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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석 목사의 《말씀의 빛 속을 거닐다》1 깊은 영성의 두레박으로 길어 올린 맑은 물 - 김기석 목사의 《말씀의 빛 속을 거닐다》 - 1. 대학을 마치고 감신대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 동갑내기 동향인 김기석 목사를 만났다. 그의 큰 눈은 지금처럼 깊이 파였고 형형한 빛을 발산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군목의 소임을 위해 입대했기에 깊은 교분을 쌓을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내 기억에 남아 있는 그의 인상은 강력하여 소식이 끊긴 다음에도 그의 행적이 종종 궁금했다. 당시에 그는 남미로 유학을 가서 해방신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했다. 강골의 기질이 느껴졌기에 “그답다”는 생각을 했는데, 십 수 년이 지난 후에 그는 문학비평가가 되어 글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는 남미대신 자신의 서재를 택했고, 민중신학 대신 문학을 택했으며,.. 2015. 4. 23.
라헬, 악착같이 살아도 남는 건 아픔뿐이다(2) 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15) 라헬, 악착같이 살아도 남는 건 아픔뿐이다(2) 1. 어머니 라헬. 레아와 라헬 두 자매에게 “어머니”는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자식을 낳았다고 해서 진정한 어머니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레아와 라헬을 통해서 배운다. 야곱은 결혼하기 위해 라반을 찾아갔고 거기서 매력적인 라헬을 만났다. 그리고 둘은 사랑에 빠졌다. 야곱은 라헬을 아내로 맞이하기 위해 7년 동안 라반을 섬겼다. 야곱에게 7년은 “라헬을 위하여”(창세기 29:20,25) 기다리고 인내하는 삶이었다. 그건 순수한 사랑의 힘이면서 동시에 야곱이 천성적으로 갖고 태어난 욕망의 편집증상이었다고 생각한다. 2. 어느 결에 7년 세월이 지나고, 드디어 야곱과 라헬이 결혼할 날이 되었다. 그런데 라반을 제외한 모.. 2015. 4. 23.
역사와 현실을 외면한 영성의 무기력함 한종호의 너른마당(18) 역사와 현실을 외면한 영성의 무기력함 모든 생명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 시간과 더불어 명멸(明滅)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사를 알고자 하는 것은 그 생명의 시간이 기록해놓은 의미를 되새겨보고 그 위에서 성장하고자 하는 갈망에서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역사에 대한 되새김이 없는 존재는 그 생명의 성장을 바라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므로 역사에 대한 앎을 억압하는 것은 생명을 억압하는 것과 같다. 진시왕이 분서갱유(焚書坑儒)를 통해서 역사를 짓밟으려 한 것은 생명을 멸시한 소행이었고, 참으로 역설적이게도 그 자신의 역사적 생명을 단축시키고 말았다. 이는 무엇을 말함인가? 역사에 대한 통찰력과 안목을 기르지 못하는 인생과 공동체는 그 생명을 새롭게 발전시키는데 한계에.. 2015. 4. 22.
한 사람을 살리면 모두를 살린다 한희철의 두런두런(9) 한 사람을 살리면 모두를 살린다 독일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이 전도사님을 오랜만에 만나게 된 것은 목사 안수례 때문이었습니다. 개신교의 한 교단인 감리교에서는 해마다 4월경이 되면 지역별로 연회를 여는데, 연회 일정 중 중요한 것이 목사 안수식입니다. 이 전도사님은 결코 쉽지 않았던 긴 과정을 마친 뒤 목사 안수를 받으며 제게 안수보좌를 청했습니다. 목사 안수를 받고 첫 번째로 맞이한 주일, 저는 이 목사님께 제가 섬기는 교회에 와서 설교와 축도를 해 줄 것을 부탁했지요. 마침 세월호 사고가 난지 1년이 되는 주일, 이 목사님은 설교를 시작하며 세월호에 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난해 독일에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세월호에 관한 뉴스를 보게 되었는데, 세월호에 대한 소식은 독일에서 있.. 2015. 4. 22.
