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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490

용담정 때죽나무 앉을 자리를 찾느라 여러 날 궁리를 하다가 수운 선생의 숨결이 깃든 경주 구미산 용담정으로 계곡을 따라서 오르는 오름길에는 산길을 따라서 길벗처럼 서 있는 때죽나무 하얀 꽃이 피어 있고 더러는 땅에 내려앉아 있고 냇물에 내려앉아 다시 핀 하얗게 숨이 차오르지 않도록 앞서 가려는 야망에 빨리 가려는 욕망에 발걸음마다 고삐를 늦춘다 어디쯤에 잠시 머물러 나를 내려놓고 거칠어진 숨결을 고를까 해가 서산으로 기울기 전까지 2022. 5. 21.
정의야, 내가 널 지켜줄게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주신 우리들의 노랫소리가 입에서 입으로 가슴에서 가슴으로 부르고 또 부르는 이 땅에 머리 둘 곳 없는, 정의야 이 깊은 밤에도 나는 깨어서 속울음을 운다 소리도 없이 문득 바라보면 울고 있는 건, 가슴이다 참되고 바른 너를 푸르고 밝은 너를 검게 더럽히고 까맣게 무시하며 비웃고 조롱하는 가짜 인생의 얼굴들이 떠올라 이 밤에도 나는 눈을 감지 못하고 있어 그렇지만 나는 한 번도 너를 내 텅 빈 가슴에서 내려놓은 적이 없단다 이렇게 애통하는 밤에도 내가 지금 숨을 쉴 수 있는 건 너를 품어 안으면 내 가난한 가슴도 따뜻하여서 좌로 우로 밤새 몸을 뒤척이면서도 새 날이 온다는 걸 새 아침이 온다는 걸 그리하여 해처럼 환한 얼굴로 부시시 잠에서 깨어날 참된 너의 얼굴을 마음으로 그리고 또.. 2022. 5. 20.
아들에게 과일칼을 주면서, 권력을 생각하게 된다 중1이 된 아들에게 과일칼을 주면서 이제는 스스로 사과를 깎아 먹으라고 말했다 그리고 몇 가지 주의할 점을 알려주었다 다치지 않도록 살살 다루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칼날을 세우지 말고 사용 후 잠시 칼을 내려놓을 때도 칼끝이 사람이나 생명을 향하지 않도록 사실 이러한 몇 가지의 다짐은 칼자루를 잡을 때마다 내 가슴속에서 잔잔히 일렁이는 내면의 소리다 아들이 어려서부터 장난감 총과 칼과 화살을 사달라고 조를 때가 있었다 마음 약한 아빠가 마지 못해 사줄 때면 엄마는 반드시 한 가지의 제안을 두었다 만약 총과 칼과 화살이 장난으로라도 사람이나 말 못하는 강아지나 움직이지 못하는 풀과 나무, 그 어느 한 생명한테라도 총과 칼과 화살의 끝이 향하기만 해도 엄마가 그 자리에서 곧바로 빼앗아서 뚝 잘라 쓰레기통에 .. 2022. 5. 16.
퇴임식은 파란 하늘빛, 취임식은 붉은 노을빛 2022년 5월 9일 청와대 퇴임식 후 퇴근길 2022년 5월 10일 취임식 장소들과 신라호텔(삼성)까지 퇴임식 후 퇴근길과 귀향길마다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들이 푸른 바다 취임식에는 초청장 손에 흔들며 파도를 쳐도 검문한다며 행사장 밖에서 발만 동동거린 노인들이 붉은 노을빛 대통령 자리바꿈을 두고 펼쳐진 대한민국의 진기한 풍경 고향으로 내려가는 퇴임길마다 파란 하늘빛 혈세잔치 줄줄 세는 취임식 장소들마다 붉은 노을빛 오늘 하루도 방송을 안 보려고 아예 세상사에는 등을 돌리려고 대신 도올 김용옥 선생님의 도마복음과 비교종교학자 오강남 교수님의 도마복음과 다석님의 신화를 벗은 예수(도마복음) 강의를 두루두루 번갈아 들으며 충만한 시간을 보내려 했건만 늦은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 켜 놓은 텔레비전이 내 .. 2022. 5. 11.
