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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99

남은 자의 몫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05) 남은 자의 몫 한 달에 한 번 찾아가 예배를 드리는 회사가 있다. 오래 전부터 이어오는 모임인데, 점심시간 회의실에 모여 예배를 드린다. 바쁜 시간을 쪼개 예배하는 모습이 소중하게 여겨진다. 정릉에서 회사까지는 40여 분 시간이 걸린다. 도중에 길이 막히면 시간을 장담할 수가 없어 대개는 여유를 두고 길을 나선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을 하면 잠깐 들르는 곳이 있다. 회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보름산미술관’이다. ‘보름산미술관’은 이름만큼이나 정겹고 평온한 공간이다. 참나무 주변으로 찻집을 겸하고 있는 건물도 그렇고, 그보다는 손님을 맞는 주인장 내외가 그렇다. 두 달을 굶듯 건너뛰고 이번 달에는 들를 시간이 되었다. 미술관 앞으로 벌어지고 있는 대규모의 아파트 단지.. 2020. 2. 21.
학예회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04) 학예회 당연히 나를 포함할 말이지만, 이따금 목사나 정치인들의 언행을 보면 유치원 학예회 생각이 날 때가 있다. 어찌 저런 생각을 할까, 누가 봐도 우스꽝스러울 일을 어찌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가 있을까 싶을 때가 있다.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들 스스로 유치한 존재이든가, 다른 사람들을 유치한 존재로 보든가. 2020. 2. 19.
순종, 순명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03) 순종, 순명 기독교인치고 순종이나 순명을 모르는 이가 얼마나 될까? 나를 부정하고 주의 뜻을 따르는 일, 거룩하고도 아름다운 일이다. 나를 부정하는 만큼 주님의 영역이 넓어진다. 순종과 순명을 맹종으로 가르치는 것은 나쁜 일이다. 하나님의 선한 백성들을 도구로 전락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순종과 순명을 익히 알면서도 정작 그것이 필요한 순간 외면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고개 숙여 순종해야 할 때 뻣뻣한 목으로 거역을 한다면 말이다. 성경지식으로 순종이라는 말을 알거나 가슴의 훈장처럼 순명이라는 말을 달고 다닌다면, 그것은 하나의 그럴듯한 장식물일 뿐이다. 당연한 듯 빛나지만 생명이라고는 없는. 중요한 것은 매 순간 순종과 순명의 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2020. 2. 18.
한바탕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02) 한바탕 한바탕 꿈을 꾸고 나면 그게 한 세상일 것이다. 내가 나비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내 꿈을 꾼 것인지, 장자가 내 꿈에 나타난 것인지, 내가 장자 꿈을 빌린 것인지, 때로는 꽃길을 걷기도 하고, 때로는 낭떠러지에 떨어지기도 하고, 꿈에도 그리던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창을 든 이에게 쫓기기도 하고, 길몽도 있고 흉몽도 있지만 한바탕 꿈을 꾸고 나면 한 세상일 것이다. 가물가물 봄날 가듯 한 생이 갈 것이다. 2020. 2. 17.
잘 익은 소나무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01) 잘 익은 소나무 소나무에 대해 물었던 것은 최소한의 지식을 얻기 위해서였다. 조경 일을 하는 홍 권사님께 한 두 마디만 들어도 소나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겠다 싶었던 것이다. 인우재 앞에는 소나무가 몇 그루 서 있는데, 산에서 씨가 떨어져 자란 작은 것을 캐다 심은 것이 시간이 지나며 제법 자란 오른 터였다. 나무가 잘 자란 것은 좋은데, 문제는 앞산을 가리는 것이었다. 인우재에선 마루에 앉아 앞산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쏠쏠한데, 산을 가로막고 있으니 답답했다. 나무를 다듬을 줄은 모르고 이참에 밑동을 잘라내야 하나 싶어 권사님의 의견을 물었던 것이었다. 이야기를 들은 권사님은 나무를 봐야지 대답을 하지 않겠느냐며 기꺼이 시간을 냈다. 권사님과 함께 인우.. 2020. 2. 16.
