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687 새소리 신동숙의 글밭(316) 새소리 아침에 새소리를 들었다몇 년만에 듣는 반가운 기척 창문을 시스템 창호로 바꾼 후새소리 알람시계는 끄고 살았는데 좀 전에 비가 오는가 싶어서부엌 쪽창을 조금 열어두었더니 겨우 그 한 뼘 틈새로집 안으로 들어온 새소리가 갈빗대 빗장 틈새로밤새 닫힌 가슴 쪽문을 연다 새벽 하늘을 깨우며새날을 알리는 첫소리 새아침을 울리는새소리는 늘 새 소리 새는 날마다 새로운 길새 하늘을 난다 2021. 1. 27. 주인공 한희철의 얘기마을(214) 주인공 우리가 흔히 범하는 잘못 중의 하나는 주인공을 잊어버리는 일이다. 어떤 일로 몇 사람이 모였다 하자. 늘 그런 건 아니지만 모이는 자리엔 누군가 주인공이 있기 마련이다. 생일을 맞았다든지, 이사를 했다든지, 아프다든지, 기쁜 일 혹은 슬픈 일이 있다든지, 조금만 생각해 보면 누가 그 자리의 주인공인지를 어렵지 않게 알 수가 있다. 그런데 종종 우리는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잊고 엉뚱한 얘기들만 늘어놓는 경우가 있다. 엉뚱한 사람이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엉뚱한 주제가 당연히 나눠야 할 대화를 가로채기도 한다. 그리고 돌아설 땐 허전하다. 그 허전함은 돌아서는 사람 뿐 아니라 그날의 주인공인 사람에게는 더욱 클 것이다. 누군가를 주인공으로 세우는 일, 어색함 없이 누군가의 삶.. 2021. 1. 27. 소유는 적으나 존재는 넉넉하게 한희철의 얘기마을(213) 소유는 적으나 존재는 넉넉하게 쌓인 우편물을 정리하다 보니 길호가 쓴 메모지 한 장이 있다. 단강에서 처음 목회를 시작할 때, 마침 빈 집을 다녀가게 된 수원종로교회 청년들 몇이 남긴 메모였다. 사택이랄 것도 없이 더없이 허름했던 흙벽돌 집. 작은 골방 앞에 써 붙여 둔 짧은 글 하나가 있었다. 그 당시 나를 지탱해 주던 글이었다. 그 글을 눈여겨 본 녀석은 다시 한 번 그 글을 적은 뒤 다음과 같이 썼다. “오늘도 한 수 배우고 갑니다.” 잊었던 기억. 묻혀뒀던 글, - (1993년) 2021. 1. 26. 어떤 맹세 한희철의 얘기마을(212) 어떤 맹세 오직 한분당신만이 이룰 수 있는 세상입니다.뜻밖의 아름다움견고한 눈부심세상은 스스로도 놀랍니다. 하늘 향해 선 나무가기도를 합니다.가장 조용한 언어로몸 자체가기도가 됩니다.나무와 나무가 무리지어 찬미의 숲을 이루고투명한 숲으론차마 새들도 선뜻 들지 못합니다. 세상사 어떠하듯 난 이 땅버리지 않았다는버릴 수 없다는거룩한 약속모두가 잠든 사이 서리로 내려무릎 꿇어 하늘이 텅 빈 땅에 입을 대는빛나는 아침,당신의 음성을 듣습니다.벅차 떨려오는 당신의 맹세를두고두고 눈물로 듣습니다. - (1993년) 2021. 1. 25. 봄자리 - 정월달 지신밟기 신동숙의 글밭(315) 봄자리 - 정월달 지신밟기 언 땅으로걸어갈 적에는 춥다고 움추린 손날개처럼 펼치고 꼭 잡은 손서로가 풀어놓고 빈 손은 빈 가지처럼 빈탕한데서 놀고 두 발은정직한 땅으로 뿌리를 내리는 일 언 땅으로 내딛는 걸음마다 하나 하나 씨알처럼 발을 심는 일 학이 춤을 추듯이돌잡이 첫걸음 떼듯이 두 손 모아 기도하듯이햇살이 언 땅을 품듯이 발걸음마다 감사를 심으며 발걸음마다 사랑을 심는 일 정월달 지신밟기 지나간언 땅 자리마다 새싹이 기지개를 켜며새로운 눈을 뜨는 봄자리 2021. 1. 25. 