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306 어린쑥 신동숙의 글밭(94) 어린쑥 지금쯤 강변 둑엔 어린쑥이 올랐을 텐데 봄햇살 등지고 쪼그리고 앉아서 한참을 손톱으로 뜯어도 겨우 한 줌이던 작은 공처럼 주머니에 넣었다가 저녁밥 지을 때 된장국에 넣고 끓이면 쑥향에 아득해지던 오래된 그리움 지금도 그 자리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텐데 2020. 2. 28. 봄나들이 갑니다 신동숙의 글밭(92) 봄나들이 갑니다 봄나들이 갑니다 아이들과 함께 거실로 주방으로 자기 방으로 색색깔 봄꽃 잔치 밥상 위에 활짝 꽃 피우기 달래, 당근, 양배추, 다시마, 햄, 김, 김치 끓이고 볶고 삶아서 한바탕 잔치 밥상꽃, 삼 세 번 아들은 라면땅 만들어 먹고 딸은 기름떡볶이 만들어 먹고 설거지산은 누가 누가 기분 좋게 가위바위보, 삼 세 번 엄마는 다정한 선생님 엄마는 핸드폰 방해꾼 목소리는 올라서 산으로 잔소리는 길어져 강으로 고독과 침묵과 평온은 깊이 숨겨둔 보물찾기 하루종일 아이들과 함께 잠들기 전까지 안끝나는 새로운 세상의 코로나 덕에 난생 처음 봄나들이 거실에서 주방으로 자기 방으로 내일은 봄나들이 길에 무엇으로 잔치 밥상꽃 피우나 슬픈 순간엔 눈물웃음꽃으로 기쁜 순간엔 햇살웃음꽃으로 2020. 2. 26. 꽃에도 마음이 있다면 신동숙의 글밭(85) 꽃에도 마음이 있다면 꽃에게 이름이 있는 것처럼 꽃에도 마음이 있다면 감사꽃 믿음꽃 소망꽃 인내꽃 사랑꽃 행복꽃 그러니 아름답게 피어나지 세상의 모든 좋은 마음은 꽃의 마음이 되는 것처럼 우리도 좋은 마음 모으면 꽃으로 활짝 피어날거야 그 꽃은 바로 너의 얼굴에 피어나는 웃음꽃 미소꽃 2020. 2. 19. 봄나무는 꽃으로 잎으로 신동숙의 글밭(84) 봄나무는 꽃으로 잎으로 봄나무는 꽃으로 잎으로 겨울나무를 품는다 겨울나무가 안으로 새봄을 품듯 계절은 이렇게 서열이 아닌 봄 여름 가을 겨울 더불어 살며 걸으며 서로가 서로를 사랑으로 품고 품는다 꽃으로 잎으로 자기 비움으로 늘 새롭게 2020. 2. 18. 겨울나무에게 신동숙의 글밭(80) 겨울나무에게 봄을 품고서 겨울을 지나오셨네요 한 순간도 땅에 내려놓은 적 없이 그 춥고 먼 길을 묵묵히 한결같은 걸음으로 그 사랑 잊지 않을게요 내 작은 가슴에 고이 품고서 고운 꽃으로 피어나 연두빛 무성한 새순이 돋으면 앙상한 겨울나무님, 이제는 우리가 당신을 품을게요 봄 여름 가을을 우리 함께 나란히 걸어가요 2020. 2. 14. 가난, 내 영혼의 떨림으로 다가온 신동숙의 글밭(79) 가난, 내 영혼의 떨림으로 다가온 빛나는 새옷을 사달라고 조르면 엄마는 나보다 못한 사람을 보라고 말씀하신다 나보다 못 입은 사람은 엄마 없는 아이, 집 없는 노숙인 가난한 사람들, 그리고 자발적으로 가난한 사람들 '무소유'로 받은 첫 인세비 50만원을 봉투째 장준하 선생의 부인에게 건네시며 뒤도 안돌아보고 가시던, 돌아가시던 이 세상의 마지막 날 처음으로 길상사에서 밤을 보내신 산골 오두막의 법정 스님 누더기옷 성철 스님 사막의 교부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지하방에서 살아가는 나처럼 가난하지만 행복한 영혼들 고층 아파트의 부유함 속에서도 마음이 가난한 영혼들 10억 인세비를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 하시며, 돌아가시기까지 마을 .. 2020. 2. 13. 제가 사랑하는 건 신동숙의 글밭(76) 제가 사랑하는 건 제가 사랑하는 건 당신의 고독입니다 당신이 홀로 고독 속으로 침잠한 그 깊이 만큼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제가 사랑하는 건 당신의 침묵입니다 당신이 홀로 침묵 속으로 침잠한 그 깊이 만큼 저는 당신을 깊이 사랑합니다 투명한 하늘만 바라보는 꽃과 나무의 가녀린 숨결로 고독과 침묵의 그 좁은 길이 아니고선 제 안에 계시는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저는 도대체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2020. 2. 10. 봄햇살 같아서 신동숙의 글밭(71) 봄햇살 같아서 당신의 눈길이 어둔 가슴을 팔 없이 안아주시는 봄햇살 같아서 당신의 말씀이 메마른 땅을 말없이 적셔주시는 봄비 같아서 당신의 있음이 없는 하늘을 투명히 있게 하는 맑은 봄하늘 같아서 2020. 2. 5. 평온 신동숙의 글밭(70) 평온 들숨 만큼만 채우고 날숨 만큼만 비우면 몸과 마음이 머물러 평온한 자리 내 곁을 맴도시던 하나님 앉으실 푸른 하늘숨 모은 하얀 구름 방석 2020. 2. 3. 이전 1 ··· 28 29 30 31 32 33 3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