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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 몸을 위해서 먹고 사는 일은 나의 본업이 아니다 언제까지나 부업이지 참을 찾아 그리워하는 일이 몸 받아 태어난 나의 본업이지 그것이 참 잘 먹고 참 잘 사는 일 참과 하나가 되는 참된 일 진선미의 마음이 꽃 피우는 언제까지나 나의 본업이지 참참참 귓전을 맴도는 노랫말 낮은 풀꽃들의 어깨춤 같은 높이 나는 새들의 날갯짓 같은 한 가락에 떠는 현처럼 한 바람에 춤추는 들풀처럼 하늘과 땅을 잇는 숨으로 참과 나를 잇는 일 2021. 5. 4.
넉넉한 은혜 절기예배 중 그중 어려운 게 감사절입니다. 기쁨과 감사가 넘쳐야 할 감사절을 두고 웬 우중충한 얘기냐 할진 몰라도, 아무래도 감사절은 어렵습니다. 그것이 맥추감사주일이건 추수감사주일이건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첫 곡식을 거두며, 혹은 온갖 곡식을 거두며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는 예배에 왜 감사와 기쁜 마음 없겠는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괴롭고 안타까운 일들을 주변에 두고 때 되어 감사절을 맞아야 할 때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새삼스럽게 감사의 조건과 감사의 이유를 찾아보지만, 그런 마음을 가로막고 나서는 안타까움이 바로 곁에 있습니다. 지난번 맥추감사주일 예배를 드릴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내일이 감사절, 어떻게 감사 예배를 드리나, 바쁜 일철에 몇 명이나 모여 어떤 감사의 고백을 할 수 있을까.. 2021. 5. 3.
정녕, 무엇이 인생의 참된 평강인지요 시편 4편 6절 “그 누가 우리에게 좋은 일을 보여 줄까” 하고 말하는 자가 많사오니, 밝으신 당신의 얼굴을 우리에게 돌리소서, 야훼여.(《공동번역》) 衆庶喁喁望 何日見時康(중서옹옹망 하일견시강) 吾心惟仰主 願見主容光 많은 이 기도합네 웅얼거리나 평강의 때 일랑은 얻지를 못해 나 오직 주님만을 우러르나니 주님의 얼굴 빛 보게 하소서(《시편사색》, 오경웅) 좋은 날 원치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누가 불행을 바라겠습니까? 다들 좋은 날을 바라고 쨍하고 해뜰 날을 기대합니다. 그러면서 다들 두리번거립니다. 그 좋은 날이 어디서 오는지 목을 빼고 혹여 기미라도 보이면 득달같이 잡아채려 덤벼듭니다. 그러나 참된 좋은 날을 그렇게 두리번거리며 찾을 수 있는게 아니지요. 그게 이웃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 2021. 5. 3.
“어머니가 저를 몰라보셔도 괜찮아요” 오늘은 장애인 목욕봉사가 있는 날인데 아침부터 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가뭄 후 오랜만에 보는 봄비이니 단비인 것은 확실한데 혼자서 우산을 받쳐 들기 어려운 분들에게는 단비도 씁쓸한 불편함이 될 수 있다. 목욕탕으로 이동하려니 횡단보도 앞에 휠체어를 잡고 계신 팔십이 넘은 어머니와 육십이 넘은 아들이 우산을 받쳐 든 채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익히 알던 분들인지라 나는 얼른 늙은 어머니대신 휠체어 손잡이를 잡았다. 어머니는 봉사하러 온 고등학생의 우산을 같이 쓰고 목욕탕으로 따라오셨고 나는 아들이 타고 있는 휠체어를 밀고 봄비 속을 앞서 걸었다. 휠체어에 앉은 사람과 밀어주는 사람이 빗속을 함께 걸으면 한사람은 비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나는 15분동안 비를 맞았지만 어머니는 20년 .. 2021. 5. 3.
