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진의 히브리어에서 우리말로(23)

 

이름을 두시려고 택하신 곳

 

 

“여호와께서 자기 이름을 두시려고 택하신 곳”, “야훼께서 당신의 이름을 두시려고 골라 주신 곳(신명기 12:5, 11, 21; 14:23, 24; 16:2, 6,11; 26:2 등등)이란 표현이 구약에 여러 본 나온다. 너무 많이 나오는 말(특히 신명기에)이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지나치기는 하지만, 주의 깊은 신자들은 이 말의 뜻을 물어온다. “아무개가 어느 장소에 자기의 이름을 두다”라는 표현이 우리말에는 없기 때문이다.

 

 

 

‘이름이 나다’라고 하면 그것은 이름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다는 것을 뜻한다. ‘이름을 날리다’라고 하면 명성을 얻을 것을 일컬음이다. ‘이름을 남기다’라는 것은 이름이 후세까지 전해지게 한다는 것이다. ‘이름이 붙다’라고 하면 그것은 예를 들어, 합격자 명단에 들어 간 것, 혹은 대자보에 이름이 나 붙는 것을 말할 것이다. ‘이름을 짓다’라는 것은 이름을 붙이거나 만드는 것이다. ‘이름을 팔다’라는 것은 이름이나 명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말에 ‘이름을 두다’라는 말은 없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는 말은 있다. 그래서인지 명산 고적을 찾다보면 그 곳을 방문했던 이들이 커다란 바위 위에 자기들의 이름을 어지럽게 남긴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그의 이름을 어떤 곳에 ‘두신다’라는 것은 ‘어떤 곳에 자기의 이름을 새겨 두거나 이름을 써 두는 것’과는 다르다.

 

‘이름을 두다’라는 히브리어 ‘르샤켄 슈모 삼’을 글자그대로 옮기면 ‘이름을 거기에 살게 하다’이다. 표현을 달리하여 ‘라숨 엣슈모 샴 르쉬크노’라고 하면 그것은 ‘그 이름이 거기에 살도록 그의 이름을 그 곳에 두다’이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어떤 장소를 택하시고 거기에 그의 이름을 거주하게 하신다는 생각이다. 구약에서 ‘하나님’과 그 하나님의 ‘이름’은 거의 같은 기능을 가지고 쓰이는 예가 많다. 하나님의 ‘이름이 있는 곳’은 곧 ‘하나님이 계시는 곳’이다.

 

이름은 그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의 현존 그 자체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당신의 이름을 두시려고 택하신 곳, 곧 당신의 이름이 거기서 거주하도록 택하신 곳이란 바로 하나님께서 몸소 거기 살고 계시면서 예배를 받으시는 곳을 뜻한다. 우리 쪽에서 본다면 하나님께서 계시는 ‘예배처소’를 일컫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그의 이름을 두시려고 택하신 곳이란 ‘하나님께 예배하라고 택하신 곳’, ‘하나님을 섬기라고 택하신 곳’이다.

 

민영진/전 대한성서공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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