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두런두런'1160 자격심사 한희철의 얘기마을(38) 자격심사 -교회 세워진 지 몇 년 됐죠?-3년 됐습니다.-지금 몇 명 모입니까?-20여명 모입니다.-첨엔 몇 명 모였나요?-20여명 모였습니다. 피식 웃었다. 자격 심사, 둘러앉은 심사위원들이 3년 동안 그대로인 수치를 두고 웃었다.나도 웃으며 그랬다. -작년 한 해 동안 세 분이 이사 가고, 세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모두들 다시 웃었다. 고개를 끄덕이며.그러면서-됐습니다. 나가세요.그렇게 자격심사가 끝났다. - (1990) 2020. 7. 28. 평화 한희철의 얘기마을(38) 평화 동네 남자들이 은경이네를 위해 한나절 나무를 같이 했습니다. 한 짐씩 경운기에 실어 날랐습니다. 반장님이 아침부터 방송으로 알리더니 어느 새 한데 모여 나무를 한 것입니다. 은경이 아버지는 지난 가을 팔을 다쳤습니다. 어둔 길 탈곡을 마치고 경운기를 타고 돌아오다가 둔덕을 지날 때 기우뚱 중심을 잃으며 기울어졌는데, 그 순간 미끄러져 내리는 탈곡기를 막다가 팔을 다쳤던 것입니다. 덕분에 은경이네는 얼마 남지 않았던 나무가 쉬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늘 이웃들이 마실 많이 오던 집이 썰렁한 냉방인지라 여느 해처럼 사람들이 모이질 못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런 은경이네를 위해 나무를 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모두 나서니 마당엔 이내 나무로 가득했습니다. 이웃의 정이 고마운 은경이.. 2020. 7. 27. 마음 젖는 기도 한희철의 얘기마을(37) 마음 젖는 기도 “삼시 세끼 밥만 먹으면 인간인 줄 아는 저희들에게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그른지 가르쳐 주옵소서.” 김영옥 집사님의 기도에 울컥 마음이 젖다. - (1990) 2020. 7. 26. 백두산에 오르는 꿈 한희철의 얘기마을(36) 백두산에 오르는 꿈 친구와 함께 백두산에 오르는 꿈을 꾸었다. 꿈이었지만 가슴은 얼마나 뛰고 흥분되던지.오르다 말고 잠에서 깨어서도(아쉬워라!) 설레는 가슴은 한동안 계속되었다.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내 기똥찬 꿈 꿨으니 꿈을 사라 했다. 거 참 신나는 일이라고 친구도 덩달아 좋아한다.언제쯤일까.먼 길 빙 돌아서가 아니라 내 나라 내 땅을 지나 백두 천지에 이를 날은.설레는 오늘 꿈이, 꿈만으로도 설레고 고마운 오늘 꿈이 정말로 가능한 그 날은. - (1989) 2020. 7. 25. 비수 하나씩은 품고 삽시다 한희철의 얘기마을(35) 비수 하나씩은 품고 삽시다 그래요, 비수 하나씩은 품고 삽시다.시퍼런 날을 남몰래 갈고 갈며뚝 뚝 눈물 떨궈 갈고 갈며가슴속 깊이 비수 하나씩은 품고 삽시다. 여린 것들을 사랑하기 위해단 한 번 쓰러짐을 위해든든한 물러섬을 위해. (1990) 2020. 7. 24. 사랑합니다, 당신의 마른 생 한희철의 얘기마을(34) 사랑합니다, 당신의 마른 생 그렇게 즐거운 모습을 전에 본 적이 없다. 대절한 관광버스 안, 좁은 의자 사이에 서서 정말 신나게들 춤을 추었다. 이음천 속장님의 셋째 아들 결혼식을 마치고 마을로 돌아오는 길, 차 안은 스피커에서 울려 나오는 빠른 템포의 노래로 가득했고, 노래에 맞춘 춤의 열기로 가득했다. 오늘은 이해해 달라고 몇몇 교우들이 맨 앞자리에 앉은 날 찾아와 미안한 듯 말했지만 이해할 게 어디 있는가, 같이 춤추지 못하는 자신이 아쉬울 뿐이지. 춤과 술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만큼 난 삶과 멀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예수라면 그들과 어울려 좁은 틈을 헤집고서 멋진 춤을 췄을 텐데! 종설이 아버지와 섬뜰 반장님의 멋진 춤! 엉덩이를 뒤로 빼고 한쪽 다리를 흔들어대는 준이 아.. 2020. 7. 23. 소나 나귀는 주인을 알아보는데 한희철의 얘기마을(33) 소나 나귀는 주인을 알아보는데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마태복음 11:28-30) 박민하 성도님 댁을 심방 하면서 위의 성경을 읽었다. 무거운 짐, 걱정일랑 주께 맡기자는 말씀을 드렸다. 말씀 중에 ‘멍에’도 그렇고 ‘두 마리 소가 나란히 밭을 간다’는 농사법에 대한 이야기도 그랬다. 함께 모임 교우들이 더 쉽게 그 말을 이해했다. 박민하 성도님은 ‘두 마리 소’를 ‘겨릿소’로 받으셨다. “소나 나귀는 주인을 알아보는데 내 백성은 나를 모른다.”(이사야 1:1-20)는 속회 공과를 배울 때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알아보나요?” 여쭸더니 “그럼요, 주인보다 먼저 알아보고 좋아 하는데요.” 허석분 할머니가 자신 있게 대.. 2020. 7. 22. 하나님은 머슴도 안 살아봤나? 한희철의 얘기마을(32) 하나님은 머슴도 안 살아봤나? “하나님은 머슴도 안 살아봤나? 비도 안 내리시게.” 옛날, 일이 너무 고된 한 머슴이 하늘 보고 그랬답니다. 비나 와야 잠깐이라도 일에서 손을 놓을 수가 있었을 테니까요.쉴 새 없이 일에 쫓기는 치화 씨와 광철 씨를 보고 우속장님이 머슴 이야기를 했습니다.겹쳐 쌓인 피곤을 채 돌보지 못하는 그들의 지친 모습이 안쓰러웠던 것입니다. (1990) 2020. 7. 21. 고픈 얘기 한희철의 얘기마을(31) 고픈 얘기 수요예배를 마치고 방에 들어와 잠시 쉬는데, 부엌문 쪽에서 인기척이 났다. 나가보니 광철 씨였다. 작실 분들과 돌아가다가 다시 내려온 것이었다. “웬일이에요, 광철씨?”“지난 번 가져다 드린 밤 잡수셨어요?” 밤이며, 땅콩이며, 호박이며, 광철 씨는 늘 그렇게 먹을 것을 전하려 애를 쓴다. 예배시간 이따금씩 제단에 놓이는 들꽃도 광철 씨 손길이다. 그게 광철 씨 믿음이요 사랑이다. 들꽃을 꺾어서, 밭뙈기 호박을 심어서, 남의 집 일하곤 한 줌 땅콩을 얻어서 못 드리는 헌금 대신 드리는 광철 씨, 가장 가난하고 가장 깨끗한 드림이다. 광철 씨는 밀린 얘기를 했다. 안쓰럽다 여길 뿐, 아무도 그의 얘기 귀담아 들어주는 이가 없다. 엄마 돌아가셨을 때 장례 치러주어 고마웠다.. 2020. 7. 20. 이전 1 ··· 50 51 52 53 54 55 56 ··· 12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