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얘기마을502 어떤 맹세 한희철의 얘기마을(212) 어떤 맹세 오직 한분당신만이 이룰 수 있는 세상입니다.뜻밖의 아름다움견고한 눈부심세상은 스스로도 놀랍니다. 하늘 향해 선 나무가기도를 합니다.가장 조용한 언어로몸 자체가기도가 됩니다.나무와 나무가 무리지어 찬미의 숲을 이루고투명한 숲으론차마 새들도 선뜻 들지 못합니다. 세상사 어떠하듯 난 이 땅버리지 않았다는버릴 수 없다는거룩한 약속모두가 잠든 사이 서리로 내려무릎 꿇어 하늘이 텅 빈 땅에 입을 대는빛나는 아침,당신의 음성을 듣습니다.벅차 떨려오는 당신의 맹세를두고두고 눈물로 듣습니다. - (1993년) 2021. 1. 25. 좋은 사람 한희철의 얘기마을(211) 좋은 사람 좋은 사람으로 살아야지 다짐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 바람 때문입니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지 않는 한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걸 이제쯤엔 압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 그것이 기쁨이요, 껍질을 벗는 것이요, 결국 참 나를 만나는 길임을 또한 압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 하여도 내가 좋은 사람이 되지 않는 한 나는 그를 만날 수가 없습니다. 만난다 해도 그건 만남이 아니요 덧없는 스침에 불과하겠지요. 좋은 사람과의 만남, 그 만남을 놓치지 않기 위해 좋은 사람 되려고 애쓰며 삽시다. - (1993년) 2021. 1. 23. 딱한 행차 한희철의 얘기마을(210) 딱한 행차 저런 저런저 딱한 행차 좀 보게찬바람 부는 겨울 길가장자리 잰걸음안 그런 척허리춤 꿰차고 가는 비료 부대가말로 듣던 그 쌀부대 아닌가 읍내 다방 드나드는 재미에 빠져집안 쌀 다 퍼 나른다더니바로 저 모습일세 신사 아니랄까시커먼 와이셔츠 구닥다리 넥타이새끼 꼬듯 매긴 맸다만시중드는 아가씨제 몸 이뻐 그러는 줄 정말인줄 아는가 부지 들고 가는 저 쌀이 무슨 쌀인데남 안 지는 거름지게허리 휘게 날라 진노총각 두 아들 품 팔아 받아온 땀 같고 피 같은 쌀 아닌가일도 없는 한 겨울 넘겨야 할 양식 아닌가 한 톨이라 잃을까 조심으로 일어야 할 쌀을 들고가느니 읍내 다방아주 늙어 그런다면 망령이라 말겠지만맨 정신인기여저게 막대기지 사람인겨 뒤통수 박히는 따가운 욕뒤돌지 않으면 피.. 2021. 1. 22. 겨울 산 한희철의 얘기마을(209) 겨울 산 산은 살아있어나무와 짐승들을 품어서만 아니라산은 스스로 살아있어찬바람 앵앵 우는 한겨울산을 보면 알 수 있지툭 불거져 나온꾸역꾸역 엉겨 붙은 얼음덩이들을 볼 수 있으니까바위틈 빠져나온갇힐 수 없는 뜨거운 숨아무 것도 아닌 듯 얼음덩이로 감추지만저것 봐저 참을 수 없는 뜨겁고 견고한 숨들을 봐 2021. 1. 21. 흙에 대한 그리움이라니! 한희철의 얘기마을(208) 흙에 대한 그리움이라니! 드문 눈이 실컷 왔고 한동안 차가 끊겼다.묘한 갇힘저녁때였다. 누군가 찾는 소리에 나가보니 한 청년이 서 있다. 모르는 이였다. 신발이 다 젖어 있었다. 전날 밤기차를 타고 달랑 주소 하나만 가진 채 먼 길을 왔다. 경남 남해. 눈 때문에라도 까마득한 거리로 느껴졌다. 거기다가 헤매기까지 했다니. 여자 혼자서 어딘지도 모르는 낯선 길을, 큰 무모함.