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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506

眞人, 참된 사람의 우정 신동숙의 글밭(227) 眞人, 참된 사람의 우정 살아가면서 누구를 만나는가에 따라서 걸어가는 길이 더 풍요로워지기도 하는 것 같다. 그 만남이란 사람과의 만남일 때도 있고, 책이나 다른 인연의 스침으로 만난다고 해도 그 울림이 마음에 깊이 와 닿는다면 한순간이 영원이 되기도 한다. 개인과의 만남을 넘어 조금 더 크고 넓은 범위에서 보면, 동양과 서양의 만남 만큼 풍요로운 울림도 없는 것 같다. 200년 전 미국의 시인이자 초절주의 자연주의 사상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동양의 을 만났다. 미국에 유학을 간 인도의 간디는 소로의 책을 읽은 영향으로 비폭력 평화주의의 선구자가 될 수 있었다. 다석 류영모 선생은 간디와 톨스토이를 스승으로 삼아 일평생 존경했으며, 법정스님은 책에서 만난 성 프란치스코의 가난.. 2020. 9. 6.
어수선한 마당 뒷설거지 신동숙의 글밭(226) 어수선한 마당 뒷설거지 태풍 마이삭이 지나간 후 잇달아 올라오는 태풍 피해 소식에 마음이 무거운 날이다. 난생 처음으로 밤새 무섭게 몰아치는 강풍에 잠이 깨어서 내내 기도하는 마음으로 새벽을 맞이하였다. 날이 밝은 후 내가 살고 있는 집 마당에도 어김없이 밤새 태풍이 할퀴고 간 흔적들로 마음이 어수선하기만 하다. 언제 다 치울까 싶다. 자정 무렵 태풍이 지나가기 전 그날 오후에 친정 엄마가 마당에 있는 깻잎대와 고춧대를 뽑아내시면서 한바탕 마당 대청소를 하시느라 땀 흘리신 정성은 흔적도 없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을 수습하느라 최전선에 계신 분들의 마음도 이와 같을까? 이제 겨우 숨돌리는가 싶었는데. 내가 사는 지역에서도 올 2월에 신천지 교인으로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울산에서.. 2020. 9. 4.
진실, 마음의 초점 신동숙의 글밭(225) 진실, 마음의 초점 사랑,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원수까지도 사랑하라 하셨으니. 그렇다면 온전한 사랑을 위한 그 원수란 나에게 있어 어떤 대상일까? 그러한 사랑은 어떤 사랑인가? 이 단순한 말씀이 이어져 생각은 강을 이룬다. 처음같이 영원히 마르지도 그치지도 않는 샘물처럼 이 진리의 말씀에 오늘도 내 영혼이 마른 목을 축이듯 생각의 두레박을 내린다. 오늘날 당장에 원수를 꼽자면, 개인적인 원수보다는 공적인 원수가 먼저 떠오른다. 코로나19의 2차 위기를 다함께 조심스레 지나는 이 시기에 있어서 사회 공적인 원수란, 유독 자기들만의 구원과 욕망을 위해서 온전하신 하느님과 이웃 사랑을 등지고 얼굴에서 마스크를 벗은 채 대면하여 떠드는 자들일 것이다. 그런 원수까지도 예수는 사랑하라 하셨.. 2020. 9. 2.
투명한 길 신동숙의 글밭(224) 투명한 길 투명함으로 왔다가투명함으로 돌아가는 스치는 바람의 손길처럼어진 자비의 손길로 어루만지는 성실한 햇살의 발걸음처럼따스한 긍휼의 목소리로 다가가는 투명한 마음이 걸어가는 흔적 없는 하늘길 탐욕의 구름이 모였다가 푸르게 흩어져 버리는 길 분노의 불길이 치솟아 오르다가 하얗게 꺼져 버리는 길 어리석음의 강물이 넘실대다가 투명하게 증발해 버리는 길 투명한 마음이 걸어가는산도 강물도 있는 모습 그대로 비추는 투명한 길하늘이 그대로 드러나는 길 2020. 9. 1.
