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687 자유시장에서 생각하는 자유 한희철의 두런두런(8) 자유시장에서 생각하는 자유 원주 시내 한복판에는 자유시장이 있습니다. 이른바 ‘A도로’라 불렸던 중앙로 한복판, 자유아파트 아래층에 자리를 잡고 있는 꽤 넓은 시장입니다. 단강에서 목회를 하며 이따금씩 자유시장을 찾았던 것은 시장 안에서 한 지인이 레코드가게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음악을, 음악보다는 사람을, 사람보다는 만남을 좋아하는, 우리 젊은 목회자들이 편하게 ‘아저씨’라 부르는 분이었습니다. 토요일이면 인쇄소에 주보 원고를 맡기고 주보를 인쇄하는 동안 아저씨 가게에 들러 차 한 잔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했지요. 자연스럽게 그 가게는 젊은 목회자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인가 그날도 레코드 가게로 가기 위해 막 자유시장 길로 접어들었는데,.. 2015. 4. 17. 하나님은 아이보다 먼저 어른을 지으신다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15) 하나님은 아이보다 먼저 어른을 지으신다 자연은 가장 작은 것으로 자신의 일을 시작하시는 반면, 하나님께서는 가장 완전한 것으로 자신의 일을 시작하십니다. 자연은 아이에서 어른을 만들고, 달걀에서 암탉을 만들지만, 하나님은 아이보다 어른을 먼저 지으시고, 달걀보다 먼저 암탉을 지으십니다. 자연이 아이에서 어른을 만들고, 달걀에서 암탉을 만든다는 말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하나님은 아이보다 어른을 먼저 지으시고, 달걀보다 먼저 암탉을 지으신다는 말은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아마도 이것은 자연의 질서와 하나님의 질서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이를테면 우리가 부모가 되어 아이를 낳는 일은 자연의 질서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건 피조물의.. 2015. 4. 17. 어깨 걸고 함께 가자!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10) 어깨 걸고 함께 가자! 박근혜 정권이 탈진상태에 이르렀다. 그렇게 된 것은 애초의 출발점이 수상했고, 대형 참사 앞에서 기능과 책임을 저버렸으며 부패세력의 정체가 폭로되는 사건들이 쌓이면서 권력의 국민적 토대가 무너져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 정권의 정치적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세월호 1주기가 되는 시점에서 국민적 고통을 함께 해야 할 대통령이 모르쇠하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식 이하의 일이 추진되고, 모법의 취지를 짓밟은 특별조사위원회 시행령을 버젓이 내세우는 몰염치는 왜 생기는 것일까? 그것은 집권세력이 얼마나 두려움에 처해 있는가를 보여주는 역설적 반증이기도 하다. 과거의 냉전정치는 공포를 통한 통제장치의 강화가 그 본질이었다. 북에 대한 .. 2015. 4. 17. 나 찾아봐라! 곽건용의 짭조름한 구약 이야기(12) 나 찾아봐라! - 잘 읽어보면 제법 짭조름한 요셉 이야기3 - 1. 이집트학(Egyptology) 전문가인 도널드 레드포드(Donald B. Redford)가 1970년에 쓴 《성서의 요셉 이야기에 대한 한 연구》 A Study of the Biblical Story of Joseph (Genesis 37-50)는 오래된 책이지만 요셉 이야기 연구자는 반드시 참고해야 할 필독서다. 거기서 그는 요셉 이야기에 사용된 50여 개의 단어들이 바빌론 포로기 또는 그 이후의 단어들임을 밝혀냈다. 그러니까 요셉 이야기는 그 시대의 산물이란 거다. 이에 덧붙여서 요셉 이야기에 반영되어 있는 이집트 시대상이 기원전 7-5세기 또는 그 이후라는 데 근거해서 이야기 속의 배경은 이스라.. 2015. 4. 17. ‘1004’의 천사 지강유철의 음악정담(16) ‘1004’의 천사 일찍 출근해서 티보 노알리의 바이올린 솔로 음반을 틀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기계상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 소리가 전혀 다르게 들렸기 때문입니다. 몸이 소리의 음색, 잔향 등에 대해 전혀 다르게 반응합니다. 내 오디오 시스템이 이런 소리였던가 싶을 정도입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 그 이유가 몸에 있네요. 