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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가 그토록 어려운 줄이야? 성염의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9) 용서가 그토록 어려운 줄이야? (The Return of the Prodigal Son, 1669, Rembrandt ) “창녀들한테 빠져서 아버지의 재산을 다 날려 버린 동생이 돌아오니까 살찐 송아지를 잡아 주시다니요!”(누가복음 15:11-32). 잘 아는 복음 대목이지만 참을성을 갖고 다시 한 번 읽어보자! “어떤 사람에게 두 아들이 있었다. 작은 아들은 집에서 살기가 싫다며, 어느 날 집안의 돈을 모조리 싸 가지고 집을 나가 버렸다. 그러나 작은 아들은 곧 돈도 다 떨어지고 실컷 고생을 한 뒤 집으로 돌아갈 마음을 먹었다. 그가 집에 당도하자 아버지는 굵은 몽둥이를 들고 어디론가 달려갔다. 길에서 큰아들을 만났다. ‘어딜 그리도 급히 가십니까? 그것도 몽둥이를.. 2015. 2. 17.
두 거장의 클래식 산책 지강유철의 음악 정담(8) 두 거장의 클래식 산책 무라카미 하루키가 재즈에 관심이 많다는 건 오래 전 읽은 그의 책에서 알았습니다. 프란츠 리스트가 작곡한 를 주제로 장편 소설을 냈다는 기사를 접했을 땐 그래서 좀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몇 줄 언급하는 정도가 아니라 를 소재로 장편 소설을 썼다니 대단해 보였던 거죠. 주변에 전문직에 종사하면서 클래식에 깊이 빠진 마니아들이 많아서 하루키도 그 수준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래서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크루와 그가 떠난 순례의 해》를 안 읽었습니다. 최근 번역된 하루키와 오자와 세이지의 대담집 《오자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를 읽고 나니 하루키가 새롭게 보입니다. 클래식 음악을 이렇게 깊고 폭 넓게 알고 있을 줄 몰랐거든요. 아시아를 대표하는 지휘자 오자와 .. 2015. 2. 16.
통계로 보는 좋은 종교, 나쁜 종교? 이길용의 종교로 읽는 한국 사회(8) 통계로 보는 좋은 종교, 나쁜 종교? 자, 보통 사람들의 마음속에 매겨지던 좋은 종교, 나쁜 종교를 알아보았으니 이제 현실에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종교, 나쁜 종교에 대해 생각해 볼 차례이다. 그런데 실상 종교를 가지고 ‘좋다’ ‘나쁘다’라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정서적인 판단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이긴 하다. 그리고 사실 어떤 종교이든 그 시작은 고결하고, 지향하는 꿈과 이상 역시 공동선이지 않은가. 따라서 엄밀한 의미로 좋은 종교, 나쁜 종교는 없다고도 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의 사회적 기여라는 질적 양적의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조금 엄밀한 말로 바꾸어 꾸며보자면, 이는 우리 생활 세계에서 평판이 좋은 종교, 나쁜 종교 정도로 할 수 있을 것이.. 2015. 2. 16.
몸 말, 몸 글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5) 몸 말, 몸 글 “머리가 아니라, 손으로 생각한다.” 서체 디자인으로 명성이 높은 안상수 선생과의 대담에서 듣게 된 이야기였다. 손과 뇌는 직결되어 새로운 상상력과 시도를 하는 일종의 수단이자 작업의 현장이기도 하다는 논지다. 우리의 화제는 이내 우리말과 글로 옮아갔다. 아닌 게 아니라 우리말과 글은 몸 말과 몸 글이다.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만들어지는 ‘ㅇ’부터 ‘ㅁ’과 ‘ㅂ’ 등 입술소리에 이르는 구강구조의 흐름에 따라 그 체계가 잡힌 자음은 물론이고, 음과 양의 구조를 확연히 보여주는 ‘ㅗ’와 ‘ㅜ’ 등은 생명의 기운이 어디에서 비롯돼 어디로 가는지를 일러준다. 이를테면 몸의 인문학과 생명철학이 우리말과 글에 그대로 담겨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운이 위로 오.. 2015. 2. 15.
