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663 한국교회의 문둥이들 성염의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5) 한국교회의 문둥이들 “그 분은 더 이상 드러나게 고을로 들어가실 수 없었고, 바깥의 외딴 곳에 머물러 계셨다” (마가복음 1:40-45). “목자와 맹견이 서로 물어뜯는 동안 목자도 맹견도 양떼를 돌보지 않지. 그래서 양떼의 일부가 밖으로 나가 버리게 돼… 농민이면서도 농민이 아닌 경우… 시민이면서도 시민이 아닌 경우… 문둥이처럼 바깥에서 목숨을 부지해 왔지… 그리스도교 신자에게는 이들이 양떼가 아니지. 양떼밖에 있는 무리야. 그래서 증오하지. 양떼는 모든 문둥이가 죽어 없어지기를 바라지… 성 프란체스코가 이 점을 깨닫고는 제일 먼저 문둥이들에게 가서 함께 살기로 결단을 내렸지. 하느님의 백성이란 이런 추방된 무리를 다시 품에 받아들이지 않는 한 변모가 불가능해… 문.. 2015. 1. 21. 쌀 한 톨의 무게 홍순관의 노래 신학(4) 쌀 한 톨의 무게 홍순관 글 / 신현정 곡 (2008년 만듦, ‘춤추는 평화’ 음반수록) 쌀 한 톨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무게를 잰다 바람과 천둥과 비와 햇살과 외로운 별 빛도 그 안에 스몄네 농부의 새벽도 그 안에 숨었네 나락 한 알 속에 우주가 들었네 버려진 쌀 한 톨 우주의 무게를 쌀 한 톨의 무게를 재어본다 세상의 노래가 그 안에 울리네 쌀 한 톨의 무게는 생명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평화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농부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세월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우주의 무게 이 곡은 처음에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추모음악회에 초청이 되어 쓴 노랫말입니다. 이야기를 들려주신 분을 추모하는 공연이었으니 마땅히 나올 노랫말입니다. (.. 2015. 1. 21. 온 나라가 팽목항이 될 것이다 한종호의 너른 마당(6) 온 나라가 팽목항이 될 것이다 회색빛 바다의 팽목항, 바람은 여전히 거칠었다. 그건 인간이 겪는 고통과 슬픔에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투였다. 물론 어디 그럴 리가 있겠는가? 본래 잿빛 하늘과 흐린 날의 바닷바람이 다 그러한 것을…. 문제는 이 거칠고 비정한 바람이 인간의 내면에 불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월호 참사 1년이 다 되어가면서 겨우 만들어가는 조사위를 놓고 여당의 한 중진이라는 이는 “세금 도둑”이라고 규탄하고 나섰다. 규모가 장난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소 규모의 여성가족부와 방송통신위와 비교하면서 거의 입에 거품을 문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과거사 조사위원회보다 작은 규모인데다가 최소규모 부서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추악한 냄새가 난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 비상 사태였다.. 2015. 1. 20. “미생(未生)을 위한 철학”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3) “미생(未生)을 위한 철학” 비정규직의 모멸감과 격차사회의 모순을 드러낸 드라마 은 끝났지만, 현실의 미생은 여전히 미생인 채로 남아 있다. 그러나 그 정도일까? 이 드라마를 패러디한 방송 프로의 이름은 이었다. 아예 육안(肉眼)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존재다. 어떤 경우에는 내가 이 세상 앞에서 그저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내가 어느 한 사람에게 세상 전부가 될 때가 있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한 사람이고 한 세상이다. 시인 이문재의 라는 시의 전문이다. 어쩌면 이리도 고마운 시가 있는가. 이 세상 앞에서 그저 한 사람에 불과한 “나”라는 존재가, 어느 한 사람에게는 세상 전부가 될 때가 있다는 깨달음은 누가 뭐래도 뜨거운 사랑이다. 그 “나”는 우리 모두다. 이걸.. 2015. 1. 20. 여운형의 암살과 건국 준비위원회 김삼웅의 '광복 70주년, 역사 키워드 70'(4) 여운형의 암살과 건국 준비위원회 포악한 일제식민체제는 국내에서의 독립 운동을 불가능하게 했다. 