그들 자신의 죽음을 주십시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00) 그들 자신의 죽음을 주십시오 마음으로 가는 길이 진짜 길이다. 단강으로 가는 길은 가르마처럼 훤하다.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가 여주에서 빠져나가 점동을 거쳐 남한강을 건너면 강원도의 초입 부론을 만난다. 부론을 벗어나면 이내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 오른쪽을 택하면 강가 길을 따라 가고, 왼쪽을 택하면 자작 고개를 넘어간다. 그렇다고 갈림길에서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은 어느 길을 택해도 길은 정산에서 다시 만나 단강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부론에서 자작 고개 쪽으로 향하다 보면 길 왼쪽 편에 산수골이라는 마을이 있다. 산수골엔 언제부턴가 ‘꿈꾸는 산수골’이 자리를 잡았다. 은퇴를 한 이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꿈꾸는 산수골을 이루었다. 그 중심에는 이도형 씨가 있다.. 2020. 2. 15.
종들의 모임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99) 종들의 모임 새해 들어 시작한 모임 중에 ‘신앙강좌’가 있다. 한 달에 한 번 외부 강사를 초청하여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믿음의 보편성과 깊이를 얻을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 두 번째 시간, 지강유철 전도사님으로부터 장기려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의 저자, 누구보다 장기려 선생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줄 적임자라 여겨졌다. 거기에 더해 장기려를 아는 이들이 안타까울 만큼 적었다. 강의 전 잠깐 차 한 잔을 나누는 시간,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장기려 선생이 교회를 떠나 마지막으로 향했던 ‘종들의 모임’이 어떤 곳인지가 궁금했었다. 들려준 이야기 중 마음 깊이 와 닿은 대목이 있었다. 장기려는 대뜸 기존의 교회를 등지고 종.. 2020. 2. 14.
자화상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98) 자화상 인우재를 다녀오는 길에 그림 한 점을 가져왔다. 오랫동안 인우재에 걸어두었던 그림인데, 비어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액자 안에 습기가 찼다. 아무래도 표구를 다시 하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먼지를 닦으며 그림을 마주하니 옛 일이 떠오른다. 오래 전 일이다. 김정권 형이 목회를 하던 신림교회를 찾은 일이 있다. 새해를 맞으며 드리는 임원헌신예배에 말씀을 나누기 위해서였다. 예배를 마쳤을 때, 정권 형이 화가 이야기를 했다. 인근에 젊은 화가가 사는데, 한 번 만나러 가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기꺼이 동행을 했고, 그렇게 김만근이라는 화가를 만나게 되었다. 수북이 쌓인 눈길을 뚫고 당도한 그의 집은 치악산 산자락에 자리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보아도 허름하고 허술한 농.. 2020. 2. 13.
생명을 지키면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97) 생명을 지키면 두 주 전부터 예배실 앞에 있는 탁자 위에는 작은 화분 하나가 놓여 있었다. 노란색 꽃을 피운 화분이었는데, 저만치 떨어져 볼 때 그 꽃이 생화인지 조화인지 모를 만큼 꽃을 가득 피워 올린 상태였다. 일부러 다가가서 보니 분재였다. 구불구불 비틀어진 몸이 저가 견뎌낸 세월이 얼마쯤일까 궁금증을 자아냈다. 꽃을 보니 영춘화였다. 정릉교회 담장을 따라 여인의 긴 머리카락처럼 늘어져 있는 영춘화가 화분에 활짝 피어 있었다. 예배드리러 오는 교우들에게 어서 오라며 환한 웃음을 건네는 것 같이 빙긋 웃음이 났다. 꽃을 보며 감탄하고 있을 때 마침 지나가던 홍 권사님이 내게로 다가왔다. 조경 일을 하면서 정릉교회 조경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권사님이다. 분재는 권사님이 가.. 2020. 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