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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492

예배 금단 현상인가, 예수 따르기인가 신동숙의 글밭(120) 예배 금단 현상인가, 예수 따르기인가 말을 할 수 있는 자격을 말한다면 침묵을 해야 하지만, 예배당 안에서 무리하게 예배 모임을 강행하려는 일부의 교회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된 이야기입니다. 연일 드물게 올라오는 포스팅에 답답한 마음이 가시질 않아서 제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현재 코로나 집단 감염 예방을 위한 공공수칙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현 시국입니다. 그런 중에 일부의 기독교 목회자와 성도들의 모습에서 예배 금단 현상을 보고 있습니다. 중독과 금단 현상이란 곧 나의 신앙이 깨어 있지 못한, 졸음 운전처럼 졸음 신앙이라는 증거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종교란, 나와 이웃의 생명을 살리려, 깨어 있는 사랑이 될 때에만, 존재의 의미를 지닐.. 2020. 3. 26.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장 연약한 생명에게 신동숙의 글밭(119)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장 연약한 생명에게 한 사람의 역할이 한 가지는 아닙니다. 생활하는 환경과 만나는 사람이 다양한 만큼, 다양한 역할이 때론 다양한 인격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교회 안에선 순한 사람이 가정에선 엄한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저 역시 부족한 사람이다 보니 아이들한테 목소리가 올라갔다가 이내 후회하기도 합니다. 오래전 독립운동을 하기 위에서 집을 나서던 윤봉길 의사의 바짓단을 붙들고서, "아버지 제발 가지 마세요." 매달린 것은 여섯살 난 그의 어린 아들이었다고 합니다. 아버지의 깊은 뜻을 헤아리기엔 너무나 어린 나이였던 그의 아들에게 윤봉길 의사는 무정한 아버지였겠지요. 아들이 자라고 인생을 살아가면서는 아버지의 깊은 뜻을 헤아릴 수 있었을 테지만, 한국의 독립 .. 2020. 3. 24.
초록 풀밭 교실 신동숙의 글밭(118) 초록 풀밭 교실 산책길을 따라서 초록 풀밭 세상이다 초록 풀밭 교실이 문도 벽도 쉬는 시간도 없이 푸른 하늘처럼 열려 있어요 초록 칠판 여기저기 햇살 분필로 칠하는 곳마다 흰 냉이꽃 푸른 현호색 분홍 광대나물노랑 유채꽃 투명한 이슬 정의로운 풀과 나무들초록 풀밭 교실에는 햇살 담임 선생님이 계셔서 행복한 초록별 학교에서제 빛깔들 마음껏 뿜으며한껏 피어나는 어린 풀꽃들 잠꾸러기 친구야 이제 그 갑갑한 손바닥 폰세상에서 개구리처럼 튀어 나와 우리 다함께 배우며 뛰놀자 2020. 3. 23.
하얀 목련이 어진 마음으로 피었습니다 신동숙의 글밭(117) 하얀 목련이 어진 마음으로 피었습니다 봄을 들이려고 창문을 열어두었습니다. 방바닥이 가루로 버석입니다. 어김없이 찾아온 불청객 황사입니다. 황사가 방 안에까지 찾아오던 날, 마당에 돌담 위 하얀 목련은 최선의 모습으로 환하게 피었습니다. 하얀 날개를 단 흰새처럼, 백의의 천사 간호사들의 하얀 마스크처럼, 뛰어 다니는 국립검역원들의 흰방역복 날개처럼, 숨 돌릴 틈 없이 코로나 반응 검사를 하는 의료진들의 김 서린 하얀 땀방울처럼, 흰 꽃등처럼 하얗게 피었습니다. 머리가 하얀 할머니는 목련이 기침에 좋다며, 목련꽃이 피는 내내 꽃잎처럼 연한 말씀을 하십니다. 목련꽃 봉오리와 목련 꽃잎을 차로 마시면 목이 환하게 시원해진다고도 합니다. 코로나의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시는 모든 분들에게,.. 2020. 3. 22.
