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관의 노래 신학(12)

 

바람의 말

홍순관 글 / 한경수 곡

- 2002년 만듦, ‘나처럼 사는 건’ 음반수록 -

 

 

떨어진 밤송이가 삐죽 웃으며 인사를 하네

제 살던 집을 떠나면서 바보처럼 웃고 있네

정답게 살던 친구들 함께 부르던 노래

지는 노을과 텅 빈 들판 이제는 떠나야지

가벼운 바람 불어와서 내게 전해 준 말

이 세상 떠날 때에 웃으며 가라네

이 세상 떠날 때에 다 놓고 가라네

 

추석을 앞에 두고 밤나무를 흔들며 밤송이를 따는 재미는,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긴 대나무로 때리거나, 나뭇가지를 흔들기도 하고, 어느 땐 돌멩이를 던져 맞추기도 합니다. 아이로 돌아가 나무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때를 쓰며 노는 것이지요.

 

그런데 흔들지도 않았고, 긴 나무로 치지도 않았는데 발 옆으로 후둑∼하고 밤송이 하나가 떨어집니다. 떨어진 밤송이가 나를 보고 삐죽 웃고 있습니다. 다 익어 벌어진 밤송이…. 나도 저렇게 유머를 날리며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떠날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순간, 옆으로 나뭇잎 하나가 툭하고 떨어집니다. 무거워 떨어진 것이 아니라 가벼워 떨어진 겁니다. 저토록 가벼운 존재로 이 세상을 떠날 수 있을까, 또 생각합니다. 나비처럼 왔다 가신 그 분을 떠올립니다. 물과 피를 다 흘려 나무 위에서 바람처럼 가벼워진 그 분을 그려봅니다.

 

 

 

 

이 세상 온 인류의 죄를 짊어진 그 분이 가볍게 가신 것은 역설입니다. 죄의 무게가 사해졌기 때문이요, 율법을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가벼운 존재로 떠난다는 것은 얼마나 홀가분하고 가뿐한 일인가요. 바람이 들려주는 말을 듣게 된 것은 거룩한 귀가 열린 것이지요. 바람이 가는 길을 보게 된 것은 거룩한 눈이 떠진 것이지요.

 

‘가벼워’진다는 것은 경건과 거룩함에 닿아 있습니다. 금식도 절제도 몸과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 영혼의 눈을 뜨려고 하는 일입니다.

 

비만은 병입니다. 병은 고쳐야 합니다. 빼야 할 군더더기입니다. 비만을 고친다면 훨씬 몸은 건강해 질 것입니다. 버리지 못하는 군더더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은 먹지 못하고 죽어갑니다. 그러기에 비만은 다른 면으로는 죄일 수 있습니다.

 

남한이 좀 가벼워진다면 북한이 무게를 갖게 될 것이요, 강대국들이 무게를 좀 던다면 악소국가들이 무게를 더 가지게 될 겁니다. 나눔은 균형입니다. 저마다 조금씩 가벼워진다면 지구촌 전체가 균형을 찾게 되겠지요.

 

식량뿐 아니라 자원과 정보까지 ‘모자람’의 문제가 아니라 ‘나눔’의 문제라는 인식을 할 때, 그래서 어리석은 공멸의 길에서 멈칫할 때, 비로소 이웃의 외침이 들리게 되고 역사의 깊은 계곡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다 익은 밤송이처럼 웃으며 떠나고, 가벼워진 낙엽처럼 사뿐히 사라지는 여행은 분명, 허망한 것이 아니요, 큰 세상으로 들어가는 일입니다. 무한한 우주에 들어 가버리는 일입니다. 가벼워져 무게를 갖게 되고, 사라지며 다시 사는 역설이 신자의 삶입니다.

 

이 ‘하이유머’가 살아있는 세상이 착한 세상(하나님 나라)입니다.

홍순관/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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