산 사람의 눈과 송장의 눈 성염의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18) 산 사람의 눈과 송장의 눈 “지키던 자들은 천사를 보고 두려워 떨다가 마치 죽은 사람처럼 되었다. 그러자 천사가 입을 열어 여자들에게 말했다”(마태복음 28:1-10). 주님이 부활하셨다! 엊그제 골고다 형장에서 처형당하고 매장 당했던 그분이 다시 살아나셨다! 생사람을 죽이고 송장마저 무서워 무덤에 보초를 세운 사람들! 그러나 무덤을 막았던 돌은 사라지고 무덤은 텅 비었다. 그들은 다시 한 번 수를 썼다. 경비원을 매수하고, 제자들이 밤중 몰래 스승의 시신을 약탈했을 것이라는 헛소문을 퍼뜨린 사람들!(마태복음 28:11-15) 그들은 다 어디 갔을까? 그들은 무덤 속에 있고 그들이 묻은 죄수는 2천 년을 살고 계신다. 2천 년 전에 부활하시어 지금도 살아 계신다! .. 2015. 4. 22.
통증사회, 트라우마 공화국 이길용의 종교로 읽는 한국사회(17) 통증사회, 트라우마 공화국 다시 우리 사회를 생각해본다. 지난 글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분노의 메커니즘과 그것이 가지는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헌데 생각을 달리해보니 우리 사회를 분노사회라 칭하는 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 분노의 요인이 무엇일까? 정지우가 지적했듯이 특정한 가치 기준이 깨어질 때 생겨나는 것일까? 내가 생각했던 기준들이 타인에 의해 허물어질 때 튕겨져 나오는 것이 우리 사회 분노의 이유일까? 물음이 꼬리를 물 때, 난 우리의 근현대사를 생각해 보았다. 일제 강점기(1910~1945), 105인 사건(1911), 3.1만세 운동(7천여 명 사망, 1919), 제주 4.3사태(14,000여명 사망, 1948), 한국전쟁(최소 150만 .. 2015. 4. 21.
목사는 목사답게 이진오 목사의 건강한 작은 교회 이야기(11) 목사는 목사답게 - 건강한 작은 교회의 직분(2) - 지난 번 글에서 교회 직분을 직분(office)과 직책(position)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이번에는 각 직분의 의미와 형성 과정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먼저 ‘목사’라는 호칭부터 생각해 보겠다. 요즘 ‘목사’가 성경에 없는 직분으로 콘스탄틴 대제 이후 교회가 제도화 되면서 권력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성경대로 ‘목자’ 또는 ‘장로’ 등으로 부르거나 심지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등장하고 있다. 우리 말 성경 에 ‘목사’라는 호칭이 등장하는 것은 에베소서 4장 11절 단 한 곳 뿐이다. 이 구절에서 “목사와 교사로 삼으셨으니”라고 했는데 이 때 ‘목사와 교사’는 ‘목사 곧 교사’로 같은 의.. 2015. 4. 21.
목사들의 참회록인가? 한종호의 너른마당(17) 목사들의 참회록인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이해서 광화문의 풍경은 살벌했다. 경찰은 시민들을 완전히 봉쇄하고, 유가족들은 범법자들처럼 끌고 갔다. 인륜의 바닥을 보인 정권이다. 자식을 잃고 그 죽음의 진상이 밝혀지기를 요구하는 이들을 잡아가는 권력은 무슨 생각을 하고 이러는 걸까? 교회도 별로 다를 바 없다. 어느새 “세월호”는 입에 담기 쉽지 않은 부담스러운 용어가 되어버렸나 보다. 그 말을 하는 순간, 권력에 대한 비판, 정치적 발언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반갑지 않은 모양이다. 더 나가서는 지겹다고 하는 자들도 있으니, 이건 인간 이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1주기를 맞아 글을 올린 김동호 목사의 페이스 북이 난리도 아니었다. 노란리본을 다네마네 가지고 자신의 생각.. 2015. 4. 21.
예수님 당시의 유월절(1) 최명덕의 유대인 이야기(10) 예수님 당시의 유월절(1) 제2 성전이 로마에 의해 파괴되기 전, 해마다 유월절이 되면 예루살렘은 그곳에 살고 있는 시민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순례객들, 전 세계의 디아스포아라에 흩어져 있는 유대인들의 성지 순례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요셰푸스에 의하면, 주후 65년경에는 유월절을 지키기 위하여 적어도 삼백만 명의 순례객들이 모였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자들은 요셰푸스의 이 기록을 신빙성 있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예수님 당시의 예루살렘 인구를 십만 명 정도로 추정하여, 유월절에는 그 두 배에 가까운 이십만 명 정도의 인구가 몰려들었을 것으로 추산한다. 당시 예루살렘의 크기를 오늘날의 옛 성 전체의 크기로 본다고 해도 이십만 명이면 이미 포화상태.. 2015. 4.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