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687 몸 말, 몸 글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5) 몸 말, 몸 글 “머리가 아니라, 손으로 생각한다.” 서체 디자인으로 명성이 높은 안상수 선생과의 대담에서 듣게 된 이야기였다. 손과 뇌는 직결되어 새로운 상상력과 시도를 하는 일종의 수단이자 작업의 현장이기도 하다는 논지다. 우리의 화제는 이내 우리말과 글로 옮아갔다. 아닌 게 아니라 우리말과 글은 몸 말과 몸 글이다.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만들어지는 ‘ㅇ’부터 ‘ㅁ’과 ‘ㅂ’ 등 입술소리에 이르는 구강구조의 흐름에 따라 그 체계가 잡힌 자음은 물론이고, 음과 양의 구조를 확연히 보여주는 ‘ㅗ’와 ‘ㅜ’ 등은 생명의 기운이 어디에서 비롯돼 어디로 가는지를 일러준다. 이를테면 몸의 인문학과 생명철학이 우리말과 글에 그대로 담겨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운이 위로 오.. 2015. 2. 15. 약점을 어루만지시는 하나님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4) 약점을 어루만지시는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 손을 내밀어 내 입에 대시며 내게 이르시되 보라 내가 내 말을 네 입에 두었노라”(예레미야 1:9) 어디 그게 불쑥 튀어나온 가벼운 변명이었을까? 예레미야의 속 깊은 고뇌였을 것이다. 뼛속이 떨리는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내가 너를 모태에 짓기 전에 구별하였고, 네가 배에서 나오기 전에 성별하였고, 너를 여러 나라의 선지자로 세웠다.” 하시는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서 “나는 아이라 말할 줄을 알지 못합니다” 했던 것은. 나는 아무 것도 준비한 것이 없는데, 하나님은 나를 쓰시겠다고 하신다. 나는 대답도 한 적이 없는데, 하나님은 내가 생겨나기 전부터 나를 택하셨다고 하신다. 갑자기 뒤집히는 시간, 존재의 어지럼증, 이해와 .. 2015. 2. 13. 대형교회와 브랜드교회, 그 불편한 유사점 이진오의 건강한 작은 교회 이야기(3) 대형교회와 브랜드교회, 그 불편한 유사점 - 공교회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 “건강한 작은 교회 운동”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이 운동이 그냥 “작은 교회”만을 추구하거나 그냥 “작은 교회”가 건강하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시 글을 쓰도록 하겠다. 또 다른 오해 중 하나는 이 운동이 개교회주의를 부추기거나, 노회/지방회, 교단/총회 등을 불필요하게 여겨 “공교회성”을 무시하거나 무력화 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명백한 오해이며 오히려 우리는 대형교회가 공교회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작은 교회 운동”이 주장하는 “건강함”은 교회의 교회됨으로 크게 보면 공동체성, 일상의 제자도, 공교회성, 공공성 네 가지다. 첫째로 건강한 교회는 공동체,.. 2015. 2. 12. 침묵 읽기, 침묵 말하기, 침묵하기 꽃자리의 종횡서해(4) 침묵 읽기, 침묵 말하기, 침묵하기 - 막스 피카르트의 《침묵의 세계》- “태어나자마자 죽어버린 줄 알았던 책이 되살아나는 걸 보니 여간 기쁘지 않다. 이 책을 이미 읽었던 이들이 바로, 이 책의 부활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러하다.” 8년 만에 재쇄에 들어가면서 역자가 붙인 글이다. 이 책이 얼마나 오랫동안 침묵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긴 침묵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다시 소리 없이 부활했는지, 짧지만 명쾌하게 설명하는 글이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책에도 운명(사실은 앞이든 뒤든 생년월일을 명확히 박는 까닭에 사주라고 하지만, 매체의 특성상 다소 광범한 언어로 대체한다)이 있다고 말하곤 한다. 이 책으로 말하자면 깊은 수도원의 은둔자처럼 존재하지만 눈이 밝은 사람.. 2015. 2. 12. 유영모와 함석헌, 광활한 정신세계 꽃자리의 사람, 사람, 사람(3) 유영모와 함석헌, 광활한 정신세계 우리의 기독교 신앙 역사 속에는 소수의 굵직굵직한 이들이 선두에 서서 미답(未踏)의 경지를 개척해나갔다. 특별히 유영모와 함석헌 선생이 그러하다. 그 미답의 경지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 동양인들의 삶과 기독교 신앙을 깊숙이 만나게 하려 했던 점에 있다. 