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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를 구입한 이유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12) 책꽂이를 구입한 이유 중고서적을 판매하는 알라딘 서점에 들렀다. 딸 소리가 찾는 책이 있다하기에 겸사겸사 같이 찾았다. 버스를 한 번만 타면 되는 가까운 곳에 중고서점이 있다는 것이 여간 반갑지 않았다. 처음 찾는 곳이었는데, 서점에서는 중고서적은 물론 중고 음반과 문구류 등을 함께 팔고 있었다. 천천히 둘러보다가 그레고리안 찬가를 담은 음반 2장과 책 몇 권을 골랐다. 저렴한 가격이 착하게 느껴졌다. 폐기처분되지 않고 다시 나누어지는 것이 그런 의미로 다가왔다. 서점 안을 둘러보다가 만난 물건 중에는 책꽂이도 있었다. 삼나무로 만들었다는데, 지극히 심플한 구조였다. 바닥면 한 쪽 아래에 턱을 괸, 그것이 전부라 할 수 있었다. 그 약간의 경사로 인해 굳이 양쪽을 다 막지.. 2019. 4. 22.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11)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걸어서 가거나 헤엄쳐 갈 수 있는 곳이 아닌, 다른 별의 고요를 다 데리고 와도 시끄러울 뿐인, 그대가 그대로 있는 것만이 사랑인, 꽃의 말과 새의 말과 사람의 말이 구분되지 않는, 사람도 사랑도 새도 나비도 죽음도 꽃이나 별떼도 하나로 흐르는, 좋다와 싫다가 동의어인, 문자가 없어 마음을 옮겨 적을 수가 없는, 수국의 꽃잎 하나 달기 위해 천년이 흐르는, 밝아서 당신이 보이는, 경상남도 하동군 북천면을 내비게이션으로 치면 찾아갈 수 있는 고유명사이자 시인의 마음에서 새롭게 빚어진 보통명사가 된 북천, 어쩌면 시인 자신일지도 모를 북천에서 온 사람을 두고 시인 이대흠은 이렇게 노래를 한다. 사진/한남숙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이마에서 북천의 맑은.. 2019. 4. 21.
하늘 그물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10) 하늘 그물 새벽기도회를 마쳤을 때 권사님 한 분이 목양실로 찾아왔다. 새벽에 나눴던 말씀 중에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본문이 있었던 것이다. 스가랴 11장이 본문이었는데, 본문 속에 나오는 토기장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잠시 서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간이 괜찮으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권했다. 권사님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처음이었다. 권사님은 당신의 지나온 시간을 이야기했다. 잠깐 사이에 듣는 이야기 속에도 기가 막히도록 어려운 일들이 많았다. 이야기 끝 권사님은 당신은 기도할 때마다 드리는 기도가 있다고 했다. “하나님, 제게 왜 이러십니까? 언제까지 이러실 겁니까?” 권사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권사님께 하늘 그물 이야기를 해.. 2019. 4. 20.
목이 가라앉을 때면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09) 목이 가라앉을 때면 부활주일을 앞두고 두 주간 특별새벽기도회 시간을 갖고 있다. 어떤 모임 앞에 ‘특별’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은 조심스럽다. 졸지에 다른 시간을 특별하지 않은 시간으로 만드는 우를 범하기 때문이다. 적절한 말로 대체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겨진다. 평소에도 갖는 새벽기도회지만 마음가짐이 달라서일까, 평소보다 많은 교우들이 참여를 한다. 평소와는 달리 대표기도, 성경봉독, 특별찬송 등의 순서도 있다. 그런 순서 자체가 마음을 구별하게 만들지 싶다. 기도회를 시작하고 며칠이 지났을 때 목이 칼칼해지기 시작하더니 푹 가라앉고 말았다. 새벽에는 증세가 더 심해져서 말하는 것이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다. 대표기도를 하는 교우가 목사의 성대를 위해서도 기도를 하니 마음에 .. 2019. 4. 18.
치명적인 오류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08) 치명적인 오류 담당자가 보낸 메일을 받고는 당황스러웠다. 매달 ‘내가 친 밑줄’이라는 글을 연재하는데, 지난 3월호에 실었던 내용 중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글 중에 인용한 니체의 말이 실은 니체의 말이 아니라 니체에 대해서 글을 쓴 저자의 말이라는 지적이었다. 설마 그런 중요한 실수를 했을까 싶어 서둘러 라는 책을 찾아보았다. 이런! 그 지적은 맞았다. ‘드러난 것은 드러나지 않은 것보다 적다.’ ‘목소리는 개별자의 것이지만 단어들은 모든 사람들의 것이다. 저자의 문체는 그가 사용하는 단어들을 통해서 그런 것처럼, 그가 피하는 단어들을 통해서도 형태를 갖춘다.’ 니체의 말이라고 인용한 두 문장은 모두 니체의 말이 아니었다. 를 쓴 책의 저자 하인.. 2019. 4. 17.
