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664 함께 지어져 가는 우리 함께 지어져 가는 우리 “그의 안에서 건물마다 서로 연결하여 주 안에서 성전이 되어 가고 너희도 성령 안에서 하나님의 거하실 처소가 되기 위하여 예수 안에서 함께 지어져 가느니라”(엡 2:21-22, 개역성경) 어두운 세상에 빛으로 오시는 주님의 은총과 평강이 교우 여러분 모두와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습니다. 불안함이 우리 마음을 시시각각 괴롭히기에 우리의 방패이신 주님의 도움을 청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회 공동체가 걸어온 한 해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또 새로운 한 해를 기획해야 하는 당회조차 비대면으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비감스럽기만 합니다. 이것도 우리가 처한 현실이니 감내할 수밖에 없습니다. 각지에 흩어져서 선교 사역을 감당하던 초기 감리교도들은 모일 .. 2020. 12. 11. 할머니의 거짓말 한희철의 얘기마을(170) 할머니의 거짓말 누워 계실 줄로 알았던 할머니는 대문가에 나와 앉아 있었다. 남아 있는 독기를 빼낸다며 대야에 흙을 가득 담아 흙 속에 손을 파묻은 채였다. 좀 어떠시냐고 물었을 때 괜찮다고 할머니는 웃었지만, 흙에서 빼낸 손은 괜찮지 않았다. 독기가 검붉게 퍼진 것이 팔뚝까지 뚱뚱 부어 있었다. 서울에 있는 교회 학생부 집회를 다녀오고 나니 어두운 소식 하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허석분 할머니가 뱀에 물린 것이었다. 뒷밭에 잠깐 일하러 나가 김을 매는데, 손끝이 따끔해 보니 뱀이었다. 얼른 흙을 집어 먹으며 뱀을 쫓아가 그놈을 돌로 짓이겨 죽였다. 입으로 물린 데를 빨았는데 입 안 가득 독기가 느껴질 만큼 독이 독했다. 괜찮겠지 참다가 시간이 갈수록 몸이 부어오르자 할 수 없이.. 2020. 12. 11. 겨릿소 한희철의 얘기마을(169) 겨릿소 내게 오라. 내가 네 겨릿소가 되어주마. 내가 네 곁에서 너와 함께 밭을 갈겠다. -마태복음 11장 28-30절 얼마 전 예배당로 들어서는 출입문 유리에 글을 써서 붙였다. 성경말씀을 자기 생각이나 형편에 따라 바꿔 읽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겠지만 한편은 유익한 일이기도 할 것이다. ‘겨릿소’란 소로 밭을 갈 때 두 마리 소를 함께 부르는 것을 말한다. 보통은 한 마리 소가 갈지만 때와 곳에 따라서는 겨릿소를 부리기도 한다. ‘내게 와서 쉬며 내 멍에를 매라’(마 11:28-30)는 주님의 말씀을 우리 농촌 형편에 맞게 바꿔 보았다. 내가 비록 힘이 약하고 힘이 달려도 내 겨릿소인 안소가 든든하다면 그건 얼마나 큰 힘일까, 주님이 내 곁에서 내 안소가 되어 나와 함께 밭을.. 2020. 12. 10. 법원이 있는 마을 신동숙의 글밭(289) 법원이 있는 마을 - 검찰 개혁이 자리 바꿈만이 아니길 -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고향인 부산의 대신동을 두고 어른들은 교육 마을이라고 불렀다. 구덕산 자락 아래로 초·중·고 여러 학교들과 대학교가 있고, 미술·입시 학원들이 밀집해 있던 마을, 소문으로만 듣던 술주정꾼이나 깡패들이 잘 보이지 않던 건전한 동네로 추억한다. 산복도로가 가로지르던 빽빽한 산비탈 마을에는 6·25 피난민 시절에 지어진 판잣집도 간혹 보였으나, 그와는 대조적으로 큰 도로를 중심으로 번번한 평지에는 돌담이 높아 내부가 보이지 않는 양옥 저택들이 잘 자른 두부처럼 반듯하게 줄지어 들어선 동네, 인적이 드문 넓다란 골목길을 지나가는 바가지 머리의 꼬마한테도 반갑게 손을 내밀어 흔들어 주는 건 언제나 하늘 아래 푸른.. 2020. 12. 10. 가난한 사랑 한희철의 얘기마을(168) 가난한 사랑 아이들에게 미안할 때가 많습니다. 뭐가 그리 바쁜지 밖으로 돌아치기 일쑤고, 그나마 집에 있는 날은 뭔가를 읽고 쓴다고 방안에 쳐 박히곤 하니 같이 어울릴만한 시간이 부족한 것입니다. 하루 종일 두 녀석이 마당에서 노는 걸 보면 은근히 마음이 아프면서도 함께 하는 시간은 많지 못합니다. 그걸 잘 알기에 한가한 시간이 주어지면 아이들과 어울리려고 애써 노력을 합니다. 그중 쉽게 어울리는 것이 오토바이입니다. 