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692 하느님! 아무려면 제가 이런 짓을 했으리이까? 시편 7편 3절 야훼, 나의 하느님! 아무려면 제가 이런 짓을 했으리이까?(《공동번역》) 容我一申辯(용아일신변) 주님 저 자신을 변호하도록 허락하소서〔주님 제발 제 말 좀 들어주십시오〕 (《시편사색》, 오경웅) 어려움에 처했을 때 겪는 이유만 알아도 그 고통이 반감되는 걸 경험합니다. 왜 지금 내가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를 알면 비록 그것이 합리적이지 않다 하더라도 조금은 견딜 힘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기꺼이는 아니더라도 피하지 않고 마음을 가다듬어 쉬 꺽이지 않을 결심을 다지기도 하지요. 만약 어려움이 자신의 허물로 인한 것이라면 책임지는 자세를 통해 도리어 자신의 그릇을 더 넓히기도 합니다. 그래서 맹자(孟子)의 언명이 오래도록 고난을 겪는 이들에게 용기를 불어주었겠지요. “하늘이 장차 큰일을 어떤.. 2021. 6. 11. 사랑은 느림에 의지한다 “계획은 사람이 세우지만, 결정은 주님께서 하신다. 사람의 행위는 자기 눈에는 모두 깨끗하게 보이나, 주님께서는 속마음을 꿰뚫어보신다. 네가 하는 일을 주님께 맡기면, 계획하는 일이 이루어질 것이다.”(잠 16:1-3) 주님의 은총과 평강이 교우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6월에 접어들면서 낮 기온이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퇴근 무렵에도 낮 동안 달구어진 지열 때문인지 무척 덥습니다. 재킷을 벗어 들고 걷는 데도 땀이 흠뻑 뱁니다. 농부들은 보리 수확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그 자리에 모내기를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땅을 가까이 하고 사시는 분들의 노동이 때로는 거룩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농부들이 일확천금을 노리지 않기 때문일까요? 심는 대로 거둔다는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여 사는 이들이 부럽습니다. 심.. 2021. 6. 11. 박카스를 좋아하는 그 남자의 이야기 매주 박카스를 사러 오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아버지이고 남편이며 형이다. 그는 한적한 강가에서 낚시 줄이 고요하게 흔들리는 것을 좋아하고, 어린 손녀가 한없이 사랑스럽고 신기한 할아버지이기도 하다. 가족을 위해 30년 하루하루를 신발이 닳도록 성실히 일했고, 아픈 동생과 삶을 함께 해 왔다. 몇 해 전 그를 처음 보았을 때, 그의 첫 인상은 50대 후반의 앞머리가 벗겨진 평안해 보이는 중년 남자였다. 그가 가족들과 함께 운영하는 제조업공장은 그럭저럭 잘 유지되었고, 아들은 결혼해서 가정을 꾸렸으며, 30년 넘게 함께 산 아내는 여전히 곱고 다정했다. 10년 전 위암 수술을 했던 동생은 좀 마르긴 했지만 건강해 보였고 무사히 자녀들을 결혼시켰으며 잘 웃었다. 남자는 인생에서 자신이 지켜주고 싶었던 사람.. 2021. 6. 10. 꼬리잡기 며칠 동안은 저녁마다 꼬리잡기를 했습니다.교회 앞마당, 나는 도망가고 아이들은 나를 잡는 겁니다. 승호 종순이 승혜 종숙이 아직 어린 그들의 손을 피하기는 쉽지만 초등학교 4학년에 올라간 종설이는 만만치가 않습니다.뜀도 잘 뛰지만 웬만한 속임 동작에도 속아주질 않습니다. 키 큰 전도사가 어린 꼬마들과 어울려 이리저리 겅중겅중 뛰는 모습은 누가 봐도 우스운 일일 겁니다. 잡힐 듯 도망가는 전도사를 아이들은 숨이 차도록 쫒아 다닙니다. 모두의 얼굴엔 이내 땀이 뱁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예배당 계단에 앉아 지는 해를 봅니다. 다시 또 하자 조르는 아이들을 달래 집으로 보냅니다. 집에 가서 해야 할 일을 가르쳐 줍니다. “제일 먼저 이를 닦고, 이를 닦을 땐 위 아래로, 그렇지 그렇게 말야. 그 다음엔 손을.. 2021. 6. 10. 무소유욕 지방 교역자들의 살림살이가 담긴 회계 보고서가 나눠졌을 때, 약속이라도 한 듯 여기저기서 뭔가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어이없는 표정들, 뭘 계산했고 뭣 때문에 놀랐는지 말 안 해도 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놀란 건 우리 모두, 우리 자신들이다. 