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664 어느 날의 기도 아니라 하십시오. 동정이나 연인으로, 안쓰러움으로 내 손을 잡질랑 마십시오. 괜찮습니다. 딛고 일어나겠습니다. 견디다 견디다 힘 부치면 쓰러지고 말겠지만 그렇다고 당신을 원망하진 않겠습니다. 당신은 그저 저만치서 지켜봐 주십시오. 그러면 됩니다. 너무 쉽게 손을 주진 마십시오. 주님. 1988년 2021. 5. 13. 사람 그리워 52쪽, 어느 날 찾아 든 는 52쪽 분량이었고 내용도 쪽수만큼이나 무겁고 신선했다. 박성용, 그는 분명히 열심히 살고 있었다. 3권과 86년 소년중앙 문학상 동화부문 자신의 당선작인 ‘하늘빛 꿈’을 복사해서 보내준 손진동님. ‘그리고 고맙습니다. 정말입니다’로 끝났던, 동화보다도 먼저 읽은 그의 당선 소감. 2월호에 실린 ‘우리는 아무도 모른다’는 그의 동화. 고집스레 우직한 걸음 고집하는 가끔씩 친구가 쓰는 ‘사람들 얘기‘ 모두들 어딘가를 바라보며 산다. 살아있는 한 흐름이고 싶다. 한 흐름으로 방향을 잡는다는 건, 그 흐름 아닌 모든 것을 사소한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난 지금 잡다한 많은 것에 눈을 주고 있다. 매번 반복되는 일상의 굳어진 굴레를 벗어야 한다. 코미디 대사를 되뇌며 그 웃음을 따라.. 2021. 5. 12. 우리집 복순이가 무서운 쿠팡맨 우리집 대문에는 열쇠가 없다. 대신 못 쓰는 비닐 포장지를 꼬깃꼬깃 접어서 문틈에 끼워두면, 아무렴 태풍이라 해도 대문을 덜렁 열지 못한다. 바로 옆집과 앞집에는 cctv까지 설치해 두고서 대문을 꽁꽁 걸어 잠궈두고 있지만, 우리집 마당에는 낯선 낌새만 채도 복순이와 탄이가 골목이 떠나가라 시끄럽게도 집을 지킨다. 이 점이 이웃들에겐 내내 미안한 마음이지만, 다들 별 말씀은 안 하신다. 대문을 열쇠로 잠그지 않는 이유는 배송 기사님들이 다녀가시기 때문이다. 부재시 따로 맡길 장소가 없다 보니, 예전엔 담을 넘기가 일쑤였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대문을 열쇠로 잠그지 않고, 그 옛날집들처럼 엉성한 잠금 장치를 둔 것이 비에 젖어도 괜찮은 비닐 포장지인 셈이다. 기사님들은 그냥 대문을 살째기 밀고서 들어.. 2021. 5. 12. 살려달라 애원하는 이 소리 시편 5편 1, 2절 한숨짓는 까닭을 알아주소서 살려달라 애원하는 이 소리 모르는 체 마소서(《공동번역》) 鑑我默默情(감아묵묵정) 聆我哀哀號(영아애애호) 침묵으로 말씀드리는 저를 살피시고 저의 간절한 호소 들어주소서(《시편사색》, 오경웅) 소리에 앞서는 것이 침묵이지요. 누군가의 고백처럼 당신께서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시기 전에 그 말씀이 침묵으로부터 나온 것임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일들을 떠벌리거나 제 사정을 하소연하기 전에 이미 당신이 다 아신다는 것을 기억하며 침묵에 젖어들고 싶습니다. 그 침묵이 입술의 침묵으로만 그치는 것이면 안되겠지요? 입술의 침묵이 몸의 침묵이 되고 몸의 침묵이 삶에서 일어났던 온갖 생각과 감정을 고요해지기까지 좀 더 시간도 들이고 뜸도 들여야겠지요? 그렇게 .. 2021. 5. 12. 