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663 세월의 강 한희철의 두런두런(7) 세월의 강 겨울비 내리는 강가는 유난히 추웠다. 그만큼의 추위라면 눈이 맞았을 텐데도 내리는 건 비였다. 내리는 찬비야 우산으로 가렸지만 강물 거슬러 불어대는 칼날 바람은 사정없이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가장자리 얼어가는 강물이 톱날 같은 물살을 일으키며 거꾸로 밀리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리며 강 건너 묶여 있는 배를 기다렸지만 사공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해 가을, 10여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치화 씨의 지난 시간을 알기 위해 교회의 젊은 집사님과 마을 이장과 함께 길을 나섰다. 이쪽 부론은 강원도, 겨울비 속 풍경화처럼 자리를 잡은 강 건너편은 충청북도, 치화 씨의 먼 친척이 살고 있다는 곳이다. 기구한 사연 속 열세 살 땐가 아버지의 죽음을 이유로 가족들이 흩어지게 되었을 때,.. 2015. 4. 6. 하녀 딜시에게서 빛을 보다 김기석의 하늘, 땅, 사람 이야기(15) 하녀 딜시에게서 빛을 보다 안녕하십니까? 모처럼 만나도 나눌 이야기가 있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입니다. 어제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제가 프리드리히 실러의 《미학편지》를 언급했지요? 조금 난해한 책이기는 하지만 저는 인간의 심성이 조금 따뜻하고 깊어지기 위해서는 미학적 감수성을 길러야 한다는 그의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아름다움에 눈을 뜰 때, 그리고 아무런 목적도 없이 무위의 놀이를 즐길 수 있을 때 지금 우리를 붙들고 있는 욕망의 포박이 느슨해지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서 잘 놀아야 할 텐데 해야 할 일에 자꾸만 떠밀리고 있습니다. 아내는 가끔 일 중독이라며 저를 나무라기도 합니다. 시간의 주인으로 살지 못하고, 시간의 부림을 .. 2015. 4. 5. 세월호 참사 1년, 대통령과 권력, 그리고 부활 한종호의 너른 마당(15) 세월호 참사 1년, 대통령과 권력, 그리고 부활 세월호 참사 1주년이다. 잔뜩 흐린 날씨가 우리네 삶의 풍경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지난 4월 4일 영정을 들고 안산을 출발하여 광화문 광장을 향하여 걷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절규를 들으며 지금은 더 이상 절망하지 않는 것이 희망이지 싶다. 참사 후 1년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365일이지만 유가족들에게는 2014년 4월 16일에서 단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세월호 특위는 만들어졌지만 그마저도 조사권이 위태로운 지경에 처한 것은 우리 사회가 어떤 현실에 있는지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진상은 아직도 오리무중이고 책임을 따지는 문제는 언제 정리될 수 있을지 도무지 가늠이 잡히지 않는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케 한다”는데.. 2015. 4. 5. 유대인의 유월절(2) 최명덕의 유대인 이야기(8) 유대인의 유월절(2) 당시 우리 가족은 예루살렘 선지자 거리에 있는 유대인 교회에 출석하고 있었다. 아내는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돕고 있었는데, 그 교회의 골드베르그(Goldberg) 장로님이 우리를 유월절 식사에 초대하였다. 우리 옆 동에 살던 그는 경건한 유대인으로서 특히 열정적인 설교가 인상적인 분이셨다. 그의 집에 도착하니 모든 식구들이 모여 잔치 분위기였다. 식사 전에 그는 나에게 키파를 쓰게 했다. 이 유월절 식사를 ‘쌔데르’ 또는 ‘하가다’라고 부르며, 유월절 명절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다. 그날 경험했던 유월절 식사를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유월절 식사 유월절 식사는 보통 가장이 인도한다. 유월절에는 여섯 가지의 특별한 음식들이 준비된다. 정강이 뼈,.. 2015. 4. 3. Mrs. 보디발, 남자에게 들이댄 유일한 여자 곽건용의 짭조름한 구약 이야기(11) Mrs. 보디발, 남자에게 들이댄 유일한 여자 - 잘 읽어보면 제법 짭조름한 요셉 이야기2 - 1. 인류 역사에서 오랫동안 남자는 여자를 지배해왔다. 아주 오래 전엔 여자가 남자를 지배했었다지만 그에 대해선 논란이 여전히 있고 얼마나 오래 지속됐는지도 확실치 않다. 여자에 대한 남자의 지배가 바람직했다는 말도 아니고 그 시절이 좋았단 얘긴 더더욱 아니다. 