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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아, 너는 어디 있느냐? 성염의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6) 아담아, 너는 어디 있느냐? “너희가 악하면서도 자녀에게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누가복음 11:1-13). 성서에는 한 사람이 처한 시간과 장소마다 가슴에 그 뜻이 새겨지는 구절들이 많다. 평소에 그냥 넘기던 구절이 불화살처럼 가슴에 와 박히는 순간이 있다. 사람의 손으로는 그 누구도 빼내 주지 못하는 극한 상황에서 “야훼는 나의 반석, 나의 요새, 나를 구원하시는 이”(시편 l8:2)라는 부르짖음이 나의 기도가 되고, 몇 번이고 까무러치는 고문을 당하는 자의 입술에서는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십니까?”(시편 22:l)라는 신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사랑하는 이가 형장으로 끌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가족의 심장은 “복수의 하느님, 야훼여,.. 2015. 1. 28.
‘천사’가 일깨워준 새로운 삶 꽃자리의 '종횡서해'(1) ‘천사’가 일깨워준 새로운 삶 - 마사 베크의 《아담을 기다리며》 - 몇 해 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의 『개인적 체험』이라는 작품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원래 사소설(私小說)적 전통이 뿌리 깊은 일본이기 때문에 조금 덜 했을지는 모르지만, 작가의 이색적인 자기 고백이 담겨 있는 이 작품이 당대의 국내 독자들에게 준 충격과 감동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다. 그만큼 작가 개인의 가장 내밀하고도 직접적인 경험을 담은 이 소설의 내용은, ‘뇌 헤르니아’라는 기형의 병을 앓고 있는 장애 아이를 키우는 버드라는 사내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머리에 혹이 달린 아이는 뇌수술을 받지 않으면 곧 죽게 된다. 장애아를 살려 키울 것인가, 아니면 미필적 .. 2015. 1. 27.
행복은 성적순 이길용의 '종교로 읽는 한국 사회'(5) 행복은 성적순 공부가 구원에 이르는 길이요 구도 행위가 되니, 그것이 이루어지는 현장은 곧 성스런 공간이 된다. 그러니 한국 사회에서 교육은 단순히 인재 육성이나 가치의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종교요 신앙의 수준에서 사람들의 머릿속에 박혀 있게 된다. 따라서 어느 나라보다, 그 누구보다 우리 사회는 공부와 교육에 집중한다. 신분이 높건 낮건, 수입이 많건 적건 따지지 않고, 가리지 않고 모두 교육이라 하면 최우선시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가정 경제에서도 1차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자녀 교육비이다. 절대적 빈곤을 넘어서는 순간 우리는 교육에 몰입하고 또 집중하기를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바로 교육이야말로 구원을 위한 최적의 선택이 되기 때문이다.. 2015. 1. 27.
바람을 마주보고 가는 바보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5) 바람을 마주보고 가는 바보 “그 양반은 독서에 너무 빠져든 나머지 잠은 안자고 책만 읽는 바람에 머릿속 골수가 다 말려버려 마침내 정신이 이상해지고 말았다.” 문제는 책이었다. 아, 독서도 적당히 하지 않으면 정신건강에 해롭단다. 그걸 염려하다 독서를 하지 않으면 그 반대로 골수가 넘쳐나서 문제가 되려나? 이에 대한 최근 학계의 결론은 어떠한지 궁금해진다. 아무튼 이 사나이는, 기사 소설을 잔뜩 읽은 탓에 마침내 방랑 기사가 되겠다고 결심한다. 골수가 동이 나도 그런 결심은 가능한 모양이다. 아니 그러 길래 그런 결심을 할 수 있었던 건가? 이리하여 라 만차의 어느 시골에 사는 영감 “돈 끼호떼”의 기이한 유랑 행각이 시작된다. 돈 끼호떼와 산초 (출처: spotter_nl.. 2015. 1. 27.
금지된 시를 위한 변명 장동석의 '금서 읽기'(2) 금지된 시를 위한 변명 한 편의 시를 읽는다.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때론 고통을, 그것을 통과한 마음자리를 시보다 절절하게 표출하는 그 무엇이 있을까. 시는, 아니 모든 문학은 인간의 모든 절체절명의 순간을 기록하는, 인류가 발명(혹은 발견)한 최고의 선물이다. 그렇게 시는 삶의 아름다움을 표출하지만 한때는 권력에 의해 금지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시 자체로 금지된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그보다는 시인이 금지된 경우가 많았다. 특히 이 땅의 질곡의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받아내면 새벽을 노래했던 시인들은 오랜 시간 금지된 인물로 살아야만 했다. 월북 시인들에게 남겨진 꼬리표 일제강점기 독립의식을 고취하는 시와 시인들은 모두 금지되었고, 한국 전쟁 전후로는 정치적 이유로 많은.. 2015. 1. 25.
