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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어려운 일 무관심 하지 말 것. 형식적으로 의무감으로 관심 갖지 말 것. 무책임하게 다른 이의 가슴 깊이 들어가지 말 것. 목회를 하며 얻게 된 작은 깨달음. 무책임하게 뛰어듦보단 책임 있게 바라보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 - 1998년 2021. 5. 6.
고집은 세고 어둑하기 한이 없어라 시편 4편 2절 너희, 사람들아! 언제까지 나의 영광을 짓밟으려는가? 언제까지 헛일을 좇고 언제까지 거짓 찾아 헤매려는가?(《공동번역》) 嗚呼濁世子 冥頑盍有極(오호탁세자 명관함유극) 세상에 물들면 고집은 세고 어둑하기 한이 없어라 그러니 허망한 것에만 빠져드네(《시편사색》, 오경웅) 가인(歌人) 박보영 씨가 부른 노래가 떠오릅니다. 바람은 보이지 보이지 않지만 나무에 불며 녹색의 바람이 되고 꽃잎에 불면 꽃바람 된다 방금 나를 스쳐지나간 바람 무슨 바람되었을까? 일본의 어느 장애를 지닌 분이 지었다는 시에 붙인 노래입니다. 그는 자신을 스쳐 지나간 바람은 세상에 어떤 의미로 흘러가는지를 묻습니다. 저도 그리 묻고 싶습니다. 저는 시방 무엇에 물들어 있고 어떤 결로 흐르고 있습니까? 당신을 믿는다고 하는데.. 2021. 5. 5.
아이들 입맛 달래, 냉이, 언개잎, 두릅, 제피잎, 쑥 털털이 쓴 나물 입에도 대지 않으려는 우리 아이들 치킨, 피자, 떡볶이에 자꾸만 봄이 밀려난다 올해도 아이들의 몸 속에 봄을 심지 못해서 큰일이다 이 아이들이 커서 맞이하는 봄은 무슨 맛일까 내 어린 시절 뒷동산에서 뛰놀다 심심해서 꺽어 먹던 배추 꽃대 맛은 지금도 푸른데 아이들 고사리손으로 캐온 쑥을 모아서 쑥 털털이 해서 나눠 먹던 마을 아주머니들은 고향 어린 몸에다 봄을 심을 수 있었던 가난이 하늘이 내려주신 선물인 줄을 두고두고 곱씹는다 2021. 5. 5.
“나댐 없이, 드러남 없이, 흔적 없이” 시간차가 있긴 하지만, 저자와 나는 공유한 역사의 시간대가 넓게 겹친다. 비록 같은 하늘 밑에 살았어도, 그는 소용돌이치는 역사의 현장에서 살았고, 나는 현장과는 철저히 격리된 상아탑 속에서 스스로 갇혀 살았다. 학문적으로도 남미 해방신학에 대한 긍정적 관심과 수용, 우리의 민중신학에 대한 성서학 쪽에서의 지원을 자처했으나, 나 자신의 공헌은 미흡했다. 70년대 말, 어느 날 오후, 신촌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거의 폐인이 되다시피 피폐해진 모습의 청년을 만났다. 그는 한때 모 대학 기독학생회에서 내가 인도하는 성경공부에 참여하였고, 그 후 현장에 뛰어들었다가, 모진 고문 끝에, 건강을 잃었다. 그때 거기에서 그를 만나고 나서, 나는 한 국립대학교와 두 사립대학교의 기독학생회에서, 정기적으로 때로는 부정기적.. 2021. 5. 5.
본업 몸을 위해서 먹고 사는 일은 나의 본업이 아니다 언제까지나 부업이지 참을 찾아 그리워하는 일이 몸 받아 태어난 나의 본업이지 그것이 참 잘 먹고 참 잘 사는 일 참과 하나가 되는 참된 일 진선미의 마음이 꽃 피우는 언제까지나 나의 본업이지 참참참 귓전을 맴도는 노랫말 낮은 풀꽃들의 어깨춤 같은 높이 나는 새들의 날갯짓 같은 한 가락에 떠는 현처럼 한 바람에 춤추는 들풀처럼 하늘과 땅을 잇는 숨으로 참과 나를 잇는 일 2021. 5. 4.
넉넉한 은혜 절기예배 중 그중 어려운 게 감사절입니다. 기쁨과 감사가 넘쳐야 할 감사절을 두고 웬 우중충한 얘기냐 할진 몰라도, 아무래도 감사절은 어렵습니다. 그것이 맥추감사주일이건 추수감사주일이건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첫 곡식을 거두며, 혹은 온갖 곡식을 거두며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는 예배에 왜 감사와 기쁜 마음 없겠는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괴롭고 안타까운 일들을 주변에 두고 때 되어 감사절을 맞아야 할 때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새삼스럽게 감사의 조건과 감사의 이유를 찾아보지만, 그런 마음을 가로막고 나서는 안타까움이 바로 곁에 있습니다. 지난번 맥추감사주일 예배를 드릴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내일이 감사절, 어떻게 감사 예배를 드리나, 바쁜 일철에 몇 명이나 모여 어떤 감사의 고백을 할 수 있을까.. 2021. 5. 3.
정녕, 무엇이 인생의 참된 평강인지요 시편 4편 6절 “그 누가 우리에게 좋은 일을 보여 줄까” 하고 말하는 자가 많사오니, 밝으신 당신의 얼굴을 우리에게 돌리소서, 야훼여.(《공동번역》) 衆庶喁喁望 何日見時康(중서옹옹망 하일견시강) 吾心惟仰主 願見主容光 많은 이 기도합네 웅얼거리나 평강의 때 일랑은 얻지를 못해 나 오직 주님만을 우러르나니 주님의 얼굴 빛 보게 하소서(《시편사색》, 오경웅) 좋은 날 원치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누가 불행을 바라겠습니까? 다들 좋은 날을 바라고 쨍하고 해뜰 날을 기대합니다. 그러면서 다들 두리번거립니다. 그 좋은 날이 어디서 오는지 목을 빼고 혹여 기미라도 보이면 득달같이 잡아채려 덤벼듭니다. 그러나 참된 좋은 날을 그렇게 두리번거리며 찾을 수 있는게 아니지요. 그게 이웃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 2021. 5. 3.
“어머니가 저를 몰라보셔도 괜찮아요” 오늘은 장애인 목욕봉사가 있는 날인데 아침부터 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가뭄 후 오랜만에 보는 봄비이니 단비인 것은 확실한데 혼자서 우산을 받쳐 들기 어려운 분들에게는 단비도 씁쓸한 불편함이 될 수 있다. 목욕탕으로 이동하려니 횡단보도 앞에 휠체어를 잡고 계신 팔십이 넘은 어머니와 육십이 넘은 아들이 우산을 받쳐 든 채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익히 알던 분들인지라 나는 얼른 늙은 어머니대신 휠체어 손잡이를 잡았다. 어머니는 봉사하러 온 고등학생의 우산을 같이 쓰고 목욕탕으로 따라오셨고 나는 아들이 타고 있는 휠체어를 밀고 봄비 속을 앞서 걸었다. 휠체어에 앉은 사람과 밀어주는 사람이 빗속을 함께 걸으면 한사람은 비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나는 15분동안 비를 맞았지만 어머니는 20년 .. 2021. 5. 3.
햇살 돌틈에 누운 풀 한 포기를 비 걸음으로 달려와서 바람 손으로 부둥켜안고서 해맑은 웃음으로 일으켜 살리는 마음 2021. 5.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