인도나 베트남 등 아시아국가가 자국에서 독립 운동을 한데 비해 한국은 중국 등 해외에서 이루어졌다. 그만큼 일제의 지배가 강폭했던 것이다. 예외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박헌영 등이 지하에서 항일 운동을 계속하고, 1919년 상하이에서 신한청년당을 조직하여 김규식을 파리 강화회의에 파견하고 국내에 밀사를 보내어 대규모 항일 시위를 준비토록 하는 등의 역할을 했던 여운형이 일경에 피체되어 국내로 들어와서도 항일 운동을 멈추지 않았다. 옥고를 치르고 나온 여운형은 사장 때에는 베를린 올림픽 대회 손기정 선수의 일장기 말소 사건으로 신문사가 폐간되는 고.. 2015. 1. 19. 공부는 구도행위 이길용의 '종교로 읽는 한국사회'(4) 공부는 구도행위 영생의 교리도 준비되었다. 그리고 그걸 확증할 수 있는 종교적 의례(제사)도 구비되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무엇일까? 당연히 구도의 길일 것이다. 다시 꼼꼼하게 문제를 정리해보자. 유교에서 말하는 구원은 가족의 영생이다. 매우 상식적인 문제풀이다.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지만, 가족 단위로 가게 되면 존속의 가능성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문 차원에서 생육하여 번성해야 한다. 이건 생활이 아니라, 종교요 신앙의 문제가 된다. 왜냐하면 그래야 영생하는 거니까. 참으로 간단하고 명료한 해결책이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생육하고 번성할 수 있을까? 이 역시 어려울 것이 없다. 생존의 가능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보다 좋은 삶의 환경을 구축하면 되기 때문.. 2015. 1. 19. 그대 영혼의 수심(水深)은?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4) 그대 영혼의 수심(水深)은? * 영원한 현재를 살라 하나님은 영원한 현재 속에 계십니다. 영이 매순간 영원한 현재 속에서 하나님과 하나가 되기만 한다면, 사람들은 절대로 늙지 않을 것입니다. 아주 오랜 옛날, 세 젊은이가 있었다. 둘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고, 하나는 아직 수태조차 되지 않았다. 지독한 가난의 고통에 시달리게 된 그들은 ‘공허’(空虛)라는 도시를 아주 떠나기로 작정했다. 긴 여행 중에 피곤에 지친 그들은 세 그루의 나무 그늘에서 쉬게 되었는데, 그 중에 두 그루는 흙에 심겨진 적이 없었고, 한 그루는 아직 싹도 나지 않았다. 그 나무 그늘에서 쉬면서 나무에 달린 열매를 먹고 기운을 차린 그들은 다시 길을 걸어 세 개의 강가에 이르렀으.. 2015. 1. 18. 살고 싶다 누이여 한희철의 두런두런(21) 살고 싶다 누이여 창립예배를 드리는 날이다. 수원에서 원주행 새벽 버스를 탔다. 3월 25일, 봄이라면 봄일 수 있지만 차창엔 성에가 번져 있었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아무 것도 짐작할 수 없는 길, 성에에 가려 보이지 않는 세상과 닮았다 싶었다. 창밖 풍경 보려고 입김을 불어 창을 닦을 때 문득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황동규의 시 한 구절이었다. ‘熱河日記’ 어디쯤이었을 것이다. “살고 싶다 누이여, 하나의 피해자로라도.” 왜 그랬을까, 낡은 레코드판이 같은 자리에서 튀듯 같은 생각이 이어졌다. 단강행 원주에서 이정송 감리사님을 만나 감리사님 차를 타고 단강으로 들어간다. 예배당이 없던 한 마을에서 창립예배를 드리는 날, 목회의 첫 걸음을 내딛는 전도사가 처음으로 .. 2015. 1. 17. 벽에 소변 보는 자 민영진의 히브리어에서 우리말로(3) 벽에 소변 보는 자 좀 지저분한 말이 되어 주저스럽지만, 서서 오줌누는 이들 때문에 벽들이 애꿎은 수난을 당한다. 벽에다 대고 함부로 소변을 보는 것은 남자하고 개뿐이다. 아직도 서울의 으슥한 골목길 벽은 남자들의 공중 화장실이 되기 십상이다. 소변금지를 알리는 구호도 갖가지다. 어떤 곳에는 가위를 그려놓고 위협을 주기도 하고, 어떤 곳에는 “개 이외는 여기에 소변을 보지 마시오”라고 써서 주정뱅이 오줌싸개들을 개로 깎아 내리기도 한다. 그래도 노상방뇨는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또 이런 것은 동서와 고금을 가리지 않는 것 같다. 히브리어에서 사내를 경멸하여 일컬을 때 “벽에다 대고 오줌 누는 놈”이라고 한다. 즉 “서서 오줌 누는 놈”이란 말이다. ‘남자’나 .. 2015. 1. 17. 이전 1 ··· 288 289 290 291 292 293 294 ··· 29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