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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과 꿈 한희철의 얘기마을(196) 별과 꿈 “우리 동네 개울이 이렇게 지저분한 줄은 몰랐어요.” 개울을 청소하는 아이들은 한결같이 동네 개울의 더러움에 놀라고 말았다. 비닐, 깡통, 빈병(특히 농약병), 못쓰게 된 농기구 등 개울 곳곳은 온갖 쓰레기들로 가득했다. 자루에 담는 쓰레기는 이내 리어카를 채웠고, 두 대의 리어카는 분주하게 쓰레기를 날라야 했다. 쓰레기를 모으는 교회 마당엔 수북이 쓰레기가 쌓여갔다. 뜨거운 한낮의 볕이 머리 위해서 이글거렸고 땀은 온몸을 적셨다. 그래도 아이들은 부지런 했고, 그 모습들이 아름다웠다. 섬뜰 앞개울과 뒷개울, 작실, 끝정자등 네 개의 개울을 치우는데 이틀, 쓰레기를 분리하는데 또 하루가 걸렸다. 꼬박 사흘을 수고한 셈이다. 쓰레기를 치워낸 개울마다엔 라는 팻말을 박아 .. 2021. 1. 7.
언제쯤이나 한희철의 얘기마을(195) 언제쯤이나 김정옥 집사가 한 광주리 점심을 이고 염태 고개를 올라간다. 벼를 베는 날이다. 얼굴이 부었다 내렸다 계속 몸이 안 좋은 김정옥 집사. 일꾼을 몇 명이나 얻은 것인지 점심은 한 광주리 가득이다. 언젠가 들은 이야기가 새삼스럽다. 젊은 시절, 그러니까 김 집사가 맏딸 명림 씨와 둘째 진성이를 낳았을 때였다. 상자골에 일이 있어 점심을 나르는데 그 모습이 가히 가관이었다. 막 걷기를 배운 딸이야 손 하나 잡아주면 되었지만 진성이는 천생 업어야 했고, 밥이며 찬이며 뜨거운 국까지 들은 광주리는 이고, 주렁주렁 바가지를 엮은 그릇들은 어깨에 메고. 박수근 작/'고목과 여인'(1960년대) 상자골까지 올라 보면 알지만 그냥 오르기에도 벅찬, 울퉁불퉁 곳곳이 패이고 잡초는 우거.. 2021. 1. 6.
프레임 안에선 범죄도 아카데미상을 받는다 신동숙의 글밭(305) 프레임 안에선 범죄도 아카데미상을 받는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나보다 약한 생명에게 - 타락한 세상과 분리된 거룩한 예배당은 노아의 방주처럼 안전한 믿는자들만의 구원의 세상, 그 거룩한 모태 기독교인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예수의 두레 밥상처럼 둘러앉아 하나가 되어야 할 예배의 자리에서조차 서로가 가슴으로 하나 되지 못하고, 말씀을 전하는 입과 귀로 나뉘어 분리된 예배의 형식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구원과 내세 천국을 설파하면서 침을 튀겨도 그리스도인은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다며 대면 예배를 고집하며 헌금은 대면으로를 주장하는 그릇된 목사와 그의 거룩한 자녀라는 프레임 안에서. 유년기부터 장성하기까지 거쳐온 엘리트 코스, 기독교계의 서울대학교라고 부르는 포항의 HD대 미션 스쿨이라는 프.. 2021. 1. 6.
촌놈 한희철의 얘기마을(194) 촌놈 저녁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아주머니들이 교회 마당에서 흙투성이 되어 놀던 규민이를 보더니 “어휴, 너도 촌에서 사니 별수 없구나!” 하며 한 마디씩 합니다. 마당에서 놀던 규민이는 동네 사람이 지나가면 그게 반가운지 꾸벅 말도 없이 인사를 하든지 손을 흔들어 대든지 합니다. 그러고 보니 규민이 꼴이 영락없는 촌놈입니다. 얼굴이며 손에 흙이 잔뜩 묻었고 신은 어디다 벗어버린 건지 맨발입니다. 헐렁한 옷차림과 밤송이 같은 머리가 그런 모습에 잘 맞아 떨어져 시골에서 막 자라는 촌티가 밸대로 배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아주머니들의 웃음 속엔 왠지 모를 반가움과 편안함이 담겨 있습니다. 다르지 않다는, 흘러가는 시간 속 결국은 같은 삶을 살게 되었다는 반가움과 안도감에 가.. 2021. 1. 5.
