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2664

어진 손길이 놓아둔 고마운 걸림돌 신동숙의 글밭(206) 어진 손길이 놓아둔 고마운 걸림돌 글쓰기는 이미 내 안에 있는 나 자신이 알고 있는 양심의 등불을 좁은 발등에 비추어 한 걸음 한 걸음, 내면으로 걸어 들어가는 어슴푸레한 어둠 속 호젓한 산책길이다. 그렇게 글이 걸어가는 길은 하늘로 난 허공처럼 매끈한 길이면서 동시에 내면의 땅을 밟고 걸어가야 하는 울퉁불퉁한 길이 마음속 세상 안으로 향해 있다. 바깥 세상과 내면의 세상, 눈에 보이는 세상과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세상을 왔다갔다 하면서, 점차적으로 서로가 크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며, 조화로운 드나듦일 수 있다면, 세상은 한결 넉넉해지고 두루 따뜻해지고 더불어 행복해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안과 밖을 자주 드나들다 보면 나와 너가 다르지 않다는 엄연한 사실과 우리 모두는.. 2020. 8. 8.
아기의 손을 잡으며 한희철의 얘기마을(48) 아기의 손을 잡으며 작고 고운 아기의 손을 마주 잡습니다. 품에 안겨 막 잠든 아기, 뜻하지 않은 소리 듣고 놀라지 않도록 가만히 잠든 손을 잡는 것입니다. 사실이 그런지 마음이 그런지 그렇게 손을 잡아주면 아기가 놀라지 않는다고 어른들은 말합니다. 누구일지요. 따뜻한 손 건네 우리 생 마주 잡는 이, 누구일지요. - (1990) 2020. 8. 8.
어느 날의 기도 한희철의 얘기마을(47) 어느 날의 기도 아무 두려움도 망설임도 없이검은 숲으로 단숨에 드는 새처럼 당신 품엔 그렇게 들고 싶습니다.언제라도 주님. - (1992) 2020. 8. 7.
춥겠다 신동숙의 글밭(205) 춥겠다 여름방학 때서울 가는 길에 9살 아들이 문득 하는 말 "지금 서울은 춥겠다." 지난 겨울방학 때 서울을 다녀왔었거든요 파주 출판 단지 '지혜의 숲' 마당에서 신나게눈싸움을 했었거든요 2020. 8. 6.
보이지 않는 나 한희철의 얘기마을(46) 보이지 않는 나 “마음이 몸을 용서하지 않는다.” 티내지 말자 하면서도 입술이 형편없이 터졌다. 가슴은 스스로도 눈치 채지 못하도록 서서히 가라앉았고, 덩그런 바위가 그 위에 얹혀 있는 것도 같았다. 거센 해일을 견디는 방파제 같기도 했다. 잠자리에 누워선 철컥 철컥 벽시계 소리가 가슴 밟는 소리로 들렸다. 시간은 어렵게 갔고, 옥죄이는 초라함에도 내가 보이질 않았다. - (1990) 2020. 8. 6.
물방울 하나 신동숙의 글밭(204) 물방울 하나 하나와 하나가 만나하나가 될 수 있다면 나 하나로 온전할 수 있다면 너 하나로충만할 수 있다면 나와 너가 만나우리가 될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물방울은 하나로 맺히는 사랑 2020. 8. 5.
제비똥 한희철의 얘기마을(45) 제비똥 안속장님네 마루 위 천정엔 올해도 제비가 집을 지었습니다. 점점 그 수가 줄어드는 제비가 용케 옛집을 찾아 다시 한 번 집을 지은 것입니다. 집 짓느라 바지런히 오가며 때때로 흰 똥을 싸 내려 마루에 똥칠을 합니다. 깨끗하신 속장님 연신 마루를 닦다 이번엔 신문지를 널찍하게 펼쳐놓았습니다. 문을 닫아 놓아도 용케 들어와 집을 진다고, 똥을 싸대 일이라며 말투는 귀찮은 듯 했지만 그 말 속엔 온통 반가움과 고마움이 들었습니다. 한갓 미물의 변함없는 귀향, 사람이 그보다 난 게 무엇일까. 백발의 세월 두곤, 돌아온 제비가 섧도록 고마운 것입니다. 까짓 흰 똥이 문제겠습니까. - (1990) 2020. 8. 5.
새로운 오늘 신동숙의 글밭(203) 새로운 오늘 오늘 이 하루를 새롭게 하는 맑은 샘물은 맨 처음 이 땅으로 내려온 한 방울의 물이 오늘 속에 섞이어지금 이 순간에도 흐르고 있기에 당신의 가슴 속 맨 밑바닥으로 흐르는 한 방울의 눈물이 눈동자 속에 맺히어바라보는 순간마다 새로운 오늘 2020. 8. 4.
가슴에 든 멍 한희철의 얘기마을(44) 가슴에 든 멍 영웅적인 고통이나 희생이 아니다.그저 잘디 잘은 고통뿐. 단 한 번의 주목받는 몰락 아니다.그저 서서히 무너질 뿐. 가슴에 든 멍을 스스로 다스리며또 다시 아픈 가슴 있지도 않은 가슴으로 끌어안을 뿐. 목회란 울타리, 그뿐 또 무엇. - (1990) 2020. 8.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