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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사랑법 신동숙의 글밭(245) 하늘의 사랑법 오늘도 하늘을 바라봅니다유년의 기억을 되짚어 보아도 말을 배운 기억보다 하늘은 더 앞선 풍경입니다 배고픔보다 더 커다란 허기를 하늘은 언제나 든든히 채워주었지요그러다가 저도 모르게하늘을 닮아가게 되었습니다 하늘이 바라보는 곳으로저의 눈길도 따라서 바라봅니다하늘로부터 햇살이 내려오는 길을빗물이 내려오는 길을 하늘이 걸어가는 길은땅으로 내려오는 길이었습니다어린날에 산길을 내려오다가 만난 다정한 벗강아지풀 토끼풀 꺾어 제 팔목에 매듭짓다 보면뭉친 마음이 어느새 풀처럼 풀리던 기억처럼 하늘의 발걸음은 낮아져가장 낮은 땅으로작고 작은 생명에겐 단비로가난한 집 눅눅함을 말려주는 햇살과 바람으로 하늘은 세상의 모든 생명을 그 둥그런 품에 가득 안고서몸속까지 스며든 살갑고 고마운보.. 2020. 10. 4.
측량할 수 없는 사랑 속으로 측량할 수 없는 사랑 속으로 “하나님, 나를 지켜 주십시오. 내가 주님께로 피합니다. 나더러 주님에 대해 말하라면 ‘하나님은 나의 주님, 주님을 떠나서는 내게 행복이 없다’ 하겠습니다. 땅에 사는 성도들에 관해 말하라면 ‘성도들은 존귀한 사람들이요, 나의 기쁨이다’ 하겠습니다."(시16:1-3) 주님의 평안을 빕니다. 한가위 명절을 잘 보내셨는지요? 고향을 찾은 분들도 계시고, 집에 머무시는 분들도 계시겠습니다.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로하신 부모님을 찾아뵙기 위해 먼 길을 떠나는 그 마음도 귀하고, 그리운 마음을 달래며 영상으로만 인사를 나누는 마음도 귀합니다. 구름이 걷혀 보름달을 볼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우리 마음에도 보름달 하나 둥덩실 떠올랐으면 좋겠습니다. 이게 자동화된 이미지인지 모르겠.. 2020. 10. 3.
한희철의 얘기마을(102) 벼 하나 둘벼가고개를 숙인다. 고맙다고하늘 향해절을 한다. 절 하나하나가무겁다. - (1993년) 2020. 10. 3.
비가 내리는 날엔 신동숙의 글밭(244) 비가 내리는 날엔 비가 내리는 날엔다가오지 않은 미래보다는 저 멀고도 아득한 옛날이 가슴을 두드립니다 기억하지 못하는끝이 보이지 않는 가슴 밑바닥으로부터그리움이 밀물처럼 차오릅니다 빗방울이 떨어진 자리마다 흙이 패이고 흙탕물이 고이고가슴은 질퍽해져 뒤죽박죽이지만 끊임없이 내려앉는 빗소리에마음은 땅으로 낮아집니다 빗물이 처음 발길 닿은 곳에 잠시 고였다가 이윽코 낮은 곳으로 흘러내리듯가슴은 이 세상 가장 낮은 곳을 더듬습니다 비가 내리는 날엔빗방울처럼 연약해진 가슴이 잘게 부서져 내리는연약하고 낮은 가슴을 지닌 이들을 생각합니다 2020. 10. 3.
내 마음 경전 (經典) 신동숙의 글밭(243) 내 마음 경전 (經典) 오솔길 나무 그림자 보면서 시시하다고얼마나 많이 지웠나 물 웅덩이 하늘 그림자 보면서 싱겁다고얼마나 많이 버렸나 본래 마음내 마음 경전(經典) 그림자가 품고물 웅덩이가 품는다 2020. 10. 2.