좋은 사람 한희철의 얘기마을(211) 좋은 사람 좋은 사람으로 살아야지 다짐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 바람 때문입니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지 않는 한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걸 이제쯤엔 압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 그것이 기쁨이요, 껍질을 벗는 것이요, 결국 참 나를 만나는 길임을 또한 압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 하여도 내가 좋은 사람이 되지 않는 한 나는 그를 만날 수가 없습니다. 만난다 해도 그건 만남이 아니요 덧없는 스침에 불과하겠지요. 좋은 사람과의 만남, 그 만남을 놓치지 않기 위해 좋은 사람 되려고 애쓰며 삽시다. - (1993년) 2021. 1. 23. 골방 신동숙의 글밭(314) 골방 마음껏 슬퍼할 수 있는나의 방으로 간다 마음껏 아파할 수 있는 나의 방으로 숨는다 일상 뒤에 숨겨온 슬픔과 아픔을 우는 아기 달래듯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관상의 기도 그 사랑방으로 돌아간다 한밤중에 방바닥으로 몸을 기대면한몸 기댈 방 한 칸 없는 이웃들이 먼저 떠올라 밤하늘 별이 되어 글썽이고 마음 한 자락 기댈 내면의 골방도 없이일상에 떠밀려 살아가는 이웃들이 이 땅에는 얼마나 많은가 하루 동안 쌓아올린 마음을 허무는 밤나의 골방은 그대로 하늘로 열린다 이제는 나의 것인지너의 것인지도 모를 슬픔과 아픔이지만 그렇게 별처럼 미안한 마음까지 더해지면슬픔과 아픔과 미안한 마음이 한데 뒤섞여 흐른다 숨으로 돌아오는 순간마다 고마운 마음이 샘솟아 가슴에는 한 줌 숨이 머문다 2021. 1. 22. 근심의 무게를 줄이는 법 근심의 무게를 줄이는 법 “내가 하나님 안에서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 안에서 하나님을 보는 날이야말로 영적 각성의 날이다.“(막데부르크의 메히틸트) 주님이 주시는 평강이 교우 여러분들과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대한大寒 절기에 접어들었습니다. 겨울의 마지막 절기라지요? “설중雪中의 봉만峯巒(봉우리 모양을 한 산)들은 해 저문 빛이로다”. 머리에 흰 눈을 이고 있는 산을 바라보면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땅의 현실이 팍팍하기 때문일까요? 설산은 마치 신비의 세계로 통하는 문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경이의 눈으로 세상을 볼 때 우리는 하늘의 광채를 보게 됩니다. 괴테가 “모든 산봉우리에는 정적이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진실을 보았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의 첫 번째 환자가 발생한 지 벌써 1년.. 2021. 1. 22. 딱한 행차 한희철의 얘기마을(210) 딱한 행차 저런 저런저 딱한 행차 좀 보게찬바람 부는 겨울 길가장자리 잰걸음안 그런 척허리춤 꿰차고 가는 비료 부대가말로 듣던 그 쌀부대 아닌가 읍내 다방 드나드는 재미에 빠져집안 쌀 다 퍼 나른다더니바로 저 모습일세 신사 아니랄까시커먼 와이셔츠 구닥다리 넥타이새끼 꼬듯 매긴 맸다만시중드는 아가씨제 몸 이뻐 그러는 줄 정말인줄 아는가 부지 들고 가는 저 쌀이 무슨 쌀인데남 안 지는 거름지게허리 휘게 날라 진노총각 두 아들 품 팔아 받아온 땀 같고 피 같은 쌀 아닌가일도 없는 한 겨울 넘겨야 할 양식 아닌가 한 톨이라 잃을까 조심으로 일어야 할 쌀을 들고가느니 읍내 다방아주 늙어 그런다면 망령이라 말겠지만맨 정신인기여저게 막대기지 사람인겨 뒤통수 박히는 따가운 욕뒤돌지 않으면 피.. 2021. 1. 22. 이전 1 ··· 79 80 81 82 83 84 85 ··· 29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