그가 ‘흙’ 얘길 했다. ‘흙’이 그리웠던 것일까.흙, 흙에 대한 그리움이라니! - (1993년) 2021. 1. 20. 다시 돌아가야 한다 한희철의 얘기마을(207) 다시 돌아가야 한다 그렇다, 다시 돌아가야 한다.내 설 곳은 그곳, 여기가 아니다. 이 또한 그리운 자리편한 얼굴들, 반짝이는 눈망울드문드문 빛나는 불빛들을 뒤로 밀며어둠속 달려가는 이 밤기차처럼말없이 내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잠시 과한 꿈을 꾼 듯밑바닥 괴는 아쉬움일랑 툭툭 털고서미련과 기대제자리로 돌리고떠나온 자리, 다시 그리로 돌아가더욱 그곳에 서야 한다. 잊을 걸 잊어사랑할 거 더욱 사랑해야 한다. -서울에 있는 교회 청년부 신앙강좌를 다녀오며 - (1992년) 2021. 1. 19. 지금 나는 한희철의 얘기마을(207) 지금 나는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내 꿈은 무엇이었으며그 꿈은 어떻게 되었는가. 나는 얼마나 작아지고 있는가.그 작아짐에 얼마나 익숙해지고 있는가.그런 작아짐을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는가. 이곳에서의 나는 누구인가.이 땅에서의 구원은 무엇인가. 어둠속에 묻는 물음.어둠속에 묻는 물음. - (1992년) 2021. 1. 18. 벌거벗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한희철의 얘기마을(206) 벌거벗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박유승 作 / 아담과 하와-둘째 만남 성경 말씀 중 새삼 귀하게 여겨지는 말씀이 있습니다. 뜻하지 않게 결혼식 주례를 맡으며 생각하게 된 말씀입니다. ‘아담과 그 아내 두 사람이 벌거벗었으나 부끄러워 아니하니라.’(창 2:25) 공동번역성서에는 ‘아담 내외는 알몸이면서도 서로 부끄러운 줄을 몰랐다.’고 옮겼습니다. 벌거벗었으면서도, 알몸이면서도 서로 부끄럽지 않았다는, 처음 인간이 누렸던 순전한 기쁨. 아무 것으로 가리지 않아도, 감추거나 변명하지 않아도, 있는 모습 그대로 마주해도 부끄러울 것이 없는 지극한 아름다움. 감추고 숨기고 꾸미고, 그런 것에 익숙해진 우리들에겐 얼마나 낯선 말인지요. 벌거벗고도 부끄럽지 않은, 그런 관계들을 꿈꿔 봅니다.. 2021. 1. 17. 늙은 농부의 기도 한희철의 얘기마을(205) 늙은 농부의 기도 나의 몸은 늙고 지쳤습니다. 텅 빈 나뭇가지 위에 매달려몇 번 서리 맞은 호박덩이마냥매운바람에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마른 낙엽마냥어디하나 쓰일 데 없는 천덕꾸러기입니다. 휘휘, 무릎 꼬뱅이로 찬바람 빠져 나가고마음도 몸 따라 껍질만 남았습니다. 후둑후둑 베껴내는 산다랭이 폐비닐처럼툭툭 생각은 끊기고 이느니 마른 먼지뿐입니다. 이젠 겨울입니다.바람은 차고 몸은 무겁습니다. 오늘도 늙고 지친 몸으로 예배당 찾는 건무지랭이 상관없는 성경 찬송책 옆에 끼고예배당을 찾는 건그나마 빈자리 하나라도 채워불쌍한 젊은 목사양반 허전함 덜려는 마음 궁리도 있거니와주책없는 몸으로 예배당 찾아그래도 남은 눈물 드리는 건거칠고 마른 손 모아 머리를 숙이는 건아무도 읍기 때문입니다. 이.. 2021. 1. 16. 이전 1 ··· 30 31 32 33 34 35 36 ··· 5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