마음의 객토작업 늘 그랬지만 설교 준비하기가 요즘은 더욱 어렵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막막할 때가 많다. 한 주일을 보내며 늘 설교 생각이 머리에 남아 있으면서도 주보를 다 만들 때까지 본문과 제목을 정하지 못해 애태울 때가 있다. 삶과 유리된, 생활과 거리가 있는 그럴듯한 말을 찾자면 야 그런대로 쉬울 것도 같은데, 현실을 이해하고 그 현실에 필요한 말씀을 찾으려니 쉽지 않을 수밖에. 지금의 난 성경도 제대로 모르고 농촌의 현실 또한 모르고 있다. 교인들의 표정 뒤에 있는 속마음의 형편이 어떠한지 잘 모르겠다. 할 수만 있다면 빈 말은 삼가고 싶은데 떠오르는 말이 없는 것이다. 지난 주일 저녁 설교 제목은 ‘마음의 객토작업’이었다. 이번 겨울을 보내며 동네에선 대부분 객토작업을 했다. 탱크처럼 생긴 15t .. 2021. 5. 11. 다시, 김교신을 생각한다 - 응답하라. 2021년 이 땅에서 오늘을 사는 신앙인들이여! 백소영의 다시, 김교신을 생각한다(1) 응답하라. 2021년 이 땅에서 오늘을 사는 신앙인들이여! 1927년으로부터 온 편지 - 창간사 - 1927년 7월, 6인의 조선 젊은이들이 이라는 동인지를 창간했다. 하나의 상징적 사건이 되어버린 세월호 참사 이후 나라의 현재를 암담해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이 시절보다도, 더 희망이 없던 일제치하였다. 동인 중 하나였던 함석헌의 표현처럼 ‘끌려가듯’ 일본 땅에서 낯선 타자로 살며 바다 건너 조국을 지켜보자니, 젊은 지식인이요 신앙인인 이들의 참담한 마음이 더욱 깊었을 터이다. “그러므로 걱정을 같이 하고 소망을 일궤에 붙이는 우자(愚者) 5-6인이 동경 시의 스기나미촌에 처음으로 회합하여 ‘조선성서연구회’를 시작하고 매주 때를 기하여 조선을 생각하고 성서를 강해하면.. 2021. 5. 10. 추운 5월 봄을 재촉하던 봄비 발걸음이 드물더니 여름을 재촉하던 4월의 장맛비도 걸음이 뜸하더니 봄도 여름도 철을 잊었는지 5월인데 밤이면 추워서 고민이다 난방을 할까 하다가 겨울 이불을 그대로 덮고 잔다 길가에 하얀 찔레꽃도 마당에 고추 모종도 춥겠다 따뜻한 방도 없이 이불도 없이 2021. 5. 10. 아버지 집 충주인가 청주인가, 결혼 잔치에 참석하고 오던 백수가 오던 길로 교회에 들러 학생부 토요 예배를 드리고서 집으로 갔다. 집부터 안 들렸다고 집에서 야단을 맞았다 한다. 저물녘까지 안 들어와 집에서는 걱정을 했던 것이다. 그 때 백수는 웃으며 말했단다. “내가 내 아버지 집에 있어야 할 줄을 몰랐습니까?” - 1998년 2021. 5. 10. 목발 양쪽에 목발을 집고서 안한수 씨가 교회에 나왔다. 기브스 한 다리를 불편하게 뻗은 채 함께 예배를 드렸다. 뜻하지 않은 경운기 사고로 다리뼈가 부러지는 큰 아픔과 쓰라림을 겪었지만 대신 주님을 찾게 된 것이다. 건강할 때 외면했던 주님을 부편한 몸으로 찾은 것이다. 돼지우리, 집 떠난 아들이 아버지께로 돌아갈 걸 생각한 곳이 바로 그곳이었지. 비참함, 때론 가장 분명한 삶의 전기. 목발을 지탱 하시며 한 아들의 영혼을 당신께로 이끄시는 님의 모습을 본다. 이젠 주님 안에서 걷기도 하며 뛰기도 하리라. 마음의 목발까지 내버리고서. - 1998년 2021. 5. 9. 이전 1 ··· 57 58 59 60 61 62 63 ··· 29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