액수의 차이일 뿐, 그리고 그 차이란 생각만큼 많지 않은 것일 뿐 다른 게 뭐 있나. 뭘 믿고 살라고 전대 가지지 말라고, 옷 두벌 갖지 말라고 예수님은 말했을까. 그렇게 말한 당신은 정말로 그랬을까. 삶의 근거. 버릴 것 버리고 남을, 마지막으로 남을 근거, 그게 과연 우리들에게 하나님일까. 진리를 들먹이며 내 배를 채우는 짓거리야 말로 가장 우스운 짓일 텐데. 마지막 한 개 남은 빵을 떨림 없이 나누기까진 우린 얼마나 버리는 훈련을 해야 할까. .. 2021. 6. 9. 하나님의 뜻, 사랑 백소영의 다시 김교신을 생각한다 하나님의 뜻, 사랑 - 전집 3권 『성서 개요』 호세아 편 - “저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인지, 저 사람이 하나님이 준비해주신 나의 짝이 맞는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지요?” 지방에서 열린 한 청년 모임에서 받은 질문이다. ‘교회를 교회되게’라는 주제로 진행했던 특강 시간 말미에 받을 것이라고 예상한 질문은 아니었다. 그러나 나름 내 특강 논지를 열심히 들은 뒤의 질문인 것은 맞았다. 그리스도인 두 사람이 이룬 가정이라면 가정도 ‘교회의 최소단위’이기에 이미 교회의 작동 원리나 관계 방식이 그 안에서 적용되어야 한다고 말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진지하고 순수한 청년에게 되물었다. 가장 이상적인 두 사람의 만남의 조건이 무엇이냐고 생각하는지. 그녀는 ‘서로 사랑하.. 2021. 6. 8. 늦게 끈 등 작실 마을 올라가는 길 쪽으로 등을 하나 달았습니다. 집 지을 때 부탁해서 사택 옥상에 등을 달았습니다. 밤이면 등을 켭니다. 둥근 달이 걸리면 그런대로 걸을 만하지만 달이 없으면 길도 없습니다. 더듬더듬 발걸음이 더디고 산을 끼고 도는 길, 오싹 오싹 합니다. 사랑의 빛 되었음 싶은 마음으로 불을 켭니다. 작실로 오르는 길, 밤이면 불을 켭니다. 그러나 가끔씩 실수를 합니다. 불을 켜는 걸 잊기도 하고 끄는 걸 잊기도 합니다. 지나가는 사람이 가르쳐 줘 날 밝은 한참 뒤 뒤늦게 끄기도 합니다. 사람 발길 끊긴 빈 길을 밤새워 밝힌 걸 생각하면 속상하기도 합니다. 어느 날, 날 밝도록 켜져 있던 불을 뒤늦게 끄며 마음속에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내 마음속 그 어느 곳에도 뜻도 없이 켜져 있는 불은 없는.. 2021. 6. 8. 멀리 사는 자식들 “월급은 12만원 받는데, 엄마, 저녁이면 코피가 나와.” 얼마 전 순림이한테서 전화가 왔다고 한다. 중학교를 마치곤 곧바로 언니가 있는 서울에 올라가 낮엔 방적공장에서 일하고 밤엔 야간 고등학교에 다니는 순림이. “돈 벌기 그렇게 어려운 거란다.” 엄마 김 집사님은 그렇게 말했다지만, 마른침 삼키며 그렇게 말 할 수밖에 없었다지만. 그래 순림아, 삶이란 때론 터무니없이 힘겨운 것일 수도 있나 보다. 천근만근 저녁마다 두 눈이 무거워도, 선생님 뭔가를 쓰는 칠판에 낮에 일한 실올이 바둑판처럼 아릿하게 깔려도 두 눈을 크게 뜨렴. 네가 마주한 것, 배우는 것, 단순한 공부가 아닌 엄연한 삶이기에. 연신 눈물을 닦으셨다. 얼마 전 자식을 떠나보내고 남은 텅 빈 집에서 심방예배를 드리며 할머니는 그렇게 눈물을.. 2021. 6. 7. 교우들의 새벽기도 오늘 새벽에도 교회로 들어서는 현관문 앞에는 작은 막대기 하나가 벽에 기대 서 있었다. ‘오늘도 오셨구나.’ 김천복 할머니, 75세 되신 허리가 굽은 할머니시다. 현관에 서 있는 막대기는 할머니가 짚고 다니시는 지팡이인 것이다. 며칠 전부터 할머니가 새벽예배에 참석하신다. 할머니 사는 아랫 작실까지 재게 걸어도 내 걸음으로 10여분, 할머니는 훨씬 더 걸리리라. 머리 곱게 빗고 맨 앞에 앉으신 할머니, 오늘은 또 무얼 기도하실까. 얼마 전 서울로 떠난 철없는 막내아들 위해 기도하실까. 우리 전도사 좋은 목사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실까. 이는 할머니의 기도 제목 중 하나다. 당신 눈에 흙 들어가기 전까지는 이곳 떠날 생각 아예 말라는 분이다. 교회 출석한지 얼마 안 되는 변정림 성도도 작실에서 내려온다. .. 2021. 6. 6. 이전 1 ··· 54 55 56 57 58 59 60 ··· 30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