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
-
이 고운 십자가를
내리었습니다. 님을 또 하나의 못질이 될세라 하늘도 땅도 아닌 외로운 세움 안과 밖으로 나눈 저 벽으로부터 나와 너로 쪼갠 그 무심함으로부터 모시었습니다. 님을 늘 가리키시던 푸른 성전 푸근한 한 그릇의 기도 속에 두 팔 가득 우리를 품에 안고서 모락모락 생기를 불어넣으시는 숨은 이 고운 내 님을
2025.07.10
-
어느 장인匠人의 작업실
안녕하세요? 벌써 절기는 망종에 접어들었습니다. 분주한 일정에 따라 이곳저곳 다니다 보니 벌써 초여름의 문턱을 넘고 있네요. 보리 추수는 어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부지런한 농부들이 내다 심은 벼 포기가 제법 자리를 잡은 듯 보이더군요. 바람이 불면 제법 흔들흔들 춤도 추면서 한 계절을 넉넉히 살아내는 거겠지요. 도시에 살고 있지만 제 몸 속 깊은 곳에 새겨진 계절의 리듬을 잊지 않으려고 서재 뒤편 손이 닿는 곳에 를 두고 지냅니다. 달이 바뀔 때마다 그 계절의 노래를 찾아 소리 내어 읽습니다. 그럴 때면 떠나 온 시간에 대한 그리움이 물결처럼 번져오기도 합니다. 내 아버지와 아 버지의 아버지가 대대로 살아온 삶의 방식을 떠올리면 괜히 가슴이 울컥해지기도 합니다.나이가 드는 증거일까요? 오월이라 중하仲夏..
2025.06.27
-
마음 하나에 글씨 하나
어린 마음에 내 방이 있었으면 몸이 다 자라서는 작으나마 내 집이 있었으면 평범한 소망을 따라서 이제는 내 집이 있고 내 방이 있는데 그래도 마음은 몸 둘 곳 없다 한다 숨과 숨마다 깨어 눈을 감아도 보이는 푸른 하늘과 땅을 둘러보아도 이 땅에 머리 둘 곳 없다 하시며 말끝마다 가리키시던 마음 그 하얀 마음을 닮은 하얀 종이 앞에서 처음 마주했던 우주 그 까마득한 공간 안에서 나의 손끝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서성이고 있는 가 어둔 마음에 뜬 글씨 하나는 별 하나 가슴에 품는다 푸른 싹이 트도록
2025.06.22
-
하나님도 별 도리가 없으시다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 하는 ‘안으로의 여행’ 하나님도 별 도리가 없으시다 나는 확신합니다. 만일 나의 영혼이 준비가 되어 있고,하나님이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와 마찬가지로나의 영혼 안에서도 드넓은 공간을 찾아내기만 하신다면,나의 영혼을 이 강물로 가득 채우시리라는 것을. 글을 쓰다가 뒤뜰로 나가 밝은 달 아래 서니, 소동파의 에 나오는 시 한 수가 문득 떠오른다. “저 강상(江上)의 맑은 바람과 산간(山間)의 밝은 달이여,귀로 듣노니 소리가 되고 눈으로 보노니 빛이 되도다.갖고자 해도 금할 이 없고 쓰자 해도 다 할 날 없으니이것이 조물주의 무진장(無盡藏)이다.” 이 무진장한 바람과 달빛도 사람이 그 무언가로 가득 차 있다면 스며들 길이 없다. 맑은 바람을 마시면서도 누군가에..
2025.06.15
-
이재명 정부의 진로와 성서의 교훈
이재명 정부의 출범은 이 나라 역사에 중대한 획을 긋는다. 오랜 민주화 투쟁의 역사가 일반 서민 대중들의 선택과 저항으로 이어져,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내란세력의 집권을 막았고, 어느 한 곳 성한데 없이 망가져 나라의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나라를 바로잡고, 우리 민족의 자주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진력할 역량을 집결시킬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역사의 정도를 걷겠다는 자세 이재명 정부의 등장에서 우리가 무엇보다도 주목하게 되는 것은 아무런 기존의 특권적 기반이 없는 후보가 역사의 원칙에 충실함으로써, 세상사의 이해관계에 휘둘려 오던 한국사회에 원칙과 진실이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부여한 것이라고 하겠다. 이른바 검찰을 도원한 온갖 ‘정치적 탄압’과 소위 강고한 주류세력의 ‘대세론’이라는 망..
2025.06.08
-
좋구나, 이 말이여!
"그 말씀은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의 영광 을 보았다. 그것은 아버지께서 주신, 외아들의 영광이었다. 그 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였다."(요한복음 1:14) 영원하신 하나님, 하늘과 땅의 창조자가 우리와 같은 존재가 되셨다. 오랜 기간 누군가의 돌봄을 받아야만 할 아기의 몸으로 태어났다. 엄마 품에 안겨 젖을 먹고, 엄마의 눈을 바라보다가 까무룩 잠이 들고, 잠에서 깨어나 주변을 두리 번거리다가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는 아기로 말이다. 그리고 그는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 곧 칠정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며 살아가는 우리들과 다를 바 없이 사셨다. 문득 막스 에른 스트의 그림 가 떠오른다. 무슨 일 때문인지 마리아는 몹시 화가나 있다. 그래서 아기 예수를 자기 무릎에 엎드리게 한..
2025.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