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071 불씨 - 질문의 값 이신정의 읽고 쓰는 공동체(1) 시작하며, 불씨 - 질문의 값 넌 왜 쓰레기를 그리니? 이런 걸 그리는 애는 첨 봤다. 중학교 입학하고 처음 맞는 야외 미술수업시간이었다. 운동장에 나가 풍경화를 그리라는 말에 난 건물 뒤꼍에 버려진 폐자재더미를 그렸다. 아이들은 구름과 나무와 잔디와 벤치를 그렸다. 나는 내가 그리고 있는 게 쓰레기라고 불릴 줄은 몰랐다. 내 눈에는 그저 버려졌을 뿐 여전히 나무이고 플라스틱이고 쇠붙이인, 그러므로 저마다 나름의 표정을 갖고 달리 살 길을 찾고 있는 무언가로 보였으니까. 학기 초 새로 부임해 온 미술선생은 이름이 꽤 알려진 화가라고 했다. 각이 많이 진 금테안경에 체크무늬가 들어 간 더블버튼 양복을 제복처럼 빼입고 다니는 남자였다. 두 차례에 걸친 풍경화 수업이 끝나자 그.. 2017. 12. 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