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692 편지 한희철의 얘기마을(113) 편지 가끔씩 편지를 받습니다. 한낮, 하루 한 번 들리는 집배원 아저씨를 통해 신문을 비롯한 이런 저런 우편물들을 전해 받습니다. 그 중 반가운 게 편지입니다. 신문, 주보 등 각종 인쇄물 또한 적지 않은 읽을거리지만 편지만큼의 즐거움은 되지 못합니다. 찬찬히 서로의 안부를 묻고, 가슴 속 쌓인 이야기를 전하는 정겨움을 어찌 다른 것에 비기겠습니까. ‘보고 싶은 ㅇㅇ에게’ 그렇게 시작되는 편지를 읽으면 산만했던 내가 하나로 모이고, 잊혔던 내가 되찾아져 맑게 눈이 뜨입니다. 내 이름을 부르는 사람이 어느새 맘속으로 찾아와 더 없이 그리운 사람이 되어 나와 마주합니다. 가끔씩 편지를 씁니다. 군 생활할 때 정한 원칙 중 하나가 편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먼저 쓰진 못해도 최소한.. 2020. 10. 13. 목사님, 참선방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왔어요 신동숙의 글밭(254) 목사님, 참선방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왔어요 아침에 눈을 뜨니 가을 하늘이 참 좋아서, 이 아름다운 하늘을 오래도록 보고 싶은 한 마음이 산들바람처럼 불어옵니다. 그리고 보이는 하늘 만큼이나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펼쳐지는 내면의 하늘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싶은 한 마음이 잔잔한 물결처럼 일렁이는 가을 아침입니다. 구름처럼 자욱한 욕심을 걷어낸 텅빈 하늘, 무심한 듯한 공空의 얼굴은 어쩌면 사랑뿐인 하나님의 얼굴을 닮았는지도 모른다는 누군가의 얘기가 귀를 간지럽힙니다. 그냥 쪼그리고 앉아서 가만히 푸른 가을 하늘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면서 실실 웃음이 흘러나오는 이유를 다 알 수는 없지만, 늘 가까이 하고 싶은 마음은 하늘 만큼 땅 만큼입니다. 그처럼 맑갛게 갠 내면의 .. 2020. 10. 13. 달개비 신동숙의 글밭(253) 달개비 인파人波에 떠밀려 오르내리느라 바닷가 달개비가 들려주는 경전經典을 한 줄도 못 읽고 말 한마디 못 붙이고 발걸음을 되돌려야 했답니다 2020. 10. 12. 소 한희철의 얘기마을(112) 소 힘없이 병원을 빠져나왔습니다. 배웅 차 현관에 나와 있는 속장님을 뒤돌아보지 못합니다. 심한 무기력함이 온통 나를 감쌉니다. 가슴은 자꾸만 아래로 가라앉고 지나가는 이들이 나를 비웃는 것 같습니다. 차라리 한낮의 뜨거운 볕이 편했습니다. 그래, 농촌에서 목회하려면 최소한 두 가지는 갖추고 있어야 해. 돈이 많든지 능력이 많든지, 조소하듯 자책이 일었습니다. 이따금씩 병원을 찾게 되는 교우들, 마을 분들, 병원까지 찾을 때면 대부분 병이 깊은 때고, 긴 날 병원 신세를 져야 하는데 당장 눈앞의 어려움은 병원비입니다. 마음 편히 치료해야 효과도 있다는데 아픈 이나 돌보는 이나 우선 돈이 걸립니다. 아픈 이들은 돈 걱정 없이 치료를 받도록 돕던지, 아니면 아픈 곳 어디라도 손 얹.. 2020. 10. 12. 미더운 친구 한희철의 얘기마을(111) 미더운 친구 부인 자랑이야 팔불출이라지만 친구자랑은 어떨까, 팔불출이라면 또 어떠랴만. 