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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진의 '히브리어에서 우리말로'26

발을 가리우다 히브리어에서 우리말로 발을 가리우다 각 언어마다 완곡어법(婉曲語法)이란 것이 있다. 이 말이 유래된 그리스어 유페미아(euphemia)는 재수 없는 말이나 듣기에 유쾌하지 않은 말을 피하고 대신 길조를 지닌 낱말을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완곡어법에서는 모호하거나 우회적이거나 덜 구어체적인 용어를 쓰는 것이 특징이다. 구약성서에서 완곡어법이 사용되는 예 가운데 하나가 신체의 부분이나 그것들의 기능을 묘사할 때이다. 예를 들면 “발을 가리우다”라는 표현이다. 모압 왕 에글론의 경우, “왕의 신하들이 와서 다락문이 잠겼음을 보고 이르되 왕이 분명히 서늘한 방에서 그의 발을 가리우신다 하고”( 사사기 3:24), 또 사울왕의 경우, “길가 양의 우리에 이른즉 굴이 있는지라 사울이 그 발을 가리우러 들어가.. 2019. 7. 12.
“무죄(無罪)한 피를 우리에게 돌린다”는 것은 히브리어에서 우리말로 “무죄(無罪)한 피를 우리에게 돌린다”는 것은 요나 1장 14절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무리가 여호와께 부르짖어 가로되 여호와여 구하고 구하오니 이 사람의 생명 까닭에 우리를 멸망시키지 마옵소서 무죄한 피를 우리에게 돌리지 마옵소서 주 여호와께서는 주의 뜻대로 행하심이니이다 하고”(《개역》 요나 1:14). 영어 King James Version(1611) 역시 이렇게 우리말 《개역》과 같은 방식으로 번역하였다. “Wherefore they cried unto the LORD, and said, We beseech thee, O LORD, we beseech thee, let us not perish for this man’s life, and lay not upon us i.. 2019. 6. 26.
“핀 숯을 사람 머리 위에 올려 놓는다”는 것은 히브리어에서 우리말로 “핀 숯을 사람 머리 위에 올려 놓는다”는 것은 숯을 벌겋게 피워서 그것을 사람 머리 위에 올려놓는다? 사람이 화상(火傷)을 입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화상을 입고 죽을 수도 있다. 이 말은 다음과 같은 문맥 속에 들어 있다. “네 원수가 배고파하거든 식물(食物)을 먹이고 목말라하거든 물을 마시우라 그리하는 것은 핀 숯으로 그의 머리에 놓는 것과 일반이요 여호와께서는 네게 상을 주시리라”(《개역》 잠언 25:21-22). 원수가 있는데, 원수를 갚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마침 그 원수가 곤경에 처해 있다. 그 원수가 굶고 있고, 그 원수가 목이 말라도 마실 물이 그에게 없다. 옳다! 잘 됐다. 나를 그렇게 못살게 굴더니 이제 어디 네가 당해봐라, 이렇게 고소하게 핀잔.. 2019. 6. 21.
뿔 솟은 모세? 민영진의 히브리어에서 우리말로(19) 뿔 솟은 모세? 로마에 있는 일명 쇠사슬교회라 불리는 산 피에트르 인빈콜리 성당 안에 미켈란젤로가 조각한 모세상이 있다. 의자에 걸터앉아 고개를 들고 왼쪽 위를 쳐다보는 모습이다. 힘줄이 튀어나온 팔과 다리의 근육, 긴 수염에 곱슬머리. 그런데 머리에 뿔 두 개가 솟아 잇는 것이 처음 보는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이것이 미켈란젤로의 저 유명한 다. 조각가가 모세의 머리에 뿔을 조각해 넣은 것에 대해, 사람들은 그가 라틴어로 번역된 불가타역의 출애굽기 34장 29절을 읽었기 때문이라고들 설명한다. 우리말 번역의 , 과 은 모세가 증거판 돌을 가지고 시내 산에서 내려올 때 모세의 “얼굴 꺼풀에 광채가 났다”(개역), “얼굴 피부에 광채가 났다”(개역개정), “얼굴의 .. 2019. 5. 9.
머리에 기름을 바르는 데 왜 잔이 넘칠까? 민영진의 히브리어에서 우리말로 머리에 기름을 바르는 데 왜 잔이 넘칠까? 독자적인 몇 개의 낱말들이 서로 모여 구(句 phrase)나 절(節 clause)을 형성할 때 각 개별 단어의 본래의 의미는 사라지고 결합된 낱말들이 만들어내는 전혀 새로운 뜻을 우리는 숙어(熟語) 혹은 관용구(慣用句)라고 한다. 이러한 특수 표현의 형성은 언어마다 다르다. 같은 언어라고 하더라도 시대마다 다를 수도 있다.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뜻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관용적 표현이 축자(逐字) 번역이 될 때에는 그 의미를 옮기지는 못한다. 한 언어의 관용적 표현에 대한 의미론적 연구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의 사고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창을 제공하기도 한다. 히브리어 특유의 표현들은 번역된 성서 중에서 직역의 경.. 2019. 5. 8.
