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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 누이여 한희철의 두런두런(21) 살고 싶다 누이여 창립예배를 드리는 날이다. 수원에서 원주행 새벽 버스를 탔다. 3월 25일, 봄이라면 봄일 수 있지만 차창엔 성에가 번져 있었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아무 것도 짐작할 수 없는 길, 성에에 가려 보이지 않는 세상과 닮았다 싶었다. 창밖 풍경 보려고 입김을 불어 창을 닦을 때 문득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황동규의 시 한 구절이었다. ‘熱河日記’ 어디쯤이었을 것이다. “살고 싶다 누이여, 하나의 피해자로라도.” 왜 그랬을까, 낡은 레코드판이 같은 자리에서 튀듯 같은 생각이 이어졌다. 단강행 원주에서 이정송 감리사님을 만나 감리사님 차를 타고 단강으로 들어간다. 예배당이 없던 한 마을에서 창립예배를 드리는 날, 목회의 첫 걸음을 내딛는 전도사가 처음으로 .. 2015. 1. 17.
벽에 소변 보는 자 민영진의 히브리어에서 우리말로(3) 벽에 소변 보는 자 좀 지저분한 말이 되어 주저스럽지만, 서서 오줌누는 이들 때문에 벽들이 애꿎은 수난을 당한다. 벽에다 대고 함부로 소변을 보는 것은 남자하고 개뿐이다. 아직도 서울의 으슥한 골목길 벽은 남자들의 공중 화장실이 되기 십상이다. 소변금지를 알리는 구호도 갖가지다. 어떤 곳에는 가위를 그려놓고 위협을 주기도 하고, 어떤 곳에는 “개 이외는 여기에 소변을 보지 마시오”라고 써서 주정뱅이 오줌싸개들을 개로 깎아 내리기도 한다. 그래도 노상방뇨는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또 이런 것은 동서와 고금을 가리지 않는 것 같다. 히브리어에서 사내를 경멸하여 일컬을 때 “벽에다 대고 오줌 누는 놈”이라고 한다. 즉 “서서 오줌 누는 놈”이란 말이다. ‘남자’나 .. 2015. 1. 17.
마종기의 '우화의 강'에 붙여 한종호의 너른 마당(5) 마종기의 '우화의 강'에 붙여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서로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 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 2015. 1. 16.
“이런 죄를 범한 여자는…” 성염의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4) “이런 죄를 범한 여자는…” “우리의 모세 법에는 이런 죄를 범한 여자는 돌로 쳐죽이라고 하였는데 선생님 생각은 어떻습니까?”(요한복음 8:l-11) 여자는 철들기 시작하면 사내의 눈이 자신의 몸 어디에 머무는지 안다. 자신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다정한 시선이 있고, 끈적끈적한 시선으로 훑어 내리는 탐욕이 있다. 잠자리에서 끌려 온 여자 하나를 먹이 보듯이 구경하고 둘러서서 '선생님'의 눈길과 태도를 히죽거리며 지켜보는 군상을 상대로 예수께서는 한없는 혐오감을 누르실 길 없었다. “우리의 모세 법에는….” 기실 법이란 주로 강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무기로 사용되기 마련이다. 더구나 지금은 의인에게 올가미를 씌울 구실일 뿐이다.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여자가 잡혀 왔는데 사내.. 2015. 1. 15.
우리를 뛰어 넘는 하나님의 생각 한희철의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2) 우리를 뛰어 넘는 하나님의 생각 “여호와의 말씀이 내게 임(臨)하니라 이르시되 내가 너를 복중(腹中)에 짓기 전(前)에 너를 알았고 네가 태(胎)에서 나오기 전(前)에 너를 구별(區別)하였고 너를 열방(列邦)의 선지자(先知者)로 세웠노라 하시기로”(예레미야 1:4-5). 예레미야를 부르시며 하나님은 예레미야에게 말씀하신다. 나는 너를 오래 전부터 알았다고.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전부터.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생각은 하나님을 알게 된 뒤부터 시작되지만,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생각은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때부터 시작이 된다. 하나님은 예레미야가 그의 어머니 태중에 생기기도 전부터 아셨다. 말을 할 줄 알고, 생각을 할 줄 알고, 하나님을 믿기 시작.. 2015. 1. 14.