다시 말해서, 서양이 전해준 기독교 신앙과 그 신학 체계를 그대로 받아들여 신주단지처럼 떠받들고 모시려했던 것이 아니라, 우리의 호흡과 우리의 역사, 우리의 삶을 기반으로 하여 기독교 신앙의 의미를 재해석해 들어갔던 것이다. 유영모와 함석헌의 이러한 자세가 언제나 옳았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이러한 시도는 우리 자신의 현실에서 기독교 신앙으로 다가가는 능력을 길러나가는 데 .. 2015. 2. 12. 모기의 ‘도(道)’ 백소영의 다시 김교신을 생각한다(8) 모기의 ‘도(道)’ -「비전론 무용 시대」 1934. 3월 - 뒤통수를 치는 것은 치사한 일이다. 동서고금, 언제나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40대 후반전을 살면서 이런 저런 인간 관계를 경험하다보면 요즘엔 상대방을 믿게 만들었다가 급작스레 뒤에서 공격하여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능력’으로 취급받는 시절이 된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앞에서 하는 이야기와 뒤에서 하는 행동이 다르다. ‘예능’조차 ‘다큐’(다큐멘터리)로 받는 나 같은 사람은 살아가기가 참 힘든 세상이다. ‘촌지 근절’이라고 써서 입학식에서 배포한 공문을 사실 그대로 믿고 아이를 맡긴 학부모는 영문 모를 선생님의 아이를 향한 신경질과 폭력에 당황한다. 제자에게 무한 신뢰를 허하며 .. 2015. 2. 12. 하갈-모든 박해를 탄원으로 이겨내다(2) 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7) 하갈-모든 박해를 탄원으로 이겨내다(2) 1. 어머니 하갈. 그 길은 험하고 멀었다. 하갈 이야기는 하갈이 어떻게 진정한 어머니가 되었으며, 어머니 역할을 감당하기가 얼마나 힘겨웠는지를 보여준다. 성경기자는 하갈을 이렇게 소개한다. “아브람의 아내 사래는 출산하지 못하였고 그에게 한 여종이 있으니 애굽 사람이요 이름은 하갈이라”(창세기 16:1). 이렇게 시작하는 하갈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되는지를 보라. 2. 아브람과 사래가 가나안 땅에 거주한 지 10년이 지났는데, 그 10년은 사래에게는 어머니가 되기를 기다리는 기간이었다. 당시 아브람은 85세 사래는 75세였을 것이다. 물론 지금 우리 나이 계산과는 달랐겠지만, 어쨌든 아이를 출산할 만한 나이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 2015. 2. 12. 유대인의 안식일(3) 최명덕의 유대인 이야기(6) 유대인의 안식일(3) 2세기 말 미쉬나 보면 기름 램프에 점화하는 것과 함께 샤밧이 시작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당시에는 촛불이 없었고, 흙을 구워 만든 램프에 심지를 넣고 거기에 올리브 기름을 부어 불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 미쉬나 구절에는 샤밧에 어떠한 심지를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이와 같은 기록은 신 구약 중간기에 이미 기름 램프가 샤밧에 사용되었음을 보여 준다. 시간이 지나면서 초가 생기자, 기름 램프대신 촛불이 사용되었다. 유대 전통에 따르면 최소한 두 개의 촛불을 켜야 한다. 이 두 개의 촛불은 출애굽기 20장 8절의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히 지키라”의 구절에 나오는 두 개의 동사 “자코르(기억하라)”와 “샤모르(지키라)”를 상.. 2015. 2. 12.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으로 가자 천정근의 어디로 가시나이까(5)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으로 가자 1. 또 다른 고향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白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 곱게 풍화 작용하는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지조(志操)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으로 가자 (1941. 9.) 《윤동주 평전》에 따르면 서울에서 만주의 용정까지는 세 번이나 기차를 갈아타야하는 먼 길이었다. 두만강까지만 해도 1,660킬로미터나 된다고 했다. 고향에 도착한 그날 밤.. 2015. 2. 11. 이전 1 ··· 284 285 286 287 288 289 290 ··· 29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