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687 그대 앞에 내 사랑은 그대 앞에 내 사랑은 가난한 사랑은 그대 가슴에 닿기도 전 스러지고 만다 마른 마음에 슬픔을 키우고 오늘도 해는 쉽게 서산을 넘었다 품을 수 없는 표정들이 집 앞 길로 지나고 무심히 서둘러 지나고 어둠속 부를 이름 없었다 웅크린 잠 꼭 그만큼씩 작아지는 생 하늘은 꿈에나 있고 폐비닐로나 널린 이 땅의 꿈을 두고 그대 앞에 내 사랑은 가난한 사랑은 아무것도 아니다 - 1989년 2021. 9. 15. 땅 투기성 재산증식이라는 천박한 수단으로서가 아닌, 땅을 홉. 작이라는 작은 단위까지 나눠 땅에 대해 갖는 인간의 강한 집착은, 유한한 인간이 갖는 무한에의 동경일 수 있으며, 죽음의 기운에 싸여 사는 인간이 땅을 소유함으로 생명의 가능성을 확인하려 하는 일종의 본능에 가까운 보상심리 아닐까. 고향을 향한 회귀본능일 수도 있겠고. - 1989년 2021. 9. 14. 선생님의 따뜻한 사랑 실내화를 안 가지고 학교를 갔다. 빈 실내화 주머니를 가지고 간 것이다. 맨발로 교실에 있었다. 규덕이 보고 실내화를 가지고 오라고 전화를 했는데도 규덕이는 실내화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이다. 학교에서 계속 맨발로 지냈다. 집에 와서 물어보니 학교에 가지고 왔는데 잊어버리고 나한테 안 준 것이었다. 다음부터는 꼭 챙겨야지. -그렇게도 정신이 없었니? 6.25땐 아기를 업고 간다는 게 베개를 업고 피난을 간 사람도 있었다더라. 초등학교 5학년인 조카 규애가 연필로 쓴 일기 밑에는 빨간색 글씨의 짧은 글들이 있었다. 물으니 담임 선생님께서 써 주시는 것이란다. 반 아이들 일기도 마찬가지란다. 흔히 ‘검’자나 ‘참 잘 했어요’ 도장을 찍어 주는 게 예사인 줄 알았는데 그 선생님은 달랐다. 규애의 일기 밑에는 .. 2021. 9. 13. 식구 아이들이 1일 캠프를 다녀오게 되었다. 동부선교원 어린이들이 캠프를 가는데 같이 가기로 했다. 이숙희 선생님의 배려였다. 저 어린 것들을 보낼 수 있을까. 놀이방 엄마들은 걱정을 하면서도 하룻밤 떨어져 지내는 아이들의 대견한 모습을 확인하고 싶어도 했다. 소리와 규민이도 마찬가지였다. 울지나 않을는지, 대소변은 제대로 가릴지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떠나기 전날 짐을 꾸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녀석들의 마음가짐을 도와준다. “엄마 아빠 보고 싶다고 울고 보채는 거 아냐?” 슬쩍 말을 돌렸더니 뭔가 생각난 듯 소리가 대답했다. “이러면 되겠다. 엄마 아빠 옷 중에서 안 입는 옷을 하나씩 가져가는 거야. 엄마 아빠가 보고 싶으면 옷을 꺼내 보면 되잖아. 잠 잘 때도 옷을 만지면서 자면 되고.” 엉뚱한 딸의 .. 2021. 9. 11. 생각은 그림자, 마음이 실체 대상과 마주하는 찰라 거울에 비친 듯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한 마음이 있습니다. 곧이어 생각이 그림자처럼 뒤따릅니다. 종종 그 생각은 마음을 지우는 지우개가 됩니다. 매 순간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는, 그림자가 된 생각에게 맨 첫마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무의식 또는 비몽사몽, 명상이나 기도의 순간에 대상과 마주하는 바로 그 순간과 동시에 마음 거울에 비친, 떠오른 그 첫마음이 바로 우리의 본성 즉 본래 마음에 가깝습니다. 곧이어 뒤따르는 의식화된 생각은 단지 본래 마음의 그림자인 것입니다. 실체는 마음입니다. 한 생각을 일으켜 이루어 놓은 이 세상은 마음의 그림자 곧 허상일 뿐입니다. 그 옛날 눈에 보이는 세상이 다인 줄 알았던 사람들에게, 석가모니와 예수가 손가락으로 끊임없이 가리키며 보여준 .. 2021. 9. 11. 