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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석 목사님께15

글썽이며 조심스럽게 지구별을 거니는 사람에게 글썽이며 조심스럽게 지구별을 거니는 사람에게 늘 마주하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만으로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삶을 돋우는 디딤이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희망의 틈새를 발견하기 쉽지 않은 이 시절, 더더욱 이런 사람 하나가 또 다른 삶을 일으킵니다. 목사님 글을 챙겨 읽으면서 마주한 듯 가까운 마음이 일곤 했습니다. 자주 생각을 돋우고 마음결을 벼렸습니다. 이름이 보이면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운 벗이 보낸 편지를 읽듯, 목사님의 편지 를 아껴 읽었습니다. 생명을 우뚝 우뚝 일으키던 ‘손이 아름다운 사람 예수’를 날마다 그리며, ‘물결처럼 가벼우면서도 산맥처럼 무거운 손’을 잡고 살아오신 지난 시간이 그려지는 듯 했습니다. 일상에 담긴 성스러움, 그늘진 자리, 사.. 2018. 11. 13.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 그동안 잘 계셨는지요? 보내주신 편지 잘 받았습니다. 쓰신 편지들을 읽으면서 저는 그 속에서 제 이름이라도 호명될 것 같은 설레는 마음으로 편지의 수신자가 되어 있었음을 고백하고 싶습니다. 답글 한번 보내드리지 못한 현실이지만 그래도 변함없이 제 입장을 지지해주실 너그러움을 잊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누군가의 처지를 살피는 마음이 유난하신 분이기에 제 처지는 언제나 선배님의 시야 안에 놓여 있음을 많은 편지들 속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더 이상 어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들녘 「소리가 이루는 장엄한 세계」에서 유년시절에 들었던 소리들을 표현해 주셨네요. 그 대목에서 제 심장이 그 소리들을 따라 요동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많은 소리들을 따라가다가 그만 울컥하는 지.. 2018. 10. 29.
저마다 선 자리에서 등불 하나 밝히라는 것이지요 김기석 목사님꼐(13) 저마다 선 자리에서 등불 하나 밝히라는 것이지요 처음 책을 받아 보고는 훅 빨려 들어갔습니다. 라는 제목 때문이었겠지요. 자고나면 눈 뜨기가 겁나는 세상에, 오늘은 또 무슨 일이 터지나 하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하는 세상에서, “세상에 희망이 있느냐고 묻는 이들에게”라니요. 그 책은 마치 저 같은 이들 보라고 쓰인듯하여 책을 잡자마자 냉큼 머리말부터 읽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당신은 초장부터 이렇게 빠져 나가시더군요. “어떤 경우에도 내가 답을 제시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싶었을 뿐이다”(7쪽). ‘흠, 그러면 그렇지. 목사라고 별 뾰족한 답이 있을라구…’ 약간은 심드렁한 기분으로 책을 읽어 나가다가 이 .. 2018. 1. 5.
아픔에 부딪히는 능력이 희망을 만드는 길임을 김기석 목사님께(12) 아픔에 부딪히는 능력이 희망을 만드는 길임을 목사님, 인사도 하기 전에 먼저 ‘사람은 참 이기적이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목사님의 책을 읽으며 절망 속에서도 아픔을 공감하는 목사님의 능력을 보며 무심한 제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화들짝 놀라기도 했습니다만 한 문장, 한권의 책을 인용하시는 그 박학다식함에 시샘하며 지루한 읽기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다음 문장을 발견하고 밀려오는 뿌듯함에 책을 다시 보고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사람의 간사함에 놀라고, 그 간사한 사람이 저와 같은 목사라는 사실에 경악했습니다. 그냥 제 추측입니다만 제가 언젠가 SNS에 쓴 내용이 목사님의 책에 담긴 내용과 비슷해서 기뻤습니다. ‘사사화된 신앙의 문제’를 넘어 “어느 목사님이 SNS에 쓴 글.. 2017. 12. 27.
움파와 움씨 김기석 목사님께(11) 움파와 움씨 김기석 목사님 안녕하세요? 목사님의 편지글을 모은 《세상에 희망이 있느냐고 묻는 이들에게》를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1980년대 이후 이런 형식과 문체의 글은 처음 읽은 것 같습니다. 무겁지 않아서 굳이 노트를 할 필요는 없지만 곱씹어 읽으면서 제 삶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목사님의 글을 읽으면서 저와 아내의 젊은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두 살 아래인 아내와 저는 종로구에 있는 오래된 장로교회 출신입니다. 물론 지금도 경기도 일산에 살면서 집 앞에 있는 교회에 출석하고 있지요. 어릴 때부터 ‘그냥’ 교회에 다니고 있습니다. 마치 버릇처럼 말이죠. 그러다보니 저는 어느덧 안수집사가 되었고 아내는 권사로 피택되어 교육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주기율표, 하나님이.. 2017. 12. 20.
