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664 자기 몸집만큼만 한희철의 얘기마을(216) 자기 몸집만큼만 농활 나온 대학생들에게 병철 씨가 콩 심는 방법을 가르친다. “자, 이렇게 호미로 파가지고 콩을 심는데, 한번에 5-6알씩 넣으면 돼. 그러고는 자기 발로 두 개쯤 간격을 두고 또 파서 심으면 되고.” 한 학생이 물었다. “콩은 얼마나 묻으면 돼요?”“응, 그냥 살짝 묻으면 돼. 너무 깊게 묻으면 오히려 안 되지. 옛날 어른들이 그랬어. 씨앗 크기만큼만 묻으면 된다고. 깨는 깨만큼 묻으면 되고 옥수수는 옥수수만큼만 묻으면 된다고. 씨앗 크기만큼씩만 묻으면 싹이 다 난다는 거지.” 자기 크기만큼씩만 묻으면 싹이 난다는 씨앗, 모든 살아있는 것이 그리하여 자기 몸집만큼만 흙속에 묻히면 땅에서 사는 걸, 뿌리 내리고 열매 맺는 걸, 더도 덜도 말고 자기 몸집만큼만 흙.. 2021. 1. 29. 주님의 타작 마당 주님의 타작 마당 “하나님의 말씀이 한껏 펼쳐지고 그렇게 풍성하게 전개되는 축복의 만찬에 대한 인간의 가장 깊은 그리고 적절한 반응은 무엇일까요? 가장 깊은 감사의 기도가 아닐까요? 감사 그리고 은총을 알아차리는 것 말입니다.“(Matthew Fox, Original Blessing, Bear & Co, p.115) 주님의 은총과 평화를 기원합니다. 며칠 동안 날이 참 포근했습니다. 부질없는 짓인 줄 알면서 저도 모르게 교회 화단을 기웃거렸습니다. 시퍼렇게 언 채 겨울을 버틴 화초에 약간 생기가 도는 것 같았습니다. 기분 탓이겠지요. 지난 주일에는 모처럼 방송팀과 목회자들 이외에 10여 분의 교우들이 예배에 참여하셨습니다. 왠지 예배당에 생기가 차오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상하지요? 이전에 우리가 자유.. 2021. 1. 29. 달과 별 한희철의 얘기마을(215) 달과 별 “해는 환해서 혼자 있어도 괜찮지만, 달은 캄캄한데 혼자 있으면 무서울까봐 별이랑 같이 있는 거야?” 어둠과 함께 별 총총 돋는 저녁, 어린 딸과 버스를 함께 탔습니다. 훤하게 내걸린 달,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던 소리가 별들과 어울린 달 얘기를 합니다. 그런 말이 예뻐, 마음이 예뻐, 눈이 예뻐 마음껏 인정을 합니다. “그래 그럴 거야.” 밀려오는 졸음 이기지 못하고 이내 품에서 잠드는 어린 딸. 캄캄한데 달 혼자면 무서울까봐 별이 같이 있는 거라면, 품에 안겨 잠든 너야 말로 내겐 별이지, 험한 세상 우린 서로가 서로에게 별이 되어야지, 왠지 모를 간절함으로 잠든 딸의 등을 다독입니다. - (1993년) 2021. 1. 28. 새소리 신동숙의 글밭(316) 새소리 아침에 새소리를 들었다몇 년만에 듣는 반가운 기척 창문을 시스템 창호로 바꾼 후새소리 알람시계는 끄고 살았는데 좀 전에 비가 오는가 싶어서부엌 쪽창을 조금 열어두었더니 겨우 그 한 뼘 틈새로집 안으로 들어온 새소리가 갈빗대 빗장 틈새로밤새 닫힌 가슴 쪽문을 연다 새벽 하늘을 깨우며새날을 알리는 첫소리 새아침을 울리는새소리는 늘 새 소리 새는 날마다 새로운 길새 하늘을 난다 2021. 1. 27. 주인공 한희철의 얘기마을(214) 주인공 우리가 흔히 범하는 잘못 중의 하나는 주인공을 잊어버리는 일이다. 어떤 일로 몇 사람이 모였다 하자. 늘 그런 건 아니지만 모이는 자리엔 누군가 주인공이 있기 마련이다. 생일을 맞았다든지, 이사를 했다든지, 아프다든지, 기쁜 일 혹은 슬픈 일이 있다든지, 조금만 생각해 보면 누가 그 자리의 주인공인지를 어렵지 않게 알 수가 있다. 