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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함정 한희철의 '두런두런'(2) 개구리 함정 종례 시간에 들어온 선생님 얼굴은 무서웠다. 오늘은 집에 늦게 가야겠다며 지금부터 밖에 나가 개구리를 한 마리씩 잡아오라 했다. 이유를 묻지도 못한 채 우리들은 밖으로 나왔다. 바람이 매운, 땅이 얼어붙은 그 때 웬 개구릴까, 도무지 영문을 모르는 채 우리는 각기 흩어져 학교 주변을 헤집고 다녔다. 날이 어둑해질 무렵 우리는 다시 교실로 모였다. 교탁 위에는 무엇인가 시커먼 보자기에 덮인 것이 놓여 있었다. 어항이었는데 어항 속엔 우리가 잡아온 개구리 중(세 마리를 잡았다 했다) 제일 큰 놈 한 마리를 넣었다고 선생님이 설명을 했다. 그리고는 한 사람씩 차례대로 나와서 어항 속에 손을 넣으라 했다. 검지가 어항 바닥에 닿도록 끝까지 쑥 넣으라고 했다. (출처:Oli.. 2015. 1. 24.
트루에 오르겔, '바람 피리의 꿈' 꽃자리의 ‘사람 사람 사람’ (1) 트루에 오르겔, '바람 피리의 꿈' - ‘파이프 오르간’을 짓는 사람, 홍성훈을 만나다 - 어릴 적 교회 예배당에는 성가대 자리 바로 옆에 피아노가 있었고, 반대편 저 멀리 한쪽 구석에 파이프 오르간이 외롭게 있었다. 그 큼지막한 나무 상자 뒤에는 반주하는 선생님이 숨어있었다. 그 속에서 무얼 하는지 늘 궁금했다. 아무도 없는 시간에 가까이 가 보았던 오르간의 정체는 조금 더 큰 피아노 정도일 거란 예상을 깨고, 층을 이룬 건반들과 바닥을 뒤덮은 여러 개의 페달로 독특한 모양을 한, 이제껏 보지 못했던 괴상한 물건이었다. 예배 시간에 성가대의 찬양이 시작되면, 파이프 오르간은 그만의 신비하고 묵직한 소리로 예배당 공간을 온전하게 채우고 울렸다. 그때 내 몸을 진동시켰던.. 2015. 1. 23.
문명충돌? 아니, 원초적 살인의 추억! 곽건용의 '짭쪼름한 구약 이야기'(4) 문명충돌? 아니, 원초적 살인의 추억! 1. 와 을 쓴 존 스타인벡은 이런 말을 했다 한다. “이 열여섯 절[창세기 4:1-16]은 시대, 문화, 인종과 상관없는 모든 인류의 역사다.” 창세기 1장부터 11장이 종족 분화 이전의 얘기임을 그가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글의 성격을 제대로 알고 한 말이다. 아담과 하와 얘기가 그렇듯이 가인과 아벨 얘기 역시 개인 간에 벌어진 사건 얘기가 아니라 인류 전체에 관한 얘기니 말이다. 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읽다 보면 이 점을 깜빡 잊고 이 얘길 개인들의 얘기로 읽는 경우는 있지만 말이다. 남들은 몰라도 나는 가끔 그래왔다. 그럴 때마다 ‘아차, 이건 개인 간의 얘기가 아니라 일종의 원형적 이야기(an archetypa.. 2015. 1. 23.
해방군 또는 점령군, 미군정 3년 김삼웅의 광복 70주년, 역사 키워드 70(5) 해방군 또는 점령군, 미군정 3년 일본이 미국에 공식 항복한 날은 1945년 9월 2일 도쿄만의 미국 군함 미조리호 함상에서였다. 일본 정부 대표 시게미쯔 가오루, 일본군 대표 우메즈 미찌로우는 맥아더 장군 앞에서 포츠담 선언을 수락하고 연합국에 무조건 항복을 하여 일본의 통치 권한을 연합국 최고사령관의 제한 하에 둔다는 항복 문서에 조인했다. 시게미쯔 가오루는 주중 일본 공사로서 1932년 4월 상하이 일왕 생일 및 전승기념행사장에서 윤봉길 의사가 던진 폭탄에 한쪽 다리가 잘린 장본인이다. 맥아더는 이날 연합군 최고 사령부 일반 명령 제1호로서 동아시아 각 전선의 일본군의 항복을 수락하고 그 무장을 해제하기 위한 연합국간의 지역적 분담을 발표했다. 이는 .. 2015. 1. 23.