이번 물난리를 겪으면서 개인적으로 어려웠던 건 태어난 지 8개월 된 규민이의 분유가 떨어진 일이었다. 된장국과 멸치를 고추장에 찍어먹는 반찬이야 그러려니 했지만 당장 어린 것 먹거리가 떨어진 게 적지 않은 걱정거리였다. 얼마 전 모유를 떼고 이제 막 이유식에 익숙해진 터였다. 분유를 구하려면 시내를 나가야 하는데 쏟아진 비에 사방 길이 끊겨버렸다. 안부전화를 건 친구가 그 이야길 듣고는 어떻게든 전할 방법을 찾아보겠노라 한다. 오후가 되어 전화가 왔다. 손곡까지 왔으니 정산까지만 나오면 전할 수 있겠다는 전화였다. 오토바이를 타고 작실로 올라가 산 하나를 넘었다. 길이 끊기니 평소 생각도 않.. 2020. 10. 11. 알고 보면 신동숙의 글밭(252) 알고 보면 허리 굽혀 폐지 주우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알고 보면 어느 독립운동가의 후손인지도 모른다 길에서 마주칠 때마다 더욱 허리 굽혀 인사드려야겠다 2020. 10. 11. 존재, 사라짐, 아름다움의 순환 속에서 존재, 사라짐, 아름다움의 순환 속에서 “좋은 때에는 기뻐하고, 어려운 때에는 생각하여라. 하나님은 좋은 때도 있게 하시고, 나쁜 때도 있게 하신다. 그러기에 사람은 제 앞일을 알지 못한다.”(전7:14) 주님의 평화를 빕니다. 이번 주에는 며칠 앞서 편지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주일 직전보다는 주중에 소식을 나누는 것이 더 좋겠다는 제안 때문입니다. 별고 없이 잘 지내시는지요? 함께 시간의 흐름을 타고 지낼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격절의 시간이 길어지니 그리움이 깊어갑니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가을빛이 왠지 너누룩해 보입니다. 오늘이 한로寒露네요. 찬 이슬이 내리는 때가 다가왔습니다. 그래서인지 바람이 서늘합니다. 농가월령가는 이맘때의 풍경을 이렇게 노래합니다. “제비는 돌아가고 떼기러기 언제 왔노. .. 2020. 10. 10. 헛걸음이지 않도록 누군가 신동숙의 글밭(251) 헛걸음이지 않도록 누군가 가을날 산길을 걷는 걸음이헛걸음이지 않도록 누군가 떨어진 잎 사이로도토리 알밤이 반질반질 땅바닥을 보며 걷는 걸음이헛걸음이지 않도록누군가 집안에 뒹구는 종이 조각들 차곡차곡 하늘을 보며 걷는 걸음이헛걸음이지 않도록누군가 까맣게 태우는 밤별들을 흩어 놓으신 2020. 10. 10. 소리의 열쇠 한희철의 얘기마을(110) 소리의 열쇠 “한희철 목사님”“강은미 사모님”“한소리”“한규민” 저녁 무렵, 마당에서 혼자 놀던 소리가 날이 어두워지자 집으로 들어옵니다. 문이 닫혀 있습니다. 그러자 소리는 닫힌 문을 두드리며 차례대로 식구 이름을 댑니다. 짐짓 듣고도 모른 체 합니다. 소리는 더 큰 목소리로 또박 또박 식구 이름을 다시 한 번 외쳐댑니다. 웃으며 나가 문을 열어줍니다. 소리가 히힝 웃으며 들어옵니다. 손에 얼굴에 흙이 가득합니다. 며칠 전 문을 열어 달라 두드리는 소리에게 아내는 식구 이름을 물었습니다. “누구니?”“소리”“소리가 누군데?”“한소리요.”“아빠가 누구지?”“한희철 목사님”“엄마는?”“강은미 사모님”“동생은?”“한규민” 그제서야 “응 소리가 맞구나” 하며 문을 열어 주었던 것입니.. 2020. 10. 10. 이전 1 ··· 100 101 102 103 104 105 106 ··· 30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