선악과, 하느님의 갑질? 곽건용의 짭쪼름한 구약 이야기(3) 선악과, 하느님의 갑질? “이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는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따 먹어라. 그러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만은 따 먹지 말아라. 그것을 따 먹는 날 너는 반드시 죽는다.”(창세기 2:16-17 공동번역) “You may freely eat of every tree of the garden; but of the tree of the knowledge of good and evil you shall not eat, for in the day that you eat of it you shall die.” (같은 곳, RSV) 1. 선악과 얘기를 설명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성서학자들이 땀과 에너지를 쏟아 부었을까? 얼마나 많은 종이와 잉크가 쓰였을까? 헤아.. 2015. 1. 14.
누가 38선을 그었는가 김삼웅의 광복 70주년, 역사 키워드 70(3) 누가 38선을 그었는가 한민족은 918년 왕건이 삼한을 통합한 이래 1,000년 이상을 통일된 민족국가로서 영광과 고난을 함께해왔다. 그 사이에 몽골의 전란, 왜구침범, 임진ㆍ정유재란 7년 전쟁, 정묘ㆍ병자호란의 치욕, 망국ㆍ식민지를 함께 겪었다. 우리 민족은 오랜 고난의 역사를 살아오면서 거듭되는 외세의 침략에 맞서 항상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해왔다. 외세의 침략은 군사ㆍ정지ㆍ경제ㆍ문화ㆍ종교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나타났지만, 외압에 눌리면서도 결코 그들에 동화되는 것을 거부하였다. 주변의 강자였던 말갈ㆍ흉노ㆍ여진ㆍ만주ㆍ몽골족 등의 행방을 살펴보면 한민족이 얼마나 강인하고, 그리고 민족적 정체성을 지켜왔는가를 이해하게 된다. 우리는 고대 부족국가 형성기에 중.. 2015. 1. 14.
개그만도 못한 진실 - 친애하는 아우님에게 - 천정근의 어디로 가시나이까(3) 개그만도 못한 진실 -친애하는 아우님에게- 봄밤이 깊었는데 잠을 이루지 못하고 깨어 있어요. 의사는 저에게 자중자애하고 몸을 아껴 큰일에 쓸 에너지를 비축해 두라 하는데, 들을 때는 정말 그런 듯 싶다가도 또 그걸 못하니 참 어리석다는 생각이 듭니다. 된장 담그려고 겨우내 걸어두었던 메주들을 내려놓고 항아리를 몇 개 구입해 깨끗이 소제해 둔지가 벌써 일주일째인데, 날마다 ‘해야지, 해야지’하면서 바라만 보고 있소. 도대체 무엇이 나를 이렇게 무기력하게 하는지, 이것이 아닌데 이것이 아닌데 하는 생각만 나는 게 영 부지런한 삶이 되질 않습니다. 부지런한 삶이랄 게 무어 있겠습니까. 하루 살고 하루 죽는 거지요. 아침이면 일어나 하루를 부지런히 시작하여 딴 생각이 일어나지 않.. 2015. 1. 14.
유대인의 신년(3) 최명덕의 유대인 이야기(3) 유대인의 신년(3) 유대인의 신년은 잔치 기분에 들떠 기뻐하는 다른 나라의 축제들과는 그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신년의 첫날부터 열흘 동안을 ‘야밈 노라임’으로 지키며, 이는 ‘경외의 날’이란 뜻이다. 이 열흘의 기간은 첫째 날의 신년(로쉬 하샤나)으로 시작하여 열째 날의 대속죄일(욤 키푸르; the Day of Atonement)을 절정으로 끝난다. 야밈 노라임(경외의 날들)은 말 그대로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날들이다. 이 기간 동안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심판을 생각하며 회개하는 마음으로 자기 자신을 돌아본다. 이 열흘간의 경외의 날들을 올바르게 지키기 위하여 신년이 시작되기 한 달 전, 전 해의 마지막 달인 엘룰월을 준비 기간으로 삼는다. 경외의 날 어떤 유대인들은 엘룰월 .. 2015. 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