4월 16일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07) 4월 16일 4월 16일은 마치 정지된 시간처럼 다가온다. 다른 것은 다 흘러갔지만 흐르지 않던, 흐를 수가 없었던 시간이 힘겹게 한 걸음을 내딛는 것처럼 찾아온다. 흐를 수가 없었던 시간이기에 언제나 변하지 않은 아픔의 민낯으로 다가온다. 어떤 이들은 말한다, 이젠 그만 하자고. 그만 하자는 말은 꽤나 점잖은 말, 실은 사납고 섬뜩한 말들이 난무한다. 그것은 마구잡이로 쏘아대는 화살과 같아서 피눈물을 흘리는 이의 가슴에 거듭해서 박히고는 한다. 화살이 박히고 박혀 이미 너덜너덜해진 기가 막힌 가슴들 위로. 왜 사람들은 흘러간 시간의 길이만을 말하는 것일까? 그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는 왜 외면하는 것일까? 이제는 그만하자고 말하는 이들에게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2019. 4. 17.
개구리 함정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06) 개구리 함정 시간이 지나가도 잊히지 않는 일들이 있다. 그 때는 몰랐지만 마음속 뿌리라도 내린 듯 오래 남는 기억들이 있다. 잊힌 듯 묻혀 있다가도 어느 순간 불쑥 떠오르곤 한다. 때를 기다려 눈을 뜨는 땅속 씨앗들처럼. 그런 점에서 따뜻한 기억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진짜 부자인지도 모른다. ‘어릴 적 가족들과 나눈 따뜻한 기억 몇 가지가 평생 우리를 지켜준다.’ 했던 도스토옙스키의 말도 그런 의미 아닐까 싶다. 마음속에 남아 있는 기억 중에는 초등학교 때 일이 있다. 그날따라 종례시간에 들어온 선생님의 얼굴은 무거워 보였다. 오늘은 중요한 일이 있으니 집에 늦게 가야겠다며 밖으로 나가 개구리를 한 마리씩 잡아오라고 했다.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던 것은 이미 땅이.. 2019. 4. 15.
떨어진 손톱을 집으며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05) 떨어진 손톱을 집으며 책상 위에서 손톱을 깎으면 잘린 손톱이 이리저리 튄다. 펼쳐놓은 종이 위로 얌전히 내려앉는 것들도 있거니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튀어 숨는 것들도 있다. 손톱이 잘리는 것도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배제의 아픔일지, 사방으로 튀는 손톱은 비명을 지르는 것도 같다. 손톱을 깎고 나면 눈에 보이는 손톱을 찾아 치우느라 치우지만 때로는 뒤늦게 발견되는 손톱이 있다. 뒤늦게 발견된 손톱을 치우기 위해 취하는 동작이 있다. 두 번째 손가락 끝으로 꾹 누른다. 꾹 눌러 손톱을 들어 올린다. 들어 올린 손톱이 떨어지면 이번에는 조금 더 세게 손톱을 누른다. 누른 만큼, 손가락 끝에 박힌 만큼 손톱은 달라붙는다. 내게서 멀어진 누군가를 받아들이는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 2019. 4. 15.
노동의 아름다움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03) 노동의 아름다움 정릉교회 예배당 맞은편에선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다. 감리교 은퇴 여교역자를 위한 안식관을 짓고 있는데, 담임목사실 창문을 통해 바라보면 공사하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지난 겨울 터를 파기 시작할 때부터 2층을 올리려고 준비하는 지금까지 거의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집을 짓는 모습을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자세히 바라보기는 처음인데, 재미있다. 공정마다 서로 다른 장비와 재료와 인원이 동원된다. 신기하게 여겨지는 장비들이 한둘이 아니다. 분명히 다양한 과정과 일들이 있을 터인데 어떻게 그 과정을 이해하고 주어진 일을 해나가는 것인지, 건축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는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주어진 하루의 일을 하고, 그 하루하루의 결과물이 쌓이면.. 2019. 4.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