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503 못다한 말들이 가슴에 소복이 쌓이면 신동숙의 글밭(86) 못다한 말들이 가슴에 소복이 쌓이면 못다한 말들이 가슴에 소복이 쌓이면, 발이 푹푹 빠지는 눈밭을 걸어가는 것만 같습니다. 앞으로 단 한 걸음 내딛기도, 단 한 줄의 말을 꺼내기에도 힘에 부칩니다. 그럴때면, 말 할 줄을 몰라서 하염없이 바라보던 유년 시절의 하늘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언제나 푸른빛 가을 하늘입니다. 그대로 밖으로 향하던 시선을 안으로 거둡니다. 가슴 한 복판에 예수의 마음을 품고서, 한 점 해처럼 달처럼 별빛처럼 떠올려봅니다. 추운 날 아침, 십원짜리 동전을 들고서 뛰어 올라가던 산비탈길 점방 앞에 발그레한 연탄불처럼 예수는 언제나 따뜻하게 반깁니다. 얼었던 눈이 녹듯, 메마른 샘에서 물이 차오르듯 울컥 흐릅니다. 그대로 눈물이 되어 흐르면, 한 순간 나는 봄이 됩.. 2020. 2. 20. 꽃에도 마음이 있다면 신동숙의 글밭(85) 꽃에도 마음이 있다면 꽃에게 이름이 있는 것처럼 꽃에도 마음이 있다면 감사꽃 믿음꽃 소망꽃 인내꽃 사랑꽃 행복꽃 그러니 아름답게 피어나지 세상의 모든 좋은 마음은 꽃의 마음이 되는 것처럼 우리도 좋은 마음 모으면 꽃으로 활짝 피어날거야 그 꽃은 바로 너의 얼굴에 피어나는 웃음꽃 미소꽃 2020. 2. 19. 봄나무는 꽃으로 잎으로 신동숙의 글밭(84) 봄나무는 꽃으로 잎으로 봄나무는 꽃으로 잎으로 겨울나무를 품는다 겨울나무가 안으로 새봄을 품듯 계절은 이렇게 서열이 아닌 봄 여름 가을 겨울 더불어 살며 걸으며 서로가 서로를 사랑으로 품고 품는다 꽃으로 잎으로 자기 비움으로 늘 새롭게 2020. 2. 18. 지복직관(至福直觀) 신동숙의 글밭(83) 지복직관(至福直觀) 다양한 세상에서 내가 의지하는 것은 진리와 나 자신의 직관이다. 언제나 자연을 보며 호흡을 고르고, 모든 관계의 첫걸음은 사람의 말을 믿는 일이다. 어느 누군가로부터 불신이 생길지라도 언제나 우선 사람의 말을 믿는다. 그 이유는 상처나 과거의 기억 때문에, 나를 보호하려는 어린 마음으로 내 눈에 색안경을 끼게 되면 정말로 좋은 얼굴이 내 눈 앞에 나타난다 할지라도, 있는 그대로 알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그처럼 애석한 일도 없을 테니까. 거짓된 마음으로 다가오는 경우에도 그의 말을 믿는 일이 우선이 된다. 그런 경우엔 때가 되면, 말을 믿는 징검돌이 튼튼해서 저절로 모든 게 밝혀지게 되어 있는 법이다. 상대의 말이 바뀜으로 인해서. 나에게 진리는 예수다.. 2020. 2. 17. 수도원에서 1박 2일 신동숙의 글밭(82) 수도원에서 1박 2일 성 베네딕토 왜관 수도원 분원에서 1박 2일을 보내게 되었다. 토머스 머튼의 영성과정은 이미 신청이 마감되었다고 한다. 선배님들 얘기론 간혹 사정이 생겨 빈 자리가 나기도 한대서 혹시나 싶어 전화를 드렸더니, 빈 방이 있지만 좀 추울 텐데 그래도 괜찮으시겠냐고 물으신다. 하룻밤 추운 방에서 지내는 경험도 익숙함에 묵은 정신을 깨우기엔 좋은 환경이다 싶어 흔쾌히 승낙과 함께 감사 인사를 드렸다. 여러 번 강론을 들으러 오면서, 낮에 방문들이 활짝 열려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좁다란 방에 나무 책상 하나, 철재 의자 하나, 일인 침대가 양쪽 벽으로 나란히 놓인 모습을 맑고 신선하게 들여다 보곤 했다. 