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664 나는 더 먼 길을 걷는 꿈을 꾼다(1) 몇 년 전부터 나는 친구와 함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약국에 매여 있는지라 시간을 자주 낼 순 없지만 그래도 계절마다 걷기 좋은 길을 찾아 종일 걷곤 한다. 올해는 석가탄신일을 이용해 1박 2일 코스로 지리산 둘레길을 걷기로 했다. 작년에 2박 3일 동안 지리산 둘레길 중 운봉에서 동강구간를 걸었는데 그 느낌이 좋아서 ‘지리산 둘레길 완주’를 나의 버킷리스트에 추가시켰다. 그러니 다리 후들거리기 전에 틈틈이 찾아가야 할 곳이 지리산이 되었다. 5월 21일 새벽 5시 30분 구례구역행 KTX를 타기 위해 새벽부터 서두른 덕분에 도시락까지 챙기며 여유롭게 기차에 올랐다. 호남선KTX가 생기고 서울에서 남원까지 2시간이면 가는 세상이 되었다. 예전엔 고향인 정읍과 서울을 오갈 때 4시간씩 걸리곤 했는데 이젠 .. 2021. 4. 23. 마음의 속도를 줄이십시오 “성급한 사람과 사귀지 말고, 성을 잘 내는 사람과 함께 다니지 말아라. 네가 그 행위를 본받아서 그 올무에 걸려 들까 염려된다.”(잠 22:24-25)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지난 한 주간도 주님과 동행하는 기쁨을 누리셨는지요?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교우들 모두 자기 인생의 때를 사느라 분주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앞두고 설렘 속에 있는 이들도 있고, 뜻하지 않은 시간에 찾아온 질병과 사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도 있습니다. 왠지 모를 불안함에 시달리는 이들도 있습니다. 주님께서 친히 그 모든 분들의 품이 되어 주시기를 청합니다. “여러분 가운데 고난을 받는 사람이 있습니까? 그런 사람은 기도하십시오. 즐거운 사람이 있습니까? 그런 사람은 찬송하십시.. 2021. 4. 22. 화성 노인의 지구별 여행기 14평의 작은 시골약국에는 하루 종일 여러 사람이 다녀간다. 2살배기 아이부터 90세가 넘는 노인까지... 나이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먹고 사는 일도 다르고 살아온 인생도 다른 사람들이 오늘도 약국 문턱을 넘나들며 인사를 나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 오기 때문이다” 약국 출입문 옆에 걸어 둔 정현종 시인의 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약국에 오는 이들이 보게 될 글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 내가 제일 많이 읽게 된다. 약국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사람을 습관처럼 무감각하게 대하거나, 매출을 위한 돈줄로 보게 되는 마음을 경계하고, 또 내가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좀 더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길 바라며 되새겨 읽게 되는 글귀이다. 평소 나는 약국을 찾는 이들에.. 2021. 4. 22. 그럴수록 당신을 찾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편 3편 4절 나 야훼께 부르짖으면 당신의 거룩한 산에서 들어 주십니다.(《공동번역》) 竭聲籲主(갈성유주) 온맘과 영혼으로 주님 당신을 부릅니다(《시편사색》, 우징숑) 그러니 그럴수록 당신을 찾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님 이렇게 제 속의 결심은 연약하기만 한데 마음 안팎 적들의 조롱과 설득, 위협과 강권은 쉴 새 없이 울려납니다. 