광철 씨 한희철의 얘기마을(101) 광철 씨 지난 가을의 일입니다. 아침부터 찬비가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김남철 씨가 회사로 출근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지난해 마을 보건소장님과 결혼한 김남철 씨는 원주에 있는 한 건설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트럭을 몰고 출퇴근을 합니다. 강가 길을 신나게 달려 조귀농 마을로 접어들 때였습니다. 앞에 누군가 비를 맞고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이기도 했고 빗속 우산도 없이 누가 웬일일까 싶어 차를 세웠습니다. 보니 광철 씨였습니다. 마른 몸매의 광철 씨가 그냥 비를 맞아 온 몸이 젖은 채로 걸음을 멈췄습니다. 광철 씨는 일을 하러 가는 중이었습니다. 전날 무 뽑는 일을 하겠다고 일을 맞췄던 것입니다. 그만한 비라면 일이 미뤄질 만하고, 안 가면 비 때문이려니 할 텐데,.. 2020. 10. 2.
강가에서 한희철의 얘기마을(100) 강가에서 점심상을 막 물렸을 때 어디서 꺼냈는지 소리가 사진 한 장을 들고 와서는 “아빠, 바다에 가자.” 하고 졸랐습니다. 무슨 얘긴가 싶어 사진을 봤더니 언젠가 강가에 나가 찍은 제 사진이었습니다. 이제 두 돌이 지난 소리는 아직 강과 바다를 구별 못합니다. 얼핏 내다본 창 밖 봄볕이 따사롭습니다. “좋아, 가자.” 신이 난 소리가 벌써 신발을 챙겨 신고 문을 나섭니다. 아내가 규민이를 안고 나섰습니다. 흐르는 냇물을 따라 강가로 갑니다. 냇물 소리에 어울린 참새, 까치의 지저귐이 유쾌하고, 새로 나타난 종다리, 할미새의 날갯짓이 경쾌합니다. 서울에서 있는 결혼식에 대부분의 마을 분들이 올라간 탓에 그 넓은 강가 밭이 모처럼 한적합니다. 파란 순이 돋아 나온 마늘밭이 당근 .. 2020. 10. 1.
머뭇거림으로 만드는 평화 머뭇거림으로 만드는 평화 “끝으로 말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기뻐하십시오. 온전하게 되기를 힘쓰십시오. 서로 격려하십시오. 같은 마음을 품으십시오. 화평하게 지내십시오. 그리하면 사랑과 평화의 하나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실 것입니다.”(고후13:11) 대대로 우리의 거처이신 주님을 찬양합니다. 한 주간 동안도 평안하게 지내셨는지요? 맑고 청명한 대기가 우리 마음속 우울함을 조금은 덜어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 교회의 표어는 아주 오랫동안 ‘언제나 어디서나 그리스도인’입니다. 잊고 계신 것은 아니지요? 그리스도인 됨은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만 국한될 수 없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믿음의 사람들은 하나님과 예수님을 상기시키는 이들입니다. 우리의 존재 자체가 거룩의 세계를 가리켜 보여야 한다는 말이라고도 할 수 .. 2020. 9. 30.
아픈 만큼 따뜻하게 한희철의 얘기마을(99) 아픈 만큼 따뜻하게 끝내 집사님은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애써 웃음으로 견디던 감정의 둑이 한 순간 터져 엉엉 울었다. 고만고만한 보따리 몇 개 좁다란 마루에 쌓아놓고 무릎 맞대고 둘러앉아 드린 이사 예배. 주기도문으로 예배를 마치고 집사님 손 아무 말 없이 잡았을 때, 집사님은 잡은 손을 움켜쥐곤 바닥에 쓰러져 둑 무너진 듯 울었다. 그렇게 울고 떠나면 안 좋다고, 옆의 교우들 한참을 달랬지만 울음은 그칠 줄 몰랐다. 쓰리고 아린 세월. 잠시라도 약해지면 무너지고 만다는 걸 잘 알기에 덤덤히, 때로는 우악스럽게 지켜온 지난날의 설움과 아픔이 막상 떠나는 시간이 되어선 와락 밀물처럼 밀려들었던 것이다. 어린 아들 데리고 하루하루 고된 품을 팔아 끊어질 듯 이어 온 위태했던 삶,.. 2020. 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