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692 ㄱ 말이 되지 못하여 목으로 삼킨 ㄱ 가슴에 고인 ㄱ은 그리움으로 흐르고 손끝에서 맴돌던 ㄱ은 글로 새겨지고 발아래 떠돌던 ㄱ은 길이 됩니다 그렇게 땅으로 내려온 ㄱ은 첫발자국을 내딛는 첫글자가 되었습니다 땅속으로 뻗으며 ㄱ으로 꺾인 나무 뿌리의 발걸음처럼 강직하게 하늘로 뻗으며 ㄱ으로 꺾인 나뭇가지의 손길처럼 푸르게 이 세상에 그리움으로 가득한 무수한 ㄱ들은 내려주신 사랑의 첫소리 글자입니다 2021. 8. 22. 흔들릴수록 많이 배운다. 많이 모르는 만큼 많이 배운다. 많이 몰라 그만큼 허둥댐도, 실수도 많다. 그렇지만 많이 배운다. 예배당 짓는 일을 위해 마음 졸이며 뛰기 시작한지 어언 5개월, 그러나 그 일을 통해서 가장 많이 배운 건 사람이다. 인간의 약함과 흔들리기 쉬움, 욕심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아집, 그릇된 가치관. 하나님, 신앙을 말하지만 그런 말로 감추는 한 덩어리 물욕(物慾). 소유에 대한 그릇된 견해. 애써 외면하려 했던 인간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많은 어둔 부분들을 많이 보았고, 그때마다 실망도 아픔도 컸지만 많이 배웠다. 인간을 미화시켜서만 보지 말 것. 그렇다고 부정적으로만 보지도 말 것. 선으로의 가능성과 악으로의 가능성이 인간에겐 모두 공존하여 때마다의 결단에 의해 삶의 방향이 달라진 수 있음을 .. 2021. 8. 22. 몇 밤을 울었을까 저녁엔 그러려니 했는데 한밤중까지, 그리고 다음날 새벽에 깼을 때까지 엄마소는 울었다. 담벼락에 기대서서 지켜본 엄마소의 커다란 두 눈엔 눈물대신 서글픔이 고였다. 어제 송아지를 팔았단다. ‘낳자마자 혓바닥이 아프도록 핥아 젖은 털을 말려줬던 새끼. 쿡쿡 머리로 들이 받으며 아프게 젖을 빨아도 귀엽기만 했던, 그러다가 배가 부르면 내 곁에서 햇볕 쬐며 잠들던 내 새끼. 낳은 지가 얼마라고 한 마디 얘기도 없이 내 새끼를 팔았나. 산꼭대기 새로 개간한, 그 딱딱하고 거친 땅, 힘에 부치면 매를 맞아가며 하루 종일 갈았어도 싫은 맘은 정말 없었는데, 오늘은 싫다.’ 소가 울었다. 엄마소가 밤새 울었다. 얼마 전, 시골이 싫다며 세 살 난 아들과 이제 꼭 백일이 된 젖먹이 어린 딸을 버려두고 집을 나간 아기 .. 2021. 8. 21. 우리 사이에서 거니시는 분 “너희가 사는 곳에서 나도 같이 살겠다. 나는 너희를 싫어하지 않는다. 나는 너희 사이에서 거닐겠다.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되고, 너희는 나의 백성이 될 것이다. 내가 주 너희의 하나님이다. 나는 너희를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 내어, 그들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하였다. 또, 나는 너희가 메고 있던 멍에의 가름대를 부수어서, 너희가 얼굴을 들고 다니게 하였다.”(레 26:11-13) 주님의 은총과 평강을 기원합니다. 한 주간 동안도 수고 많으셨지요? 많은 제약 속에서 이루어지는 삶이 흔쾌할 수만은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버티며 살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세상의 많은 고통 가운데 하나가 보고 싶은 사람을 보지 못하는 것이라지요? 유행가 제목이 요즘 우리 마음을 참 적실하게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그리움만 쌓이.. 2021. 8. 19. 불방귀 뜻하지 않게 날아온 당선소식이 날 일으켰다. 도장을 찍고 받아 든 등기 발신인은 크리스챤 신문사였다. 마감전날 새벽까지 옮겨 적어 마감 날짜 소인을 찍어 보냈던 동화 ‘엿장수 아저씨’가 당선된 것이다. 지난 연말, 성탄카드를 대신해서 썼던 동화였다. 