무모한 명분 허전함과 괴로움과 두려움. 언제부터인지 그런 감정들이 서로 뒤섞여 가슴 한쪽 거친 똬리를 틀고 신기하게 날 거기 잡아넣는다. 애써 아닌 척 하지만 그걸 느낄 때마다 가슴이 눌린다. 함께 사는 이들의 속살 보듯 뻔히 뵈는 아픔, 설움, 거짓을 두고 난 그저 무력할 뿐. 그게 두려워 괴로워 모른 척 하고. 또한 바람처럼 쉽게 헐값으로 회자되기도 하는 가벼움. 정말 내 삶은 어디에 소용 닿는 것인지. 견딘다는 건 무모한 명분 아닌지. - 1989년 2021. 9. 10.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하기" 이따금 아이들에게 질문을 한 후 돌아올 대답을 기다리는 경우가 있다. 어린 생각에도 엄마한테 혼이 날까봐, 어린 마음에도 자기에게 곤란하다 싶으면, 아이들은 무심코 엉뚱한 말로 둘러대거나, 금방 들통날 적절치 않은 말이 입에서 저도 모르게 툭 튀어나올 때가 있다. 그러한 미흡한 말들은 당장에 주어진 현실을 회피하고 싶다거나, 현실을 충분히 직시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아둔함에서 비롯된다. 모두가 일종의 거짓말인 셈이다. 그럴 때면 내 유년 시절의 추억 속 장면들이 출렁이는 그리움의 바다로부터 해처럼 떠오른다. 나의 자녀들과 지금 현재 겪고 있는 똑같은 순간이 나의 유년기에도 있었고, 지금도 그대로 겹쳐진다. 함께 뛰어놀던 동네 언니들이랑 무슨 말을 주고 받을 때면, 큰 언니들은 웃음 띈 얼굴로 사뭇 진지한.. 2021. 9. 10. 꽃을 먹는 새 한 아이가 쌀새에 대해 물었다. “저 새는 어떻게 저렇게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죠, 엄마? 혹시 꽃을 먹는 게 아닐까요?”(헨리 데이빗 소로우, , 강은교 옮기고 엮음, 도서출판 이레, p.171) 주님의 은총과 평화를 빕니다. 모처럼 맑은 햇빛을 보니 참 좋습니다. 마치 새 하늘과 새 땅이 열린 것 같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빛을 받아 환히 열린 미래를 봅니다”(시 36:9)라고 노래했던 시인의 마음을 조금은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들도 계시지요? 가끔 삶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하나의 언덕을 넘고 나면 숨 돌릴 사이도 없이 또 다른 언덕이 우리를 기다리곤 합니다.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것이 인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형 에서를 피해 .. 2021. 9. 9. 공부와 일 도시의 학생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 ‘공부해라’라면, 시골 학생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은 ‘일해라’일 것이다. 학교에서 다녀와 책가방을 놓기가 무섭게 떨어지는 말이란 도시에서는 공부해라요 시골에서는 일해라는 것이다. 서울과 수원에서 교육전도사 생활을 하며 느꼈던 건 대개의 부모들이 신앙보다는 진학문제를 더 중시한다는 것이었다. 까짓 1,2년쯤 예배를 쉬더라도 공부만 열심히 하여 좋은 학교에 진학하면 되는 것이고, 그 후에 교회에 나가 안정된 위치에서 봉사하면 되지 않겠냐는 것이 대부분 부모들의 심리였다. ‘공부해라’라는 계속되는 말로 심어주는 것은 미래에 대한 꿈이 아니라 하나의 강박관념뿐이라고 하는 것을 미처 헤아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손이 늘 달리는 시골에서는 자연히 공부보다는 일에 대한 요구가.. 2021. 9. 9. 이전 1 ··· 40 41 42 43 44 45 46 ··· 29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