가장 내밀한 곳에 계신 하나님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 하는 안으로의 여행'(5) 가장 내밀한 곳에 계신 하나님 * 까막눈을 어떻게 뜰 것인가 나는 하나님만큼 내 “가까이” 있는 것도 없다고 확신합니다. 하나님은 나 자신보다도 더 내 가까이 계십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은 내 ‘안’에 계신 분이라는 말이다. ‘안’이란 말보다 그분이 가까이 계신 것을 어떻게 더 잘 표현할 수 있겠는가. 이처럼 제 ‘안’에 있는 분을 몰라보는 이가 있을까 싶지만, 놀랍게도 제 ‘안’에 있는 분을 몰라 사람들은 방황한다. 사실 모든 고등종교의 가르침의 고갱이는 제 ‘안’에 있는 그분을 알라!는 것이다. 티베트어로 불자(佛子)를 뜻하는 는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란 뜻이라고 한다. 즉 마음의 본성 바깥이 아닌 에서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이란 뜻.. 2015. 1. 25.
개구리 함정 한희철의 '두런두런'(2) 개구리 함정 종례 시간에 들어온 선생님 얼굴은 무서웠다. 오늘은 집에 늦게 가야겠다며 지금부터 밖에 나가 개구리를 한 마리씩 잡아오라 했다. 이유를 묻지도 못한 채 우리들은 밖으로 나왔다. 바람이 매운, 땅이 얼어붙은 그 때 웬 개구릴까, 도무지 영문을 모르는 채 우리는 각기 흩어져 학교 주변을 헤집고 다녔다. 날이 어둑해질 무렵 우리는 다시 교실로 모였다. 교탁 위에는 무엇인가 시커먼 보자기에 덮인 것이 놓여 있었다. 어항이었는데 어항 속엔 우리가 잡아온 개구리 중(세 마리를 잡았다 했다) 제일 큰 놈 한 마리를 넣었다고 선생님이 설명을 했다. 그리고는 한 사람씩 차례대로 나와서 어항 속에 손을 넣으라 했다. 검지가 어항 바닥에 닿도록 끝까지 쑥 넣으라고 했다. (출처:Oli.. 2015. 1. 24.
트루에 오르겔, '바람 피리의 꿈' 꽃자리의 ‘사람 사람 사람’ (1) 트루에 오르겔, '바람 피리의 꿈' - ‘파이프 오르간’을 짓는 사람, 홍성훈을 만나다 - 어릴 적 교회 예배당에는 성가대 자리 바로 옆에 피아노가 있었고, 반대편 저 멀리 한쪽 구석에 파이프 오르간이 외롭게 있었다. 그 큼지막한 나무 상자 뒤에는 반주하는 선생님이 숨어있었다. 그 속에서 무얼 하는지 늘 궁금했다. 아무도 없는 시간에 가까이 가 보았던 오르간의 정체는 조금 더 큰 피아노 정도일 거란 예상을 깨고, 층을 이룬 건반들과 바닥을 뒤덮은 여러 개의 페달로 독특한 모양을 한, 이제껏 보지 못했던 괴상한 물건이었다. 예배 시간에 성가대의 찬양이 시작되면, 파이프 오르간은 그만의 신비하고 묵직한 소리로 예배당 공간을 온전하게 채우고 울렸다. 그때 내 몸을 진동시켰던.. 2015. 1. 23.
문명충돌? 아니, 원초적 살인의 추억! 곽건용의 '짭쪼름한 구약 이야기'(4) 문명충돌? 아니, 원초적 살인의 추억! 1. 와 을 쓴 존 스타인벡은 이런 말을 했다 한다. “이 열여섯 절[창세기 4:1-16]은 시대, 문화, 인종과 상관없는 모든 인류의 역사다.” 창세기 1장부터 11장이 종족 분화 이전의 얘기임을 그가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글의 성격을 제대로 알고 한 말이다. 아담과 하와 얘기가 그렇듯이 가인과 아벨 얘기 역시 개인 간에 벌어진 사건 얘기가 아니라 인류 전체에 관한 얘기니 말이다. 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읽다 보면 이 점을 깜빡 잊고 이 얘길 개인들의 얘기로 읽는 경우는 있지만 말이다. 남들은 몰라도 나는 가끔 그래왔다. 그럴 때마다 ‘아차, 이건 개인 간의 얘기가 아니라 일종의 원형적 이야기(an archetypa.. 2015. 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