가슴으로 기쁨의 파장은 퍼져갔고 이틀간의 병치레는 끝났다. 웬만한 지도엔 나와 있지도 않은, 아직 교회도 없는 이곳 단강으로 떠나온 지 꼭 2주 만의 일이었다. 하나님의 선한 격려. 전날 내 방에 불을 때던 안집 집사님의 큰딸 명림 씨는 나무에서 ‘피식’ 소리가 나자 그게 불방귀라 했고, 불방귀를 뀌면 좋은 소식이 온다 했었는데, 불방귀의 신통력이라니. 참 오랫동안 서성이며 머뭇대던 계단 한 개를 올라서는 기분이다. 바람이 다르게 불까. 그러나 안다. 이건 .. 2021. 8. 19. 물음과 물 얼마나 많은 물음에 기대어 나 여기까지 흘러왔던가 답을 구하려 불태우던 한마음을 물처럼 내려놓은 후 매 순간 일어나는 물음과 물음 겹겹이 출렁이는 물결을 이루어 흐르는 냇물처럼 강물처럼 흐르는 물음이 물이 되는 신비 순간의 물음에 마음을 씻기고 순간의 물음에 마음을 비추는 내 가슴의 샘에서 저절로 샘솟는 이 물음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는 물 씨앗을 품은 커다란 열매의 물음 같은 열매를 품은 작은 씨앗의 물음 같은 2021. 8. 19. ‘영혼의 수척함’에 대하여 폭증하는 코로나에 다시 반복되는 장마와 같은 날씨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분다. 계절의 변화를 그 누구도 거스를 수는 없는 법. 어느 누구도 태양을 바닷속으로 집어넣었다가 산 위로 꺼내 올릴 수 없다. 하늘의 별들을 각자의 집으로 돌려보냈다가 다시 나오게 할 방법도 없다. 세상은 한없이 변하는 것 같지만 인간이 사는 본질은 그리 크게 다르지 않는 것같다. 요즘, 모름지기 자기 의에 사로잡혀 기준이 언제나 자기위주에 빠지는 일을 경계해야 함을 뼈저리게 느낀다. 그런 사람들은 결코 착하지 않다. 다른 사람의 삶이 담고 있는 이런 저런 사연들을 헤아려주는 마음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과 진실 되게 만날 능력이 없다고나 할까. 늘 자기 입장만 내세운다. 자신의 입장이.. 2021. 8. 18. 단강까지의 거리 어렵게 한 주일을 보내고 맞은 부활절이다. 예수가 죽었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났다는 부활절, 연례행사 치르듯 해마다 이맘때면 찾아오는 절기. 글쎄, 뭘까. 부활란을 먹고, 특별헌금 드리고 부활에 대한 설교 듣고, 뭐 그렇게 끝나는 날은 아닐 텐데. ‘기대가 무너진 그 자리에서’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했다. 농촌의 현실을 인정하며, 오늘 이 농촌에서의 부활의 의미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부활 후 갈릴리에 나타나셨던 예수는 오늘 이곳 단강엔 어떤 모습으로 찾아와 어떤 말씀을 하실지. 설교가 끝나갈 즈음 조용히 문이 열렸고 생각지 못한 분이 들어오셨다. 이진영 집사님. 서울 미아중앙교회를 연으로 만나게 된 늘 형님같이 친근한 분, 그 우직한 성품으로 하여 동화 ‘엿장수 아저씨’의 이미지를 전해 주신 .. 2021. 8. 18. 잔정 오후에 작실 김천복 할머님 댁을 심방했다. 말씀을 참 재미있게 하시는 할머니신데, 몸이 안 좋으셨다. 단오를 맞아 방에서 떡을 빚고 계시던 할머니는 우리들이 들어서자 손을 잡으시며 무척이나 반가워하신다. 아침에 기도를 하셨다는 것이다. 오늘 꼭 전도사님이 오시게 해 달라고. 내 작은 행위가 누군가의 기도의 응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어깨가 무겁다. 부족하지만 이곳에서 내 할일은 이렇게 자명한 것이다. 돌아오는 우리에게 할머니는 참깨를 한 봉지 전해 주셨다. 이곳에 와 확인하는 깨알 같은 잔정들, 고맙습니다. 그 따뜻하고 훈훈한 손길. - 1987년 2021. 8. 17. 이전 1 ··· 44 45 46 47 48 49 50 ··· 30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