그런데 종종 우리는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잊고 엉뚱한 얘기들만 늘어놓는 경우가 있다. 엉뚱한 사람이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엉뚱한 주제가 당연히 나눠야 할 대화를 가로채기도 한다. 그리고 돌아설 땐 허전하다. 그 허전함은 돌아서는 사람 뿐 아니라 그날의 주인공인 사람에게는 더욱 클 것이다. 누군가를 주인공으로 세우는 일, 어색함 없이 누군가의 삶.. 2021. 1. 27. 소유는 적으나 존재는 넉넉하게 한희철의 얘기마을(213) 소유는 적으나 존재는 넉넉하게 쌓인 우편물을 정리하다 보니 길호가 쓴 메모지 한 장이 있다. 단강에서 처음 목회를 시작할 때, 마침 빈 집을 다녀가게 된 수원종로교회 청년들 몇이 남긴 메모였다. 사택이랄 것도 없이 더없이 허름했던 흙벽돌 집. 작은 골방 앞에 써 붙여 둔 짧은 글 하나가 있었다. 그 당시 나를 지탱해 주던 글이었다. 그 글을 눈여겨 본 녀석은 다시 한 번 그 글을 적은 뒤 다음과 같이 썼다. “오늘도 한 수 배우고 갑니다.” 잊었던 기억. 묻혀뒀던 글, - (1993년) 2021. 1. 26. 어떤 맹세 한희철의 얘기마을(212) 어떤 맹세 오직 한분당신만이 이룰 수 있는 세상입니다.뜻밖의 아름다움견고한 눈부심세상은 스스로도 놀랍니다. 하늘 향해 선 나무가기도를 합니다.가장 조용한 언어로몸 자체가기도가 됩니다.나무와 나무가 무리지어 찬미의 숲을 이루고투명한 숲으론차마 새들도 선뜻 들지 못합니다. 세상사 어떠하듯 난 이 땅버리지 않았다는버릴 수 없다는거룩한 약속모두가 잠든 사이 서리로 내려무릎 꿇어 하늘이 텅 빈 땅에 입을 대는빛나는 아침,당신의 음성을 듣습니다.벅차 떨려오는 당신의 맹세를두고두고 눈물로 듣습니다. - (1993년) 2021. 1. 25. 봄자리 - 정월달 지신밟기 신동숙의 글밭(315) 봄자리 - 정월달 지신밟기 언 땅으로걸어갈 적에는 춥다고 움추린 손날개처럼 펼치고 꼭 잡은 손서로가 풀어놓고 빈 손은 빈 가지처럼 빈탕한데서 놀고 두 발은정직한 땅으로 뿌리를 내리는 일 언 땅으로 내딛는 걸음마다 하나 하나 씨알처럼 발을 심는 일 학이 춤을 추듯이돌잡이 첫걸음 떼듯이 두 손 모아 기도하듯이햇살이 언 땅을 품듯이 발걸음마다 감사를 심으며 발걸음마다 사랑을 심는 일 정월달 지신밟기 지나간언 땅 자리마다 새싹이 기지개를 켜며새로운 눈을 뜨는 봄자리 2021. 1. 25. 좋은 사람 한희철의 얘기마을(211) 좋은 사람 좋은 사람으로 살아야지 다짐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 바람 때문입니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지 않는 한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걸 이제쯤엔 압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 그것이 기쁨이요, 껍질을 벗는 것이요, 결국 참 나를 만나는 길임을 또한 압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 하여도 내가 좋은 사람이 되지 않는 한 나는 그를 만날 수가 없습니다. 만난다 해도 그건 만남이 아니요 덧없는 스침에 불과하겠지요. 좋은 사람과의 만남, 그 만남을 놓치지 않기 위해 좋은 사람 되려고 애쓰며 삽시다. - (1993년) 2021. 1. 23. 이전 1 ··· 76 77 78 79 80 81 82 ··· 29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