혼자 타기에도 벅찬 조그만 오토바이지만 앞쪽에 규민이 뒤쪽에 소리를 태웁니다. 두 녀석은 오토바이 타는 걸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규민이는 오토바이를 탄다면 신이 나서 엉덩이를 들썩이고 어서 떠나자고 아무나 보고 손을 흔들어 댑니다. 떨어지면 어떡하나 싶었던 처음과.. 2020. 12. 9. 불 하나 켜는 소중함 한희철의 얘기마을(167) 불 하나 켜는 소중함 어둠이 다 내린 저녁, 오토바이를 타고 작실로 올랐다. 패인 길을 고친다고 얼마 전 자갈을 곳곳에 뿌려 놓아 휘청 휘청 작은 오토바이가 춤을 춘다. 게다가 한 손엔 긴 형광등 전구를 잡았으니 어둠속 한손으로 달리는 작실 길은 쉽지가 않았다. 전날 우영기 속장님 집에서 속회 예배를 드렸는데, 보니 형광등 전구가 고장 나 그야말로 캄캄절벽인지라 온통 더듬거려야 했다. 전날 형광등이 고장 났으면서도 농사일이 바빠 전구 사러 나갈 틈이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 교회에 형광등 여유분이 있었다. 그토록 덜컹거렸으면서도 용케 전구는 괜찮았다. 형광등 전구를 바꿔 끼자 캄캄한 방안이 대낮처럼 밝아졌다. 막 마치고 돌아온 속장님이 밝아진 방이 신기한 듯 반가워한다. 필요한 .. 2020. 12. 8. 공부 한희철의 얘기마을(166) 공부 교회 구석진 공간 새로 만든 방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누군가 빼꼼 들여다보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종순이였습니다. “목사님 뭐 해요?” 열린 창문을 통해 발돋움을 하고선 종순이가 묻습니다. “응, 공부한다.” 그러자 종순이가 이내 눈이 둥그레져 묻습니다. “목사님두 공부해요?” 공부는 자기 같은 아이들만 하는 것으로 알았나 봅니다. “그럼, 공부는 죽을 때까지 하는 거야.” 고개를 갸우뚱, 종순이가 돌아섭니다. 그런 종순이를 내다보며 미안하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도 합니다. 농사일에 책 볼 겨를이라곤 없을 종순이 엄마 아빠 종순이에겐 미안하기도 했고, 종순이를 위해서라면 다행스럽기도 했습니다. - (1992년) 2020. 12. 7. 뿌리에서 올라오는 향기 신동숙의 글밭(289) 뿌리에서 올라오는 향기 나무 꼬챙이로 흙을 파며 놀거나 귀한 잡초를 몰라 보고 뿌리채 뽑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게중에 유난히 뽑히지 않는 게 민들레 뿌리입니다. 땅 속으로 깊이 내려가는 하나의 굵다란 뿌리를 중심으로 해서 사방으로 뻗친 잔가지들이 잘 다져진 땅 속 흙을 온몸으로 부둥켜 끌어 안고 있는 민들레 뿌리의 그 강인한 생명력과 사투를 벌이다 보면 엉덩방아를 찧기도 합니다. 나중에는 요령이 생겨서 호미나 삽으로 흙을 더 깊이 파 내려가기도 합니다. 흙을 깊이 팔수록 흙에서 올라오는 깊은 향기가 있습니다. 흙내와 엉킨 뿌리에서 올라오는 깊은 근원의 향기가 있습니다. 그 흙내와 뿌리의 향기 앞에서 무장해제 되지 않을 생명이 있을까요? 한 해 살이 식물의 가장 끝향기가 꽃이라면, .. 2020. 12. 7. 백신 접종 순서, 국가 신뢰도 체온계 신동숙의 글밭(288) 백신 접종 순서, 국가 신뢰도 체온계 코로나 백신 접종 1순위는 누구인가? 어떤 이들이 우선 접종 대상자가 되어야 하는가? 지금까지 영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연구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 백신을 두고, 접종 우선 순위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장차 어느 시점부터는, 누구든지 접종 대상자가 될 수도 있기에, 어린 아이들도 이해하기 쉬운 말로 조심스레 생각하려고 합니다. 나를 제외한 의미의 '대상자'라는 말의 맹점을 두고, 나를 포함한 의미의 '모든 사람이 대상자'라는 공평한 저울 위에 올려 놓기를 원합니다. 공평하게 나를 포함해야 할 법 집행자가 나를 제외한 법 집행자가 될 때의 불공평하고 불투명함에서 싹 트는 사회적인 폐단을 우리는 오늘도 지켜보고 있습니다. 공평한 시선이란 모.. 2020. 12. 6. 이전 1 ··· 85 86 87 88 89 90 91 ··· 29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