숨은 하느님 신동숙의 글밭(304) 숨은 하느님 날숨으로 날 비우는 빈탕마다 들숨으로 들어오시는 숨은 하느님 태화강변을 산책하며뭉텅뭉텅 날 덜어내는 정화(淨化)의 순간마다 가지산을 오르며 활활활 날 태우는 회심(灰心)의 순간마다 그 어디든숨쉬는 순간마다숨은 하느님을 찾다가 호젓한 오솔길에아무도 보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나는겨울나무 곁에 나란히 서서엎드려 하늘을 우러르는 가슴으로 가지끝 마른잎을 떨구듯입을 가리운 마스크를 벗으면깊숙이 들어오는 숨은 2021. 1. 5.
신앙이라는 것 신앙이라는 것 인생을 살면서 ‘신앙’이라는 새로운 세계와 만나게 되는 것은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살아가면서 부딪히게 되는 여러 가지 근본적인 질문들, 가령 “나는 누구인가”로부터 시작해서 “어떤 삶을 목표로 삼아야 되는가” 등등 간단치 않은 주제들과의 씨름을 보다 용이하게 해주는 것이 신앙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것일까? 아니면, 단 한마디로 “하나님을 만나는 일”이라고 설득하면 그로써 우리의 고뇌는 더 이상의 의문의 여지없는 상태로 안정되는 일까? 아무래도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신앙이라는 것은 우리의 삶, 우리의 일상의 생활과 분리되어 따로 종교적인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일상의 자질구레한 또는 사사로운 문제와는 관련이 없이 보다 심오하고 본질적인 차원의 문제들하고만 상대.. 2021. 1. 4.
배춧국 한희철의 얘기마을(193) 배춧국 저녁 무렵 강가 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올 때였습니다. 저만치 일 마치고 돌아오는 아주머니가 있어 보니 조귀농에 사는 분이었습니다. 단강1리라는 같은 행정구역 안에 살면서도 강과 산을 끼고 뚝 떨어져 있어 오히려 다리 하나 사이로 마주한 충청북도 덕은리와 어울려 살아가는 마을이 조귀농입니다. 원래는 조귀농도 단강교회 선교구역이지만 단강교회가 세워질 즈음 덕은리에도 교회가 세워져 자연스레 조귀농이 덕은교회 선교구역이 되었고, 그러다 보니 조귀농 하곤 가까이 지낼 만한 일이 특별히 없었습니다. 그래도 몇 년 시간이 지나며 한 두 사람씩 알게 된 것이 그나마 얼굴만이라도 알게 된 이유가 되었습니다. 강가에서 만난 아주머니를 알게 된 건 지난 추석 때였습니다. 섬뜰 방앗간으로 쌀.. 2021. 1. 4.
아름다운 마음이라 부른다 신동숙의 글밭(303) 아름다운 마음이라 부른다 꽃을 꽃이라 부르지 않고아름다운 마음이라 부른다 별을 별이라 부르지 않고아름다운 마음이라 부른다 사람을 사람이라 부르지 않고아름다운 마음이라 부른다 이 아름다운 마음을우리는 세상이라 부른다 이 아름다운 세상을우리는 마음이라 부른다 2021. 1. 3.
할머니의 낙 한희철의 얘기마을(192) 할머니의 낙 한동안 마을 사람들이 진부로 일을 하러 나가 있었습니다. 당근을 캐는 일이었는데 왔다 갔다 하는 게 아니라 아예 그곳에서 먹고 자면서 일을 했습니다. 진부란 곳은 차를 타고 한참을 가야하는 ‘아주 먼 곳’입니다. 그래도 꼬박꼬박 일당을 챙겨 얼마만큼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 마을 사람들 중 몇 사람이 진부로 떠났습니다. 윗작실 영미 아버지가 중간상을 해 그를 생각해서 간다는 사람도 있었고 오랜만에 바깥바람이나 쐬러 간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작실 속회 예배를 마쳤을 때 진부 당근 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왜 할머니는 안 가셨냐고 한 교우가 허석분 할머니께 묻자 할머니가 뜻밖의 대답을 합니다. “난 안가, 까짓 거 가서 돈 번다 해도 그게 어디 밤에 자식들 .. 2021. 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