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664 마음까지 덥히려면 작실 속 속회예배를 드리고 내려오는 길, 오늘 하루 무엇 하셨느냐 김 천복 할머니께 여쭈니 지게 지고 나무를 했다 하신다. 75세, 연세도 연세려니와 허리가 굽으신 분이다. 나무를 사 놓긴 놨는데 사다 놓은 나무를 때자니 아깝기도 하고 너무 쉬 때는 것도 같아 섞어 땔 나무를 했다는 것이었다. 원래, 사다 논 나무를 때는 것은 곶감 꼬치에서 곶감 빼 먹듯 쉬 없어지는 법이라고 이식근 성도님이 웃으며 할머닐 얘길 받는다. 작은 방바닥만이 아니라 당신의 외로운 마음까지 덥히려면 얼마만큼의 나무가 더 필요한 것일지. 1988년 2021. 5. 19. 옥구슬 저 잎에서 이 잎으로 거미가 밑줄 친 빈탕한데 없는 듯 있는 거미줄에 없는 듯 있는 기도의 손길이 비나이다 빗물로 둥굴린 옥구슬 말없음표 2021. 5. 19. 버텨라, 버티자 백소영의 다시, 김교신을 생각한다(5) 버텨라, 버티자 (조와(弔蛙), 1942년 3월) ‘한 시간에 740만원을 쓸 수 있는’ 사람이기에 주차요원을 꿇릴 수 있는 정당성이 있다던 ‘백화점 모녀’마저 사회정의를 외치는 시절이다. 세상을 바로잡고 싶었단다. 한참 동면 중인 ‘개구리’도 들었다면 웃을 이야기다. 그들이 ‘바로 잡고’ 싶은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현재의 사회적 배치 속에서 VIP(아주 중요한 사람)로 자리한 사람에게는 무한 존경과 절대 복종을 표시하는 사회, 그것이 그들이 생각하는 ‘바른’ 사회였을까? 어른을 공경하는 법을 가르치고 싶었다는데, 그랬다면 740만원 씀씀이나 남편의 권력에 대한 언급은 불필요했을 일이다. ‘내 남편 한 마디면 너희들 다 잘려!’가 어찌 인간 사이의 바른 관계성을 .. 2021. 5. 19. 단강초등학교 졸업식 반짝이는 보석상자, 영롱한 추억의 보고(寶庫), 끊임없이 되살아와서 따뜻하게 생(生)을 감싸는 손길, 편안한 귀향(歸鄕), 마르지 않는 웃음들, 싫증나지 않는 장난감이 가득한 방, 끈끈한 생명력이 살아 숨 쉬는 곳, 그게 어린 시절이지 싶다. 지난 2월 19일 단강초등학교 졸업식이 있었다. 작은 교실 한 칸에 졸업생과 재학생, 그리고 학부모들과 내빈들이 둘러앉았다. 뒤편으론 몇 사람이 서기도 했다. 사무실용 의자를 옆의 사람에게 양보를 하고 난 정말 오랜만에 작은 초등학교 때 앉아 공부하던 작은 의자에 앉았다. 연필로 혹은 칼로 금을 그어 짝과 경계를 정하고 나란히 앉아 공부했던 그 어린 시절. 내 자릴 넘었다고 때론 짝꿍과 다투기도 했지만 실은 모든 것이 넉넉했었지. 우리들 이름이 적히기도 했던 칠판도.. 2021. 5. 18. 마음의 고삐를 맨 숨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있는 마음 보이지 않지만 살아서 펄떡이는 마음 이런 마음에 고삐를 맨다면 그건 한 점의 숨 꽃잎 만큼 연한 숨줄로 봄바람 만큼 다정한 숨줄로 때론 모진 세월의 강물 같은 한숨으로 그리고 커다랗고 밝은 무위의 하늘로 마음의 고삐를 잡는다 한 점의 숨으로 그러나 마음도 숨도 내 것은 아니다 한 장의 꽃잎도 내 것일 수 없듯 한 점의 바람도 내 것일 수 없듯 한 점의 마음도 한 점의 숨도 내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줄 스스로 알게 하는 내 안에 맴도는 한 점의 숨은 누군가 2021. 5. 18. 