그러니 당신 이름을 부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극히 거룩하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시여, 이 인생을 불쌍히 여기시고 자비를 베푸소서.” 저들의 조롱이 제 귀를 다 채우고 그 위협이 제 마음을 가득 채워 저를 사로잡기 전에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소리를 다함(竭聲)은 기실 마음을 다함(竭誠)이지요. 멀리 계신 거 아니신가 두려워 당신을 부릅니다. 혹여 더디 오실까 두.. 2021. 4. 22. 무화과 잎과 열매 무화과 잎과 열매가 가위바위보를 한다 하늘땅 걸고서 내기를 한다 누가누가 이기나 가위바위보 무화과 잎은 빈 손 맨날 보자기 무화과 열매는 쥔 손 맨날 바위 이기기만 하는 잎은 신이 나서 하늘을 우러러 푸르게 웃음 짓고 지기만 하는 열매는 열받아서 잘도 잘도 영글어간다 2021. 4. 22. 동중정(動中靜) 오늘도 나는 달린다 빙빙빙 날아다닌다 사분사분 가벼웁게 사월의 산새처럼 아침부터 밤까지 쉴 새 없이 배달의 기사님들처럼 공양간 초발심의 행자처럼 119구급대원들처럼 기도의 타종소리에 뛰어가는 수녀처럼 분과 초 단위로 살아간다 성성적적(惺惺寂寂) 매 순간을 깨어서 땅과 하늘을 빙빙빙 춤을 추듯 날아다닌다 12시간을 앉았던 정중동(靜中動)으로 12시간을 달리는 동중정(動中靜)을 산다 심심한 생각 한 자락이 이마를 스친다 어느 쪽이 더 쉬운가? 12시간의 정중동일까? 12시간의 동중정일까? 2021. 4. 20. 내 적이 얼마나 많은지요 시편 3편 1절 야훼여! 나를 괴롭히는 자 왜 이리 많사옵니까? 나를 넘어뜨리려는 자 왜 이리 많사옵니까?() 吾敵何多(오적하다) 내 적이 얼마나 많은지요(《시편사색》, 우징숑) 당신께 나아가기로 결심하거나 마음을 다지면 걸리는 것들이 뭉게구름처럼 일어나 저를 덮치면서 말립니다. 아직 때가 아니고, 그건 지금은 무리고, 나중에 해도 된다고 속삭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닥쳐오는 현실의 무게로 내리누르기도 하고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음에도 이런저런 걱정덩어리들을 마음에 던져 휘청이게 하고 팔과 다리를 묶기도 합니다. 주님 사실 제 적은 제 안에 가장 많습니다. 그 적이 제 약점을 잘도 파악하고, 때도 기막히게 잡아서는 저를 꼼짝 못하게 만듭니다. 적절한 핑계와 합리화라는 그럴듯한 선물을 주며 다음 기회엔 할 .. 2021. 4. 20. 진선미의 사람 집을 나서기 전 아들에게 묻는다 너는 탐진치의 사람이 될래? 진선미의 사람이 될래? 먹방을 보던 아들은 말뜻을 이해를 못해 한시가 급한 엄마는 잘 들으라며 진선미의 말뜻만 얼른 알려주었다 진은 참되고 진실된 진 선은 착하고 선할 선 미는 아름다울 미 그런데 아들은 들은 체 만 체 그래서 엄마는 말을 그대로 따라하라고 했다 안하면 용돈도 밥도 없을 거라며 아무 것도 없을 거라며 이윽고 아들 입에서 새어나오는 말소리 한낮의 봄바람처럼 장난스럽게 여름날의 소나기처럼 새차게 밤하늘의 별빛처럼 멀어지는 말소리 비록 작지만 한 방울의 물이 바윗돌을 적시듯 아들의 몸에 진선미의 말이 점점 새겨지기를 6학년이 된 아들이 유튜브와 세상을 검색할 때면 진선미의 말이 어둔 세상 별자리가 되어주기를 진선미의 말씨 한 알을 아.. 2021. 4. 19. 노는 재미 요즘 규민이는 한창 노는 재미에 빠졌습니다. 놀이방 친구들과 한나절을 놀고, 놀이방이 끝나면 선아, 재성이, 규성이와 어울려 어두워질 때까지 놉니다. 교회 마당에서 놀기도 하고, 선아네 집에서 재성이네 집에서, 때론 뒷동산 산비탈에서 놀기도 합니다. 자전거도 타고, 흙장난도 하고, 소꿉놀이도 하고, 시간 가는 줄을 모릅니다. 어두워지는 것도 모르고 놀다간 찾으러 나간 엄마 손을 잡고 돌아와 때론 저녁 밥상 앞에서 쓰러지듯 잠이 듭니다. 졸리도록 노는 아이, 아이의 천진한 몰두가 내겐 늘 신기하고 적지 않은 자극도 됩니다. - (1992년) 2021. 4. 19. 이전 1 ··· 62 63 64 65 66 67 68 ··· 29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