그저 오랫동안 남자가 여자를 지배해왔다는 거다. 남자는 여자를 지배하면서 그들을 욕구를 해소하는 대상이나 욕정을 채우는 수단으로 삼아왔다. 그 원인을 설명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설명할 수도 있고 문화적 시각으로 풀 수도 있지만 구약성서가 여기 한 몫 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적어도 서구세계에서.. 2015. 4. 3. 십자가 The Cross 홍순관의 노래 신학(14) 십자가 The Cross 윤동주 시 / 채일손 곡 - 1978년 만듦, ‘새의 날개’ 음반수록 - 쫓아오든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어 있네(였습니다.) 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 갈 수 있을까(가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휫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왓든 사람(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여나는 피를 어두워(어)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이) 흘리리라(겠읍니다.) 1941년 5월 31일. 윤동주가 원고지에 참하게 써내려간 ‘십자가’ 원본 끝에는 시를 지은 날짜가 나와 있습니다. 해방을 맞고 전쟁을 지나 40년이 흘러 이 시는 노래로 다시 지어졌습니다. 백성과 세상을 향해 눈 감고 .. 2015. 4. 3. 하나님을 촛불로 만들지 말라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13) 하나님을 촛불로 만들지 말라 여러분이 늘 여러분의 유익만을 구한다면, 여러분은 결코 하나님을 발견하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은 하나님만을 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기도할 때 무엇을 구했던가? 하나님만을 구했던가? 아니면 나의 유익을 구했던가? 목사인 내가 더 큰 교회건물을 짓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면, 그것은 하나님을 구한 것인가, 나의 유익을 구한 것인가? 목사인 내가 병든 교우가 낫게 해달라고 기도했다면, 그것은 하나님을 구한 것인가, 나의 유익을 구한 것인가? 고은비 그림 우리의 길잡이 엑카르트는 우리에게 스스로 이런 물음에 직면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드리는 기도 속에 내 자신의 욕심을 감추고 있는 경우가.. 2015. 4. 2. 레아, 오로지 남편 사랑 얻기 위해 아이들을 낳다(1) 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12) 레아, 오로지 남편 사랑 얻기 위해 아이들을 낳다(1) 1. 레아라는 한 여자. 이 여인의 일생은 야곱을 만나면서 꼬이기 시작한다. 성경기자는 레아와 라헬을 이렇게 소개한다. “라반에게 두 딸이 있으니 언니의 이름은 레아요 아우의 이름은 라헬이라”(창세기 29:16). 우리는 레아와 라헬이 야곱을 만나기 전에 어떠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야곱이 그곳에 나타나면서 두 자매는 평생을 질투하고 경쟁(해야)하는 피 말리는 라이벌 관계로 변한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나중에는 다른 가족들과도 등지고 결국 야반도주하는 지경에 이른다. 야곱은 인간관계를 파괴하는 천부적 마이너스의 손임에 분명하다. 2. 야곱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기억하는 것, 즉 야곱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 2015. 4. 2. ‘못 살겠다 갈아보자!’ 김삼웅의 광복 70주년 역사 키워드 70(15) ‘못 살겠다 갈아보자!’ 한국의 민주주의는 초장부터 독재자의 몽둥이에 상처입고, 군인들의 군홧발에 짓밟혔다. 그런가 하면 운도 별로 따르지 않았다. 결정적인 시기에 야당 후보가 두 번 씩이나 급사한 것이다. 1956년 5월 15일 실시된 제3대 대통령 선거와 제4대 부통령 선거는 우리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야 후보가 직선에 의해 대결하는 ‘선거다운 선거’의 효시가 되었다. 집권당인 자유당은 이승만 대통령이 이기붕을 러닝메이트로 하고, 제1야당 민주당은 신익희 대통령 후보에 조병옥 부통령 후보, 혁신계의 진보당은 조봉암과 박기출로 각각 진용이 짜여졌다. 4사5입개헌 파동으로 이승만의 3선출마의 길을 튼 자유당은 공공연하게 이 대통령의 후계자로 등장한 이기붕을 .. 2015. 4. 2. 이전 1 ··· 270 271 272 273 274 275 276 ··· 29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