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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를 눈동자 같이 목요성서모임에서 사도행전을 인도하던 김 목사가 몇 주 미국을 다녀오게 되어 비게 된 시간을 손곡교회 한석진 목사님께 부탁을 드렸다. 동양사상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형이라 신선한 시간이 되겠다 싶었다. 석진 형은 '도마복음'을 택했고, 우리는 석주 동안 도마복음을 읽고 얘길 나눴다. 1945년에 우연히 Nag-hamadi 박물관 한쪽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 쓴 채로 발견된 도마복음은 인도로 전도를 간 예수님의 제자 도마가 그곳에서 쓴 복음서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예수가 말했다 -'로 시작되는 도마복음은 모두 114개의 말씀으로 이루어졌는데 일종의 선문답 같은, 불교 문화권에서의 예수 그리스도의 재해석이라는 성격을 강하게 풍기고 있었다. 요한복음이 헬라문화권 안에서의 복음에 대한 재해석이었다면 도마복음은.. 2021. 4. 12.
한 말씀만 하소서! 시편 1편 2절 야훼께서 주신 법을 낙으로 삼아 밤낮으로 그 법을 되새기는 사람 (《공동번역》) 優遊聖道中 涵泳徹朝夕〔우유성도중 함영철조석〕 거룩한 말씀 새김질하며 거닐며 종일 그 말씀에 젖어드노라(《시편사색》, 우징숑) 어떤 이가 신앙생활을 잘하고픈 젊은이에게 물었다고 합습니다. 평생을 믿으면서 살아가는 이 여정에서 무엇을 얻을 것 같습니까? 젊은이가 머뭇거리자 자답하길, 평생 이 여정을 통해 몸맘, 영혼을 꿸 단 한마디 말씀을 얻으면 충분합니다. 그 한 말씀을 펼치면 성서 전체가 녹아져 있거니와 우주를 담고도 남을 만큼이 됩니다. 이 한 점 인생을 담기에는 너무도 넉넉하지만 그 말씀을 거두어 마음에 새기면 좁디좁아 바늘 끄트머리같은 마음 중심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습니다. 우러르면 흔들림없는 북두성이 .. 2021. 4. 9.
막연한 소원 어둠이 한참 내린 저녁, 아내가 부른다. 나가보니 작실에서 광철 씨가 내려왔다. “청국장 하구요, 고구마 좀 가지고 왔어요. 반찬 할 때 해 드시라고요.” 그러고 보니 광철 씨 옆에 비닐봉지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는데, 그 중 하나엔 허옇게 덩이진 청국장이 서너 개 담겨 있었다. “청국장을 누가 했어요?” 아버지와 광철 씨 뿐 청국장을 띄울만한 사람이 없다. “제가 했어요. 그냥 했는데 한번 먹어보니 맛이 괜찮던데요.” 사실 난 청국장을 잘 안 먹는다. 아직 그 냄새에 익숙하질 못하다. 그러나 광철 씨가 띄운 것, 비록 광철 씨 까만 손으로 만든 것이지만 그 정을 생각해서라고 맛있게 먹으리라 생각을 하며 받았다. 식구들의 안부를 물었다. 그러고 보니 광철 씨와 편하게 얘기 나눈 지도 오래 되었다. 중학.. 2021. 4. 9.
사건을 일으키는 만남 “끝으로 말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기뻐하십시오. 온전하게 되기를 힘쓰십시오. 서로 격려하십시오. 같은 마음을 품으십시오. 화평하게 지내십시오. 그리하면 사랑과 평화의 하나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실 것입니다.”(고후 13:11) 주님의 은혜와 평화가 우리 가운데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부활절을 지나면서 마치 오래 입은 상복을 벗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구별되게 살지 못했지만 그래도 삼감의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사순절 기간 동안 저를 사로잡았기 때문일 겁니다. 시편 시인은 하나님께서 우리가 입고 있는 슬픔의 상복을 벗기시고 기쁨의 나들이옷을 갈아입히신다고(시 30:11) 고백하지만, 아직 기쁨의 나들이옷은 준비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며칠 청명하더니 또 다시 미세먼지가 우리 시야를 가리고 있습니다... 2021. 4. 9.
꽃잎비 꽃잎이 꽃잎을 감싸며 꽃잎이 꽃잎을 안으며 작고 순한 이름들이 꽃잎비로 내린다 가장 작은 목소리로 가장 순한 몸짓으로 서로를 감싸며 서로를 안으며 울다가 웃다가 울다가 웃다가 산을 감싸며 한 잎의 시가 되고 들을 안으며 한 잎의 노래가 된다 2021. 4. 8.
아무 말 없어도 그것만으로도 넉넉합니다 시편 1편 6절b 의인의 길은 야훼께서 보살피신다(《공동번역》) 我主識善人〔아주식선인〕 우리 주님 선한 이 알아주신다(《시편사색》, 우징숑) 누군가를 안다고 할 때 그에 대한 사실적인 앎을 지(知)라고 합니다. 그와 달리 그의 사람됨을 알아주고 그의 마음을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것은 식(識)이라고 합니다. 지(知)는 일방적 관계에 지나지 않을 수 있지만 식(識)은 상호적이고 더 나아가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의미 가득한 사건들로 이어집니다. 당신을 인정해주고, 삶에서 걸어온 걸음과 지향(志向)을 귀히 여기면서 수용해주는 이를 만날 때 그제서야 당신은 당신의 삶의 의미를 더 깊이 확신할 수 있지요. 잘못살지 않았구나! 때로 지칠 때 그런 이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2021. 4. 8.
봄(22) 꽃으로 피었으니 꽃으로 져야지 요란할 것도 대단할 것도 없는 걸음걸음들 다시 한 번 눈부시다 - (1996년) 2021. 4. 8.
그분의 마음, 성심(聖心)에 닿는 길 시편을 순서대로 읽되 한 시편 안에서 마음에 닿는 것을 붙잡으려 합니다. 차례와 관계없이 공동번역과 개역개정, 오경웅의『성영역의』(《시편사색》으로 번역출간)를 중심으로 더 입에 붙는 구절을 중심으로 한땀한땀 닿으려 합니다. 시편 1편 5절 야훼께서 심판하실 때에 머리조차 들지 못하고 죄인들은 의인들 모임에 끼지도 못하리라(《공동번역》) 天心所不容 群賢所棄絶〔천심소불용 군현소기절〕 하느님 싫어하시는 것을 믿음의 사람들은 버리고 멀리하네(《시편사색》, 우징숑) 신앙이란 여러 모양으로 우리의 삶에 다가오는 것을 곰곰히 살피면서 이걸 내가 용납하고 받아들이며 내 삶의 일부로 삼을 것인가를 묻는 연습입니다. 이 연습은 우리로 하여금 기도의 자리로 이끌어줍니다. 삶에서 받아들일 것과 멀리할 것을 결정하시는 분은 우.. 2021. 4. 7.
봄(21) 너무 쉽게 진다고 너무 쉽게 밟진 마세요 언제 한 번 맘껏 웃은 적 있는지 애써 묻지 않잖아요 - (1996년) 2021. 4.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