‘돈, 섹스, 권력’ - 말씀의 타락 한종호의 '전병욱 그 병폐의 프리즘'(2) ‘돈, 섹스, 권력’ - 말씀의 타락 한때 청년들에게 존경하고 따르는 목사의 아이콘이었다가, 성문제로 파문을 일으켰던 전병욱 목사가 다시 교회 개척에 나선지 3년이 흐르고 있다. 현재 그가 속한 합동측 평양노회에서 거론되고 있는 목사직 면직 문제는 일반 법정에 고소 고발까지 가는 사태에 이르렀다. 문제는 그가 이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죄하고 자숙하기보다는 사건 자체가 일어나 본 적도 없는 듯이 여기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가 원래 시무하던 삼일교회에서 물러날 때 상당한 액수(10억대)의 전별금을 챙겨나갔다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충격을 주기도 했다. 결국 전병욱 목사는 그의 설교 메시지가 담고 있는 문제를 넘어서서 한국교회의 “성과 권.. 2015. 1. 23.
유대인의 안식일(1) 최명덕의 '유대인 이야기'(4) 유대인의 안식일(1) 이스라엘 유학중의 일이었다. 성공적인 수술로 죽을 고비를 넘긴 아내는 예루살렘의 샤아르 쩨덱 병원에 입원중이었다. 수술 후 며칠이 지난 안식일이었다. 그날도 늘 그러던 것처럼 유대인 간호사가 환자들의 상태를 검진하기 위해 병실로 들어왔다. 그런데 매일 혼자 들어와 체온과 혈압을 재고 기록하던 간호사가 그날은 이상하게도 아랍인 간호조무사를 데리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평소와는 달리 혈압과 체온을 직접 기록하지 않고 아랍인 간호조무사에게 받아 적게 하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기록하는 것은 창조 행위이기 때문에 안식일에는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안식일을 지키기 위해 아랍 사람에게 글을 쓰도록 시키는 것이 위선처럼 보였다. 그러나 단순히 위선으로 보기.. 2015. 1. 22.
한 남자가 자기 형제에게 민영진의 히브리어에서 우리말로(4) 한 남자가 자기 형제에게 1. 성서 히브리어 본문에 니오는 “이쉬 엘-아키브”(ish el-achiv)라는 표현은 글자대로는, “한 남자가 자기 형제에게”라는 말이다. 이 표현은 일반적으로는 동사를 수식하는 부사적 기능을 지닌 것이어서 우리말 번역에서는 부사 “서로”라는 말로 번역이 된다. 다음 예에서 그 현상을 볼 수 있다. 《개역》 창세기 37:19 “[요셉의 형들이] 서로 이르되 꿈꾸는 자가 오는도다.” 《개역》 창세기 42:21a “그들이 서로 말하되 우리가 아우의 일로 인하여 범죄하였도다.” 《개역》 출애굽기 16:15a “이스라엘 자손이 보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여 서로 이르되 이것이 무엇이냐 하니.” 《개역》 출애굽기 25:20 “그룹들은 그 날개를 .. 2015. 1. 22.
나만의 명품 지강유철의 음악 정담(4) 나만의 명품 제 서재에 있는 책이나 음반의 대다수는 좋게 말하면 삼류, 나쁘게 말하면 쓰레기입니다. 가방끈이 짧고 책이나 음악에 관한 좋은 친구나 선생을 만난 적이 없던 제게 시행착오는 불가피했습니다. 가장 책을 바지런하게 읽던 80-90년대에도 신문에 신간 소개란이 있었고, 이란 격주간지도 발행되었습니다. 하지만 서울에 살면서도 큰맘을 먹어야 광화문이나 종로의 대형 서점엘 갔을 뿐, 보통의 경우는 동네 서점을 단골로 드나들었습니다. 살던 곳이 숭실대 근처였고, 출근하던 교회 근처에 인문, 사회 과학 서적을 많이 갖춘 서점이 있었지만 그래도 책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요즘처럼 북 콘서트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인터넷이나 스마트 폰을 통해 궁금한 책을 실시간으.. 2015. 1. 22.
사라, 우여곡절 끝에 어머니가 되다(1) 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4) 사라, 우여곡절 끝에 어머니가 되다(1) 1. 사래라는 한 여인. 우리가 그에 대해서 아는 것은 무엇인가? 아브람과 사래가 살던 시대는 매우 혼란스러웠던 모양이다. 그것은 아브람과 사래가 여러 차례 이주하는 모습에서 알 수 있다. 아브람과 사래는 갈대아 우르에서 하란으로, 그리고 하란에서 가나안으로 이주했다. 가나안에서도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이동했다. 그러다 나중에는 애굽으로 내려갔다. 2. 아브람과 사래가 애굽으로 들어갈 때, 이들은 일종의 난민(難民)이었다. 그들은 애굽으로 가고 싶어서 가는 것이 아니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할 수 없이 애굽으로 가야 했다. 그들이 살던 가나안땅에 기근이 들었다. 그것도 매우 심한 기근이었다. 그 기근을 피해서, 생존.. 2015. 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