마음의 형상을 지으시느라 둥그런 바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열 달 동안 바삐 탯줄을 통해 몸의 형상을 지으신 후 좁은 문과 좁은 길 땅으로 떨어지는 죽음을 주시고 다시 살리시어 배의 탯줄을 끊자마자 가슴으로 숨줄을 드리우사 둥그런 땅 지구별 지금 이곳에서 백 년 동안 느긋하게 숨줄을 통해 마음의 형상을 지으시느라 숨 쉬는 순간마다 새롭게 하늘 숨을 불어넣으시며 거두시기를 한평생 본래면목(本來面目) 온전한 마음으로 둥그렇게 살으라 하신다 2021. 5. 17. 당신의 손 내미사 자비 드러내소서 시편 6편 4,5절 여호와여 돌아와 나의 영혼을 건지소서 주의 사랑으로 나를 구원하소서 사망 중에서는 주를 기억하는 일이 없사오니 스올에서 주께 감사할 자 누구리이까?(《공동번역》) 祈主一顧盼 授手昭慈仁(기주일고반 원수소자인) 死域誰念主? 頌聲絶幽冥(사역수념주? 송성절유명) 주님 돌이켜 살펴주소서 당신의 손 내미사 자비 드러내소서 죽음의 땅에서 뉘있어 주님 기억하리이까? 거기서는 도무지 님을 노래할 수 없나이다.(《시편사색》, 오경웅) 우리가 시간에 속한 존재여서일까요? 세월이 갈수록 스스로가 연약해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젊은날 솟구치는 힘과 용기가 있었기에 세상의 그 무엇이든 짊어질 수 있을 것 같고, 모순되는 어떤 것이든 끝내는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열정 가득했었습니다. 이 믿음의 걸음을 .. 2021. 5. 17. ‘하나님은 농부시라’ 작은 체구. 그러나 그는 결코 작아 보이지 않았다. 투박한 그의 말이 오히려 설득력을 가지고 들려 왔다. 그런 설득력의 근거는 그의 말이 책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데 있었다. 분명 그의 말속에는 땀내와 흙내가 섞여 있었다. 농민 선교 대회, 오전 강사로 나온 를 쓴 윤기현 선생은 자신이 자라온 지난날들 속 겪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전라도 그 특유의 사투리를 섞어가며 과장 없이 이야기 해 나갔다. 이야기를 들으려 참석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농한기를 맞은 농촌교회 교인들이었고 살아가며 직접 겪고 느꼈던 여러 가지 지적들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에 집중했다. 착하고 열심히 살면 부자 된다는, 어린 시절 그의 성실함을 지켜주었던 그 그럴듯한 교훈이 한갓 공허한 교훈일 뿐이었음을 깨.. 2021. 5. 17. 응시의 윤리 백소영의 다시 김교신을 생각한다(4) 응시의 윤리 - 전집 4권 『성서 연구』 「율법의 완성-간음과 이혼」 - 내가 김교신을 유난히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가 거의 ‘완벽주의’에 가까울 정도로 윤리와 도덕에 엄격하다는 점이다. 나 역시 ‘율법주의자’는 아니지만(글쎄 내 생각이기만 할지도), 옳다고 믿는 대로 행동하지 않는 ‘꼴’은 나나 남이나 잘 못 견디는 편이다. 그게 고스란히 드러나는지, 미국에서 목사안수과정을 밟는 중에 받았던 인성 테스트에서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평가인즉, 내가 목회를 한다면 교인들에게 너무 엄중한 윤리적 잣대를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우여곡절 가정사로 인해 결국 안수를 받지 못했으니 말이다. 사족이 길었지만, 내 성향이 그러하다보.. 2021. 5. 16. 이전 1 ··· 55 56 57 58 59 60 61 ··· 29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