상한다. 이 작품을 괴테의 창작인 줄로 생각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그러나 중세 말기 이래 수많은 작가들이 파우스트를 주제로 다양한 버전의 작품을 썼다. 그런데 그 많은 작품 중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바로 우리가 잘 아는 괴테의 《파우스트》뿐이다. 괴테의 인생관과 우주관, 종교관에 의해 재구성된 그 《파우스트》만이 영속적인 생명력을 얻고 불멸의 고전이 되어 우리에게까지 전해 오는 것이다. 《파우스트》에 다양한 버전이 있었던 것처럼, 우리 전설과 민담에도 .. 2015. 2. 5. 헌법, 어떻게 무엇을 담았나 김삼웅의 해방 70주년 역사 키워드 70(7) 헌법, 어떻게 무엇을 담았나 국가의 기본법인 우리나라의 헌법은 어떻게 제정되었는가. 1948년 5월 10일 초대 민의원 선거가 실시되고 당선된 의원들은 6월 1일 국회 본회의에서 헌법 기초위원 선임을 위한 전형 위원을 각 도 별로 1명씩 10명을 선출하였다. 그 전형 위원들이 30명의 헌법 기초위원을 선출하였으며, 사법부ㆍ법조계ㆍ교수 등 각계에서 권위 있는 10명을 전문 위원으로 선임하였다. 헌법 기초위원장에는 서상일이 선임되고 기초 위원은 유성갑ㆍ윤석구ㆍ김상덕ㆍ허정ㆍ조헌영ㆍ조봉암ㆍ이청천 등이, 전문 위원에는 유진오ㆍ권승렬ㆍ윤길중 등이 선임되었다. 헌법 기초위원회는 6월 3일부터 22일까지 16차례 회의를 열어 전문 10장 102조의 헌법안을 초안하였고, 2.. 2015. 2. 4. 이전 1 ··· 283 284 285 286 287 288 289 ··· 29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