나에게 있어 모두가 좋은 밥을 먹다가 이 밥이 어디에서 왔는지 이 밥을 먹지 못하는 이가 어딘가에 있지는 않은지 한 숟갈 한 숟갈 밥으로 생각을 잇다 보면 밥을 많이 갖는 일이 나에게 있어 좋은 것만은 아니게 된다 좋은 옷을 입다가 이 옷이 어디에서 왔는지 허름한 옷을 입은 이에겐 상처가 될 수도 있음을 한 올 한 올 옷으로 생각을 잇다 보면 좋은 옷을 입는 일도 나에게 있어 좋은 것만은 아니게 된다 나의 열심이 너에게 폭력이 될 수 있음을 나의 꿈과 성취가 너에게 상실이 될 수 있음을 이처럼 밥과 돈과 학력과 권력과 명예와 지위 이 땅에 쌓는 모든 것들을 잇고 잇다 보면 나에게 있어 너에게 없는 것이라면 나에게 있어 모두가 좋은 건 아니게 된다 그렇다면 나에게 있어 모두가 좋은 건 무엇일까? 윤동주 시인의 '잎새에 이는 바람에.. 2022. 5. 4.
빛고을 광주, 5월이면 붉은 꽃 하얀 꽃 5월이면 우리 마을 집집마다 담장에는 붉은 장미가 피어나고 이어서 손꼽아 사나흘 뒤면 마을 뒷산으로 "뻐꾹", 뻐꾸기가 찾아온다. 우리 마을엔 그렇게 해서 초여름이 시작된다. 영화 를 보고서야 4·19와 5·18에 대한 의문점들에 대하여 다시금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하나씩 역사의 퍼즐이 맞추어지기 시작하였다. 내가 부산의 한 인문대로 진학한 후로 과방에서는 늘 한겨레 신문만 펼쳐져 있었다. 학생들 사이에서 믿고 읽는 출판사는 창작과 비평사, 문학과 지성사라는 말이 유행처럼 돌았다. 하지만 최근에 본 한겨레도 전처럼 믿음직스럽지는 못하다. 10억의 인세비를 자신의 안일을 위해선 한 푼도 쓰지 않으시고, 돌아가신 후 마을 사람들에게 가난한 책 할배로 남으신 권정생 선생님이 그래도 한겨레를 믿고서 마지막 유.. 2022. 5. 1.
'검수완박' 없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일제강점기부터 오늘날까지 국가와 국민과 정의를 위해 바르게 존립해야 하는 국가 조직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다 제 손 안에 양손에 쥔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전세계에서도 찾아 볼 수 없을 것이다 (다 찾아보진 않았다. 하지만 이건 상식적으로 보자.) 그건 동네 땅꼬마들 놀이에서도 취하지 않는 형평성과 신빙성에 어긋나는 짓이기 때문이다 법과 정의의 여신이 양손에 든 것은 법전과 저울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검찰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 악습을 포기할 수 없겠다며 어린 아이처럼 떼를 쓰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검찰 조직 저변의 뜻은 전혀 국민을 위함이 아닌 줄 알고 있다 그건 검찰을 위함도 아닌 줄 알아야 한다 법조인도 결국은 국민의 한 사람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가 자유로운 민주주의는 어떤 나라.. 2022. 4. 29.
검수완박 법사위 소위 통과, 이제 시작이다 자다가 문득 눈을 떠 보니 새벽 1시를 넘어가고 있다 손과 눈은 저절로 페북과 다음 뉴스로 한 점 진실을 찾아서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연합뉴스 류미나 기자 우리 개혁의 딸들이 큰일을 해냈구나! 민주당 아빠들, 어서 일어나 일하시라고 응원하더니 우리 어여쁜 개혁의 딸들이 그리고 멋진 아들들이 3월에 한 잎 두 잎 피어나는 봄꽃처럼 하나 둘 모여 거리로 나서는가 싶었더니 "민주당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거리마다 만세 피켓 들고서 목청껏 정의와 평화를 개혁을 노래하더니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문화혁명 BTS를 탄생시킨 원천 아미도 너희들이었지 엄마 딸, 우리 개혁의 딸들 그리고 아들들 너희들이 이렇게 꽃.. 2022. 4. 27.
우리는 없이 살아도 염치를 알았고, 부끄러움을 알았다 언제부터 우리가 돈과 권력이면 다 되던 나라였던가?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내 어릴적에 본 동네 어른들은 그런 분들이 아니었다. 내 어릴적 함께 뛰놀던 땅꼬마들도 그렇지는 않았다. 우리는 없이 살아도 염치를 알았고, 부끄러움을 알았다. 온 동네 구석구석 뛰놀며 술래잡기를 할 때도, 같은 형제, 자매, 남매가 끼리끼리 같은 편이 되려고 하면 너도나도 나서서 큰 소리로 뜯어 말리며 먼저 편을 갈라놓고서 놀이를 시작하였다. 같은 식구끼리 같은 편이 되면 장독대가 깨어진다며 놀려댔다. 그래서 아이들의 놀이에서도 제 가족은 같은 편이 되었던 적이 없었다. 동네 쪼무래기들도 그런 도리를 저절로 알았다. 미국 검찰도 그 정도 쯤은 알고 있는 것 같다. 검찰이 수사권을 가지면, 검찰의 기소권에 신빙성이 떨어지기 때.. 2022. 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