다만 노을이 되어 내일 아침의 빛나는 태양을 도울 뿐입니다 김기석 목사님께(10) 다만 노을이 되어 내일 아침의 빛나는 태양을 도울 뿐입니다 목사님의 편지 잘 읽었습니다. 목자의 지팡이와 막대기를 따르고 쳐다보는 양으로서는 참 가슴 뭉클한 편지였습니다. 따를 지팡이나 바라볼 막대기 찾기가 이리도 쉽지 않은 시대에 드문 반가움이요, 감동이었지요. 책을 받아 들고 무릇, 목사의 편지란 뻔한 스토리가 펼쳐질 것이 거의 틀림없다고 생각했기에 이내 지루한 상상을 떠올렸지요. 하지만 문장마다 진정성이요, 소박하면서도 해박한 사유의 깊이와 연민이 일렁이는 글을 대하며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사람을 품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음이요, 시대를 바라보지 않고는 나올 수 없음이요, 하나님을 향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글이었습니다. 이따금 제게 비친 목사님의 마음은 거친 것보다는 부.. 2017. 12. 18.
목사님은 소리의 신학자이자 소리의 철학자이십니다 김기석 목사님께(9) 목사님은 소리의 신학자이자 소리의 철학자이십니다 1994년 이후 가장 덮다는 이 여름에 건강하신지요? 최근에 출간된 《세상에 희망이 있느냐고 묻는 이들에게》를 읽었습니다. 잠시 조용한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머리말에 해당하는 ‘초대의 글’에서 지금까지 즐겨 읽어 온 편지 형식의 작품들을 소개해주셨더군요. 전설로 남은 12세기 중세 수도사와 수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에서 시작하여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본회퍼의《옥중서간》, 그람시의《옥중수고》, 문익환 목사의《꿈이 오는 새벽녘》, 서준식의 《옥중수한》,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고 또 읽는’다고 하셨지요. 재작년에 타계한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 추모 음악회에서 그.. 2017. 12. 13.
먹물과 속물 동거시대의 알곡처럼 김기석 목사님께(8) 먹물과 속물 동거시대의 알곡처럼 목사님, 40년 또는 반세기만이라는 불볕더위 속에, 10년은 족히 되는 선풍기마저 고장 난 방에서 목사님의 책, 《세상에 희망이 있느냐고 묻는 이들에게》를 읽었습니다. 참, 책은 시기와 장소에 따라 읽는 맛이 다릅니다. 마침 박근혜 대통령이 8ㆍ15경축사에서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을 비하하는 신조어들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헬 조선’ 등 세간의 유행어를 매몰차게 비판하던 뒤끝이라 목사님이 펴내신 책의 이 제목부터가 맘에 끌렸습니다. 모두 아는 바대로 ‘헬 조선’이란 유행어는 박근혜 정부 시기에 나온 ‘민중의 소리’인데, 여전히 남 탓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헬 조선’은 자살율 세계1위, 청년실업, 빈부격차, 안보불안, 출산율 세계.. 2017. 12. 11.
한 때 당신은 나의 학생이었지만, 지금은 내가 당신의 학생입니다 김기석 목사님께(7) 한 때 당신은 나의 학생이었지만, 지금은 내가 당신의 학생입니다 나는 감신대학에서 4년 동안은 당신의 교수였지요. 그러나 당신이 감신대학을 졸업하고 평생 목회자의 길을 걷는 동안 나 역시 교수직을 떠나서 성경 번역에 몰두해 온 지가 벌써 서너 성상이 지났습니다. 최근 20여 년 동안은, 내가 당신의 학생이고 당신이 나의 교수라고, 나는 주저 없이 고백합니다. 현재까지 20여권이나 되는 당신의 저서를 통해서 배운 바가 크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저서들은 내가 주문한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당신이 그때그때마다 나를 생각해서 챙겨준 것도 아닌데, 마치 누군가가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을 내게 일러바치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니면, 내가 당신의 책을 특별히 좋아하는 것을 아는 내 주변의 극히 소수.. 2017. 1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