엎드려 우러러보는 꽃처럼 - <시편사색>을 읽다가 신동숙의 글밭(223) 엎드려 우러러보는 꽃처럼 - 을 읽다가 을 읽다가, 신앙인의 참된 자세를 비추어 볼 수 있는 아름답고 조화로운 문장을 만나게 되어 반갑고 고마운 마음으로 이 글을 적는다. 마음 한 켠으로는 필자의 짧은 소견이 덧붙여져 오히려 문장의 본뜻을 가리게 되는 폐를 끼치진 않을까 조심스러운 마음이다. 히브리 시인의 시편 16편 6절 - '내게 줄로 재어 준 구역은 아름다운 곳에 있음이여 나의 기업이 실로 아름답도다'를 두고서, 의 오경웅 시인은 '님 주신 유업을 누리는 중에 엎드리고 우러르며 님의 뜻 헤아리네' - 優游田園中 俯仰稱心意 (우유전원중 부앙칭심의)로 해설하였다. 송대선 역자의 해설 전문을 그대로 옮기자면, '히브리 시인은 주님이 허락하신 유업에 즐거워하지만 오경웅은 그 유업을 .. 2020. 8. 31.
한 그루 나무처럼 신동숙의 글밭(222) 한 그루 나무처럼 한 그루 나무처럼제자리에 머물러 자기 안으로 깊어진 사색의 뿌리 만큼세상 밖으로 저절로 가지를 뻗치는 한 그루 나무처럼하늘을 우러르는 고요히 숨쉬는 나로 인해오늘도 하늘이 푸르도록 2020. 8. 30.
의료 파업, 의료진들도 아프다 신동숙의 글밭(221) 의료 파업, 의료진들도 아프다 나 자신도 육아 파업과 주부 파업을 하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육아의 가장 큰 적은 경제력의 빈곤도 아니고 무능력도 아닌, 그 어떤 것보다 '엄마의 피로'라는 말을 실감하곤 한다. 피로하면 만사가 다 귀찮고 힘든 것이다. 사랑하고 안아 주어야 할 귀한 제 자식이라도 밀어내고 싶고 내려놓고 싶은 심정이 들면서 무거운 짐처럼 여겨지기도 하는 때가 있다.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보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파업을 하는 의료진들의 몸과 마음이 그러한 상태까지 간 것인가? 처음엔 사소하고 가볍게 찾아온 피로감이 해소되지 못해 점점 쌓여만 가고, 과중된 업무에 스트레스까지 쌓이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몸과 마음의.. 2020. 8. 29.
안거(安居), 안전 수칙이 우리를 자유케 하리라 신동숙의 글밭(220) 안거(安居), 안전 수칙이 우리를 자유케 하리라 손톱 끝에 초승달인가 싶더니 성실한 달이 오늘은 하얀 반달로 떴다.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은, 하늘과 땅을 꿰뚫는, 가운데 중(中)의 한 획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반쪽이 있음으로 인해서 보이지 않는 나머지 반쪽을 헤아리려 저절로 아득해지는 마음은 보름달 만큼이나 사람의 마음을 넉넉하게 만든다. 이 순간 하얀 반달처럼 눈이 맑은 벗이 곁에 있다면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픈 아니 서로가 아무 말없이 저 달을 바라보며 고요히 앉아 있기만 해도 좋을 귀뚜라미 소리 순하게 들려오는 여름밤이다. 깨어 있는 낮의 하루와 조금 있으면 잠자리에 들 나머지 반쪽의 하루, 그 사이 어디쯤에 이렇게 머물러 있는 교차의 시간은 왠지 나그네의 마음을 쓸쓸.. 2020. 8. 28.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건, 맑은 가난이더라 신동숙의 글밭(219)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건, 맑은 가난이더라-정치 지도자, 종교 지도자, 의사라는 직업의 엄중함- 어느덧 처서가 지나고, 어둑해진 서녘 하늘에 초승달이 보이는 밤이면, 선선한 밤바람이 답답하던 가슴속까지 어진 손길로 슬어 주는 듯하여, 이대로 여름 무더위가 한풀 꺾이는가 싶더니, 이내 제주도에서 한반도로 북상하고 있다는 태풍 바비 소식에 비설거지라도 하는지 다들 분주한 목소리다. 사는 곳이 달라도 조심하자며 부디 건강하라는 인사가 어디서든 한목소리다. 서로가 서로를 향한 마음들이 그렇게 한결같이 따뜻한 것이다. 검색을 하다가 올라오는 소식 중에, 창밖으로 거세게 비를 퍼붓는 제주도 태풍 영상을 보면서 조마조마해 있는데, 빕빕~ 문자 알림음이 깜짝 놀래킨다. 보나마나 코로나19 관련 .. 2020. 8.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