“벽에 소변 보는 자” 민영진의 히브리어에서 우리말로 “벽에 소변 보는 자” 좀 지저분한 말이 되어 주저스럽지만, 서서 오줌 누는 이들 때문에 벽들이 애꿎은 수난을 당한다. 벽에다 대고 함부로 소변을 보는 것은 남자하고 개뿐이다. 아직도 서울의 으슥한 골목길 벽은 남자들의 공중 화장실이 되기 십상이다. 소변금지를 알리는 구호도 갖가지다. 어떤 곳에는 가위를 그려놓고 위협을 주기도 하고, 어떤 곳에는 “개 이외는 여기에 소변을 보지 마시오”라고 써서 주정뱅이 오줌싸개들을 개로 깎아 내리기도 한다. 그래도 노상방뇨는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또 이런 것은 동서와 고금을 가리지 않는 것 같다. 히브리어에서 사내를 경멸하여 일컬을 때 “벽에다 대고 오줌 누는 놈”이라고 한다. 즉 “서서 오줌 누는 놈”이란 말이다. ‘남자’나 .. 2019. 5. 2.
박근혜의 콧바람, 왕의 콧김 히브리어에서 우리말로(25) 박근혜의 콧바람, 왕의 콧김 예레미야애가 4장 20절에 보면 “여호와께서 기름 부어 세우신 자” 곧 “왕”을 달리 “우리의 콧김”(개역개정), “우리의 숨결”(공동번역)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것은 히브리어 “루아흐 압페누”를 번역한 것이나 아무래도 석연하지 않다. 즉 히브리어로 이 본문을 읽는 독자와 우리말 번역으로 이 본문을 읽는 독자의 반응이 일치하지 않을 것 같다. “콧김”이라고 하면 그것은 콧구멍에서 나오는 더운 김을 뜻한다. “콧김을 쐬다”라는 말은 어떤 물체를 코 가까이 가져다 대고 거기에 콧구멍에서 나오는 김을 받게 하는 것이다. “콧김이 세다”라는 말은 관계가 가까워서 영향력이 세다는 말이다. “죽은 놈의 콧김만도 못하다”라고 하면 난로나 화로에 불기운이 없어져.. 2017. 1. 7.
성경 안의 혐오(嫌惡) 본문, 어떻게 읽어야 하나? 성경 안의 혐오(嫌惡) 본문, 어떻게 읽어야 하나? 성경에 혐오 본문이 있는가? 어떤 대상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조장(助長)하는 본문이 있는가? 있다. “진멸(殄滅, 헤렘)” 본문이 가장 대표적인 것이다. 이스라엘이 헤스본 왕 시혼을 칠 때를 모세는 이렇게 회고한다. 그러나 주 우리 하나님이 그를 우리 손에 넘겨주셨으므로, 우리는 그와 그의 아들들과 그의 온 군대를 쳐부술 수가 있었다. 그 때에 우리는 모든 성읍을 점령하고, 모든 성읍에서 남자 여자 어린아이 할 것 없이 한 사람도 남기지 않고 전멸시켰다(신명기 2:33-34). 이스라엘이 바산 왕 옥을 칠 때를 두고도 모세는 다음과 같이 술회한다. 우리는 헤스본 왕 시혼에게 한 것처럼 그들을 전멸시키고, 모든 성읍에서 남자 여자 어린 아이 할 것 없이 .. 2016. 10. 5.
이름을 두시려고 택하신 곳 민영진의 히브리어에서 우리말로(23) 이름을 두시려고 택하신 곳 “여호와께서 자기 이름을 두시려고 택하신 곳”, “야훼께서 당신의 이름을 두시려고 골라 주신 곳(신명기 12:5, 11, 21; 14:23, 24; 16:2, 6,11; 26:2 등등)이란 표현이 구약에 여러 본 나온다. 너무 많이 나오는 말(특히 신명기에)이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지나치기는 하지만, 주의 깊은 신자들은 이 말의 뜻을 물어온다. “아무개가 어느 장소에 자기의 이름을 두다”라는 표현이 우리말에는 없기 때문이다. ‘이름이 나다’라고 하면 그것은 이름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다는 것을 뜻한다. ‘이름을 날리다’라고 하면 명성을 얻을 것을 일컬음이다. ‘이름을 남기다’라는 것은 이름이 후세까지 전해지게 한다는 것이다. ‘이름이 붙다’라.. 2015. 9.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