햇살 돌틈에 누운 풀 한 포기를 비 걸음으로 달려와서 바람 손으로 부둥켜안고서 해맑은 웃음으로 일으켜 살리는 마음 2021. 5. 3.
이사 새로 지은 사택으로 이사를 했다. 미비한 점도 있었고, 아직 채 벽도 마르지 않았지만 곧 다가올 봉헌예배 행사를 위해 시간을 앞당겼다. 이번에도 동네 모든 분들이 수고를 하였다. 17평, 내 의견이 반영된 집이라 그런지 참 편안하다. 흩어져 있던 살림살이가 이제야 한군데로 모였다. 두 달여 허름한 담배건조실, 조그마한 다락방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형편없이 뒹굴며 주인의 무관심을 원망했을 몇 가지 짐들이 한군데로 모인 것이다. 그간 서너 번의 이사로 여기저기 깨지고 부서진 곳이 많았지만 그래도 책을 쥐가 쏠지 않은 것이 여간 다행이 아니었다. 수도를 틀면 따뜻한 물이 나오는 것이 신기하다. 단칸방, 조그마한 마루에 부엌살림을 늘어놓고 찬바람 그대로 맞으며 식사를 마련했던 아내 보기가 영 미안했는데, 이제 .. 2021. 5. 2.
경건한 이를 특별히 마음에 두시네 시편 4편 3절 알아 두어라, 야훼께서는 경건한 자를 각별히 사랑하시니, 내가 부르짖으면 언제나 들어 주신다.(《공동번역》) 須知主公明 忠良是所秩(수지주공명, 충량시소질) 모름지기 알지니 주님 공정하시고 밝히 아시니 경건한 이를 특별히 마음에 두시네(《시편사색》, 오경웅) 주님, 당신을 따른다는 것은 하느님 당신께서 이 모든 것을 다 아신다는 믿음에서 출발하는 것이지요? 환히 아시는 당신께서 때에 맞게 온전히 행하실 것을 믿는 거지요? 당신이 환히 아시고 공명정대하시다는 그 믿음이 저로 하여금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는(盡心誠意)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지 싶습니다. 제 능력과 제 힘으로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는 사람이 될 수는 없지 싶습니다. 삶에서 제가 얼마나 자주 두 마음을 품는지 뻔히 아시지 않습니.. 2021. 5. 1.
삶의 구조 사흘간 열린 지방등급사경회에 단강에선 광철 씨 혼자 참석을 했다. 많이는 아니더라도 해마다 서너 명씩은 참석을 했는데 올핸 광철 씨 뿐이었다. 이번에 4학년에 올라가는 김천복 할머니와 3학년이 되는 김영옥 속장님이 설을 쇠러 자식네 다니러 가서 내려오지 않았고. 지금순 집사님은 설을 쇠러온 아들이 아직 떠나지 않고 있었다. 광고를 잘 들어두었던 광철 씨가 아침 일찍 교회로 내려왔다. 늘 그런 셈이지만 광철 씨의 차림새가 남루했다. 날이 찬데도 입은 옷이 허술했고 그나마 때가 잔뜩 오른 옷이었다. 지난번 서울에서 고마운 손길을 통해서 보내온 옷을 이런 날 입으면 얼마나 좋으랴만 어디 갈 때 입는다며 아껴둔 옷을 이번에도 입지를 않았다. 광철 씨는 사흘 동안의 사경회를 빠지지 않고 참석을 했다. 고마운 일이.. 2021. 5. 1.
나뭇가지 손 마른 나뭇가지에서 꽃이 피고 잎이 피듯 어머니의 손끝이 갈라져서 연분홍 꽃이 피어나고 아버지의 손마디가 툭툭 불거져서 푸르른 잎이 피어난다 오늘도 찻잎을 매만지는 손이 나뭇가지를 닮아갈 무렵 저녁밥 먹으러 오너라 부르는 소리 없는 쓸쓸한 저녁에 나뭇가지가 나뭇가지에게 어진 손을 뻗는다 2021. 4.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