약점을 어루만지시는 하나님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4) 약점을 어루만지시는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 손을 내밀어 내 입에 대시며 내게 이르시되 보라 내가 내 말을 네 입에 두었노라”(예레미야 1:9) 어디 그게 불쑥 튀어나온 가벼운 변명이었을까? 예레미야의 속 깊은 고뇌였을 것이다. 뼛속이 떨리는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내가 너를 모태에 짓기 전에 구별하였고, 네가 배에서 나오기 전에 성별하였고, 너를 여러 나라의 선지자로 세웠다.” 하시는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서 “나는 아이라 말할 줄을 알지 못합니다” 했던 것은. 나는 아무 것도 준비한 것이 없는데, 하나님은 나를 쓰시겠다고 하신다. 나는 대답도 한 적이 없는데, 하나님은 내가 생겨나기 전부터 나를 택하셨다고 하신다. 갑자기 뒤집히는 시간, 존재의 어지럼증, 이해와 .. 2015. 2. 13.
대형교회와 브랜드교회, 그 불편한 유사점 이진오의 건강한 작은 교회 이야기(3) 대형교회와 브랜드교회, 그 불편한 유사점 - 공교회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 “건강한 작은 교회 운동”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이 운동이 그냥 “작은 교회”만을 추구하거나 그냥 “작은 교회”가 건강하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시 글을 쓰도록 하겠다. 또 다른 오해 중 하나는 이 운동이 개교회주의를 부추기거나, 노회/지방회, 교단/총회 등을 불필요하게 여겨 “공교회성”을 무시하거나 무력화 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명백한 오해이며 오히려 우리는 대형교회가 공교회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작은 교회 운동”이 주장하는 “건강함”은 교회의 교회됨으로 크게 보면 공동체성, 일상의 제자도, 공교회성, 공공성 네 가지다. 첫째로 건강한 교회는 공동체,.. 2015. 2. 12.
침묵 읽기, 침묵 말하기, 침묵하기 꽃자리의 종횡서해(4) 침묵 읽기, 침묵 말하기, 침묵하기 - 막스 피카르트의 《침묵의 세계》- “태어나자마자 죽어버린 줄 알았던 책이 되살아나는 걸 보니 여간 기쁘지 않다. 이 책을 이미 읽었던 이들이 바로, 이 책의 부활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러하다.” 8년 만에 재쇄에 들어가면서 역자가 붙인 글이다. 이 책이 얼마나 오랫동안 침묵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긴 침묵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다시 소리 없이 부활했는지, 짧지만 명쾌하게 설명하는 글이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책에도 운명(사실은 앞이든 뒤든 생년월일을 명확히 박는 까닭에 사주라고 하지만, 매체의 특성상 다소 광범한 언어로 대체한다)이 있다고 말하곤 한다. 이 책으로 말하자면 깊은 수도원의 은둔자처럼 존재하지만 눈이 밝은 사람.. 2015. 2. 12.
유영모와 함석헌, 광활한 정신세계 꽃자리의 사람, 사람, 사람(3) 유영모와 함석헌, 광활한 정신세계 우리의 기독교 신앙 역사 속에는 소수의 굵직굵직한 이들이 선두에 서서 미답(未踏)의 경지를 개척해나갔다. 특별히 유영모와 함석헌 선생이 그러하다. 그 미답의 경지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 동양인들의 삶과 기독교 신앙을 깊숙이 만나게 하려 했던 점에 있다. 다시 말해서, 서양이 전해준 기독교 신앙과 그 신학 체계를 그대로 받아들여 신주단지처럼 떠받들고 모시려했던 것이 아니라, 우리의 호흡과 우리의 역사, 우리의 삶을 기반으로 하여 기독교 신앙의 의미를 재해석해 들어갔던 것이다. 유영모와 함석헌의 이러한 자세가 언제나 옳았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이러한 시도는 우리 자신의 현실에서 기독교 신앙으로 다가가는 능력을 길러나가는 데 .. 2015. 2. 12.
모기의 ‘도(道)’ 백소영의 다시 김교신을 생각한다(8) 모기의 ‘도(道)’ -「비전론 무용 시대」 1934. 3월 - 뒤통수를 치는 것은 치사한 일이다. 동서고금, 언제나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40대 후반전을 살면서 이런 저런 인간 관계를 경험하다보면 요즘엔 상대방을 믿게 만들었다가 급작스레 뒤에서 공격하여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능력’으로 취급받는 시절이 된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앞에서 하는 이야기와 뒤에서 하는 행동이 다르다. ‘예능’조차 ‘다큐’(다큐멘터리)로 받는 나 같은 사람은 살아가기가 참 힘든 세상이다. ‘촌지 근절’이라고 써서 입학식에서 배포한 공문을 사실 그대로 믿고 아이를 맡긴 학부모는 영문 모를 선생님의 아이를 향한 신경질과 폭력에 당황한다. 제자에게 무한 신뢰를 허하며 .. 2015. 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