강아지 분유 먹이기 신동숙의 글밭(116) 강아지 분유 먹이기 시골 할아버지 집에 백순이가 새끼를 낳았습니다. 백순이는 진돗개 어미입니다. 다섯을 낳았는데, 셋만 살아남았습니다. 아들은 주말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듯했습니다. 용돈을 챙겨서 강 건너로 강아지 젖병을 사러간다며 마스크를 쓰고 자전거를 타고서 쌩 집을 나가기도 했습니다. 강아지 분유를 사야한다며 저 혼자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유튜브로 뭘 그리 열심히 보는가 싶었더니, 강아지 분유 타는 방법입니다. 토요일 아침, 제일 먼저 일어나서는 아빠를 깨웁니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습니다. 얼른 가서 강아지 세 마리를 품에 안고서 분유 젖병을 입에 물려 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때론 엄마의 밥 그릇에 있는 밥까지 푹 떠가는 식탐꾸러기 아들에게서 신기하게도 모성애를 봅.. 2020. 3. 21.
천 번 휘저어 계란말이 만들기의 고요함 신동숙의 글밭(115) 천 번 휘저어 계란말이 만들기의 고요함 하루 온종일 두 자녀와 함께 집 안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점점 고요함이 사라져가는 것만 같습니다. 처음에는 틈틈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려고 잠시 방으로 들어가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거실에서 들려오는 텔레비젼 소리와 아들의 박장대소에 고요함은 이내 달아나 버리고 맙니다. 새벽까지 핸드폰과 마주보던 딸아이도 느즈막이 일어나서는, 저녁이 가까워 올수록 몸에선 힘이 펄펄 나는가봅니다. 그래도 겨울방학 땐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큰 아이는 영·수 학원을 다니고 있었고, 아들도 학습지 학원과 복싱장을 다니고 있어서 그래도 틈틈이 숨통은 트였으니까요. 오늘도 뭔가 모르게 몸에서 기가 다 빠져나가는 느낌입니다. 가만 앉아 있어도 언제 어디서 무슨 일.. 2020. 3. 20.
무엇을 심든지 신동숙의 글밭(114) 무엇을 심든지 봄이다 무엇을 심을까 기다리고 있는 황토밭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코로나가 오나 감자, 고구마 고추, 상추, 깻잎 무엇을 심든지 모두가 제 발로 설 테지요 2020. 3. 19.
봄이 찾아온 골목길을 신동숙의 글밭(113) 봄이 찾아온 골목길을 봄이 찾아온 골목길을 걷다가 멈칫 멈추어 다시 걷다가 아예 쪼그리고 앉았다가 노란 민들레 빨간 광대나물 노란 꽃다지 보라 제비꽃 하얀 냉이꽃 내 어릴적 골목 친구들 어쩜 이리도 변함없이 가까이도 있니 어쩌면 풀꽃들은 태초부터 모든 아이들의 다정한 골목 친구인지도 봄이 찾아온 골목길에 바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살아 있는 말씀들 2020. 3. 18.
한 사람이 모두가 되기까지 신동숙의 글밭(112) 한 사람이 모두가 되기까지 이 사회에서 제 자신의 가치를 화폐만으로 환산하려는 일이, 이제 저에겐 시대에 뒤떨어진 진부한 일이 됩니다. 스스로를 겸손함으로 붙들어 메두려함도 아니요. 교만함으로 떠벌리듯 자랑하려함도 아닙니다. 비록 걸친 옷은 촌스럽지만, 가치 의식 만큼은 최첨단 기술을 추구하니까요. 시대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거듭 제 자신을 비추어봅니다. 자연과 지성의 거울들과 역사와 스스로의 양심에 비추고 또 비추어 하늘을 보듯 늘 바라보려 합니다. 이미 스스로의 가치를 화폐만으로 환산하지 않으며,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가시는 분들을 많이도 보아오고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광고를 하지 않기에 세상에 잘 드러나지 않을 뿐입니다. 마치 유유히 흐르는 강물 속 깊은 물처럼, 구름 .. 2020. 3.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