방문에서 정면으로 나무 책상이 먼저 보인다. 오래된 나무 창.. 2020. 2. 16. 가슴에 맴도는 말에게, 글방을 만들어 주는 일 신동숙의 글밭(81) 가슴에 맴도는 말에게, 글방을 만들어 주는 일 누구나 살아오는 동안, 가슴 속에 오랜 동안 맴도는 이야기가 하나쯤은 있는 것 같습니다. 일상 속에 묻혀 하루 하루를 지내다가도 문득 수면으로 떠오르는 이야기. 유년의 기억이지만 흰머리가 성성한 노년이 되기까지 세월 속에 잊혀지기보다는 더욱 선명히 떠오르는 이야기들. 어느 분으로부터 교정 의뢰를 받았습니다. 미국에 살고 계신 80세가 넘으신 할머니의 이야기입니다. A4 10장 분량의 원고에 이야기는 6.25 동족상잔 때 이북에서 피난을 내려오시며 만난 사람들과 부산 피난민 시절까지 이어집니다. 이제 70년이 지나는 이야기 속에는 그때 나눈 대화가 생생하기만 합니다. 마치 어제 들은 이야기처럼요. 권정생 선생님의 시대를 보는 것 같기도 합.. 2020. 2. 15. 겨울나무에게 신동숙의 글밭(80) 겨울나무에게 봄을 품고서 겨울을 지나오셨네요 한 순간도 땅에 내려놓은 적 없이 그 춥고 먼 길을 묵묵히 한결같은 걸음으로 그 사랑 잊지 않을게요 내 작은 가슴에 고이 품고서 고운 꽃으로 피어나 연두빛 무성한 새순이 돋으면 앙상한 겨울나무님, 이제는 우리가 당신을 품을게요 봄 여름 가을을 우리 함께 나란히 걸어가요 2020. 2. 14. 가난, 내 영혼의 떨림으로 다가온 신동숙의 글밭(79) 가난, 내 영혼의 떨림으로 다가온 빛나는 새옷을 사달라고 조르면 엄마는 나보다 못한 사람을 보라고 말씀하신다 나보다 못 입은 사람은 엄마 없는 아이, 집 없는 노숙인 가난한 사람들, 그리고 자발적으로 가난한 사람들 '무소유'로 받은 첫 인세비 50만원을 봉투째 장준하 선생의 부인에게 건네시며 뒤도 안돌아보고 가시던, 돌아가시던 이 세상의 마지막 날 처음으로 길상사에서 밤을 보내신 산골 오두막의 법정 스님 누더기옷 성철 스님 사막의 교부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지하방에서 살아가는 나처럼 가난하지만 행복한 영혼들 고층 아파트의 부유함 속에서도 마음이 가난한 영혼들 10억 인세비를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 하시며, 돌아가시기까지 마을 .. 2020. 2. 13. 김기석 목사님의 365일 날숨과 들숨(1, 2, 3)을 어떻게 읽을까 신동숙의 글밭(78) 김기석 목사님의 365일 날숨과 들숨(1, 2, 3)을 어떻게 읽을까 제가 읽으며 마음에 자유를 얻는 방법 하나를 공유해드립니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도 좋지만, 그러다가 많은 분량 앞에 자칫 의무감으로 빠질 수 있기에, 늘 새롭게 읽을 수 있는 방법 하나를 소개해드립니다. 글을 읽는 행위 그 자체로 읽는 마음에 자유함을 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물론 선택도 어디까지나 자유입니다. 자유로우신 하나님의 자유 안에서, 자유롭게 순간마다 마음에 와 닿는 제목을 선택해서 읽다 보면, 그 글숲 산책길이 자연스레 진리 안에서 자유로운 사랑의 순례길로 아름답게 흐를 테니까요. - 1월~12월 날짜별 목차에서, 1. 그때마다 마음에 와 닿는 제목을 고릅니다.(책장 앞에 선 듯) 2. 목차.. 2020. 2. 12. 이전 1 ··· 44 45 46 47 48 49 50 ··· 5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