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685 손 꽃봉오리는 꽁꽁 움켜쥔 조막손 손안에 힘이 풀리면 다섯 손가락 꽃이 핀다 2021. 4. 25. 어떤 결혼식 결혼식 주례를 하며 신랑 신부를 군(君)과 양(孃)이라 부르는 것이야 당연한 것이면서도 왠지 군과 양이라는 호칭이 어색했고 미안하기도 했다. 신랑 49세, 신부 46세. 늦을 대로 늦은 결혼이었다. 자칫 만남이 어렵지 싶은 나이에 두 사람은 우연히 그러나 기막힌 인연으로 만나 잡다한 상념을 털기라도 하려는 듯 이내 약속의 자리에 섰다. 단강교회가 세워진 이래 교회에서 하는 첫 번째 결혼식이었다. 주일예배에 잇대어 잡은 시간, 그래도 흔쾌히 부탁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이도 연소하고 해서 원하는 분 있으면 주례자로 모시라 했지만 굳이 주례를 내게 부탁했다. 뜻밖의 부탁은 더욱 거절할 수 없는 법, 주례 부탁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양가 가족만 모여서 단출한 식을 올렸음 했던 처음 바람과는 달리 적잖은 동네잔.. 2021. 4. 24. 저의 적들을 쳐주소서! 시편 3편 3절, 6절 그러나 야훼여! 당신은 나의 방패, 나의 영광이십니다. 내 머리를 들어 주십니다.〔3절〕 적들이 밀려 와 에워 쌀지라도 무서울 것 하나 없사옵니다.〔6절〕(《공동번역》) 護我四周(호아사주) 無所畏矣(무소외의) 나를 지키시는 당신의 임재 누리고서야 기실 두려워할 것 전혀 없었음을 알게 됩니다(《시편사색》, 우징숑) 그러니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저의 적들을 쳐주소서!” 그것은 사람을 향한 공격이 아니라 제 믿음의 여정과 이 길을 비틀려는 거짓에 대한 정확한 인식입니다. 물러나는 척 하면서 다음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거짓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왔고 어떻게 변장하여 전혀 새로운 양 접근하여 속삭이고 저를 설득하는지를 복기하는 것입니다. 잠깐 사이면 당신의 길과 세상의 길을 적.. 2021. 4. 24. 세작 하늘이 땅을 적시우는 곡우 땅에 엎드린 씨앗과 어린 초목들이 푸른 날 감사의 기도를 하얗게 피워 올리우는 산안개에 찻잎이 살을 찌우는 날 올해도 차밭에 갈 수 없는 아쉬움이 이제는 미안함이 되고 나는 갈 수 없지만 오늘 아침 이마에 닿은 공평하신 빗물 세례에 제자리에서 마음 놓이 감사의 기도를 하얗게 올리우는 날 2021. 4. 24. 나는 더 먼 길을 걷는 꿈을 꾼다(1) 몇 년 전부터 나는 친구와 함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약국에 매여 있는지라 시간을 자주 낼 순 없지만 그래도 계절마다 걷기 좋은 길을 찾아 종일 걷곤 한다. 올해는 석가탄신일을 이용해 1박 2일 코스로 지리산 둘레길을 걷기로 했다. 작년에 2박 3일 동안 지리산 둘레길 중 운봉에서 동강구간를 걸었는데 그 느낌이 좋아서 ‘지리산 둘레길 완주’를 나의 버킷리스트에 추가시켰다. 그러니 다리 후들거리기 전에 틈틈이 찾아가야 할 곳이 지리산이 되었다. 5월 21일 새벽 5시 30분 구례구역행 KTX를 타기 위해 새벽부터 서두른 덕분에 도시락까지 챙기며 여유롭게 기차에 올랐다. 호남선KTX가 생기고 서울에서 남원까지 2시간이면 가는 세상이 되었다. 예전엔 고향인 정읍과 서울을 오갈 때 4시간씩 걸리곤 했는데 이젠 .. 2021. 4. 23. 마음의 속도를 줄이십시오 “성급한 사람과 사귀지 말고, 성을 잘 내는 사람과 함께 다니지 말아라. 네가 그 행위를 본받아서 그 올무에 걸려 들까 염려된다.”(잠 22:24-25)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지난 한 주간도 주님과 동행하는 기쁨을 누리셨는지요?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교우들 모두 자기 인생의 때를 사느라 분주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앞두고 설렘 속에 있는 이들도 있고, 뜻하지 않은 시간에 찾아온 질병과 사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도 있습니다. 왠지 모를 불안함에 시달리는 이들도 있습니다. 주님께서 친히 그 모든 분들의 품이 되어 주시기를 청합니다. “여러분 가운데 고난을 받는 사람이 있습니까? 그런 사람은 기도하십시오. 즐거운 사람이 있습니까? 그런 사람은 찬송하십시.. 2021. 4. 22. 화성 노인의 지구별 여행기 14평의 작은 시골약국에는 하루 종일 여러 사람이 다녀간다. 2살배기 아이부터 90세가 넘는 노인까지... 나이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먹고 사는 일도 다르고 살아온 인생도 다른 사람들이 오늘도 약국 문턱을 넘나들며 인사를 나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 오기 때문이다” 약국 출입문 옆에 걸어 둔 정현종 시인의 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약국에 오는 이들이 보게 될 글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 내가 제일 많이 읽게 된다. 약국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사람을 습관처럼 무감각하게 대하거나, 매출을 위한 돈줄로 보게 되는 마음을 경계하고, 또 내가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좀 더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길 바라며 되새겨 읽게 되는 글귀이다. 평소 나는 약국을 찾는 이들에.. 2021. 4. 22. 그럴수록 당신을 찾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편 3편 4절 나 야훼께 부르짖으면 당신의 거룩한 산에서 들어 주십니다.(《공동번역》) 竭聲籲主(갈성유주) 온맘과 영혼으로 주님 당신을 부릅니다(《시편사색》, 우징숑) 그러니 그럴수록 당신을 찾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님 이렇게 제 속의 결심은 연약하기만 한데 마음 안팎 적들의 조롱과 설득, 위협과 강권은 쉴 새 없이 울려납니다. 그러니 당신 이름을 부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극히 거룩하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시여, 이 인생을 불쌍히 여기시고 자비를 베푸소서.” 저들의 조롱이 제 귀를 다 채우고 그 위협이 제 마음을 가득 채워 저를 사로잡기 전에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소리를 다함(竭聲)은 기실 마음을 다함(竭誠)이지요. 멀리 계신 거 아니신가 두려워 당신을 부릅니다. 혹여 더디 오실까 두.. 2021. 4. 22. 무화과 잎과 열매 무화과 잎과 열매가 가위바위보를 한다 하늘땅 걸고서 내기를 한다 누가누가 이기나 가위바위보 무화과 잎은 빈 손 맨날 보자기 무화과 열매는 쥔 손 맨날 바위 이기기만 하는 잎은 신이 나서 하늘을 우러러 푸르게 웃음 짓고 지기만 하는 열매는 열받아서 잘도 잘도 영글어간다 2021. 4. 22. 이전 1 ··· 64 65 66 67 68 69 70 ··· 29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