주말의 휴식으로 몸의 상태가 나아지니 소리에 다르게 반응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자신의 정신과 몸의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음악을 듣는 행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 지를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습니다. 독서할 때 음악이 방해가 된다는 고정 관념을 가진 분들은 음악 자체가 독서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읽는 책과 선택한 음악의 부조화나.. 2015. 4. 17. 악마의 성서 성염의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17) 악마의 성서 “어찌하여 당신의 제자들은 조상들의 전통을 따라 걷지 않고 부정한 손으로 빵을 먹습니까?”(마가복음 7:1-23)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가장 무서운 범죄 하나를 꼽는다면 성서를 함부로 인용하는 일일 것이다. 그리스도교 혁신의 위인 마르틴 루터를 단죄한 1520년의 교황문서(Exsurge Domine)가 “야훼여! 일어나소서. 사람이 우쭐대지 못하게 하소서”(시편 9:19)라는 성경 구절로 글을 시작하는 예를 비롯해, 교회 기득권층은 항상 미운 이를 공격할 때 대개 성스러운 성경구절을 서두로 해 공식 문서를 쓴다. 성서 주석의 역사는 오해와 이해관계가 얽이고 설키는 과정이었다. 예컨대 “하느님의 모상”(창세기 1:26-27)이라는 개념은 2000년 동안 인.. 2015. 4. 15. 조봉암 사형과 진보정치 압살 김삼웅의 광복 70주년 역사 키워드 70(18) 조봉암 사형과 진보정치 압살 6.25 한국전쟁이 겨우 정전협정으로 마무리 된 1950년대 중반, 한국전쟁에서 조금이라도 좌파 내지 진보적 색체를 띤 사람들은 철저히 학살당하거나 북으로 가거나 아니면 지리산으로 들어가 죽어버렸다. 분단과 전쟁과 학살이 휩쓸고 간 한반도 남쪽에는 멸균실 수준의 반공체제가 이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조봉암은 ‘평화통일론’과 “노동독재도 자본독재도 거부하는” 민주사회주의 깃발을 내걸고 진보당을 창당하여 활동에 나섰다가 참변을 당했다. 이승만의 라이벌 제거와 ‘반공 히스테리’의 희생물이 된 것 이승만 대통령에게 현재적이든 잠재적이든 도전자는 죽음(죽임)이 따랐다. 제헌의원 선거 때 이승만과 대결한 독립운동가 최능진은 처형되고, 잠재.. 2015. 4. 15. 짧은 본문, 긴 본문 민영진의 히브리어에서 우리말로(14) 짧은 본문, 긴 본문 “사울이 이스라엘의 하느님 야훼께 아뢰었다. ‘오늘 소인에게 응답하지 않으시니, 웬일이십니까? 이스라엘의 하느님 야훼여, 만약 그 허물이 저나 제 자식 요나단에게 있다면 우림이 나오게 하시고, 그 허물이 당신의 백성 이스라엘에게 있다면 둠밈이 나오게 하십시오.’” 위에 인용된 본문운 사무엘상 14장 41절의 내용이다. 밑줄이 그어진 부분은 에는 반영되어 있지 않다. 의 것은 짧은 본문이고 은 긴 본문이다. 히브리어 원문 성서에도 밑줄 친 부분의 내용은 나와 있지 않다. 따라서 의 밑줄 친 부분은 히브리어 본문의 반영이 아니라 그리스어 칠십인역의 본문을 번역한 것이다. 그리스어 칠십인역 성서는 기원전 3세기경부터 번역되기 시작한 것으로서 그때 사용.. 2015. 4. 15. 분노사회와 세월호 참사 이길용의 종교로 읽는 한국사회(16) 분노사회와 세월호 참사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현대인의 삶에 별명붙이기를 즐겨하기 시작했다. ‘위기사회’, ‘단속사회’, ‘잉여사회’, ‘갈등사회’, ‘피로사회’, ‘투명사회’ 등등. 그러다 최근엔 ‘분노사회’란 레테르까지 등장했다. 하기야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분노에 기초한 많은 사건들이 우리 사회를 그렇게 부르기에 조금도 주저치 않게 할 정도이긴 하다. 원한 관계를 따져보기 곤란한 우발적 사고에 불특정 다수를 향한 울분의 폭력행위 등이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이 된지도 꾀되지 않던가. 이런 점에서 젊은 작가 정지우의 《분노사회: 현대 사회의 감정에 관한 철학에세이》는 매우 시의적절한 인문적 훈수라 하겠다. 본디 분노란 물리적 대상에 대한 행위 주체자의 생물학적 반응이다.. 2015. 4. 14. 이전 1 ··· 270 271 272 273 274 275 276 ··· 29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