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의 최후의 심판(4)

 

위대한 종님

 

놀라운 신유(神癒)의 은사를 받아 숱한 환자를 고쳐 주던 목사님이 하나님의 심판대에 섰습니다.

 

죽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받고 절망 가운데 헤매던 환자들이 그 목사님에게 안수기도를 받고 다시 살아난 일도 있었습니다. 한 번은 죽은 지 여섯 시간이 지난 소녀를 소생시켰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는데, 사실은 헛소문이었습니다만, 사람들은 그 소문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었습니다. 그 목사님이라면 능히 그럴 수 있다고들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아무리 죽을병에 걸린 환자들을 고쳐주어도 사람들은 치료되는 숫자보다 더 많이, 더 빨리 병에 걸리고 그러다가 끝내는 죽고 말았습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요. 그래서 놀라운 신유의 종님도 마침내 숨을 거두었던 것입니다. “종님”이라는 좀 웃기는 말을 하게 된 것도 다 유래가 있습니다.

 

어느 날 목사님은 집회 끝에 병자들을 안수하고 있었는데 한 환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고맙습니다. 할렐루야. 제 병이 나았음을 믿습니다. 고맙습니다. 신유의 종님!”하고 외쳤던 것입니다. 그 뒤로 종이라는 말에 어울리지 않는 ‘님’이라는 꼬리말이 아주 자연스레 붙어 그 목사님을 가리키는 이름이 되었던 것입니다.

 

 

하나님이 물으셨습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아무개올시다.”

 

“그래, 네가 세상에서 한 일이 무엇이었는지 어디 알아보자.”

 

하나님은 이어서 천사장에게 일렀습니다.

 

“저기 아무개의 행적이 기록되어 있는 스크린을 가져 오너라.”

 

천사장이 손바닥만한 얇은 판대기를 가져다가 하나님께 바쳤습니다.

 

“이 작은 스크린에 네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모든 언행이 프린트되어 있다. 어디 보자.”

 

하나님이 작은 단추를 누르자 스크린에 목사님의 얼굴이 나타났습니다.

 

“흠! 아주 신색이 좋구나. 얼굴에 기름이 흐르고 있어.”

 

“하나님께서 주신 건강 덕분입니다요.”

 

“그래. 좋다. 그런데 살이 좀 과하게 찐 것 같지 않느냐? 턱이 두 개나 되는군.”

 

“실은 살을 빼기 위해 애도 많이 써 보았습니다. 평균 사흘에 한 번은 사우나엘 가야 했으니까요.”

 

“사우나라는 데가 뭐 하는 곳이냐?”

 

“땀 빼는 곳이지요. 그런 데가 있습니다.”

 

“땀이란 열심히 일하면 빠질 텐데?”

 

“그래도 일부러 빼지 않으면 안될 만큼….”

 

“알았다. 결국은 내가 너에게 너무 지나친 건강을 준 셈이로구나.”

 

목사님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최후의 심판이라고 해서 무슨 굉장한 건 줄 알았는데 고작 얼굴에 대한 이야기나 하고 있자니 어쩐지 싱거운 꿈을 꾸는 것만 같고 도무지 현실감이 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여기, 네 얼굴이 신문에 나 있구나!”

 

하나님이 신기한 듯 스크린을 들여다보며 말씀하셨습니다.

 

“쳇! 또 얼굴 이야긴가?”

 

목사님은 심드렁해서 하나님을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적어도 최후의 심판이라면 영혼이 어쩌고, 신앙이 어쩌고, 영생이니, 낙원이니 뭐 그런 말이 나와야 할 게 아냐? 시시하게 얼굴에 살이 쩠다느니 얼굴이 신문에 났다느니… 이건 좀 아무래도 이상한데?’

 

이렇게 생각하고 서 있는데, 다시 하나님의 말씀이 들렸습니다.

 

“참 대단하구나. 난 한 번도 내 얼굴이 신문에 난 적이 없는데 너는 거의 매일 나다시피 했어. 여기, 이 글을 읽어 보아라.”

 

‘금세기 가장 위대한 하나님의 종님, 드디어 대구에 오시다.’ ‘능력 충만, 성령 충만, 축복 충만.’ ‘병든 자는 다 내게로 오라! 신유의 종님, 아무개 목사님이 부산에 오시다.’

 

이렇게 신문에 다 알리는 것을 광고라고 한다면서?”

 

“그렇습니다. 광고를 해야 사람들이 몰려들거든요. 광고를 하지 않으면 병자들이 어떤 은사 집회가 어디에서 있는지 어찌 알겠습니까?”

 

“그건 그렇겠지.”

 

그 때 하나님 우편에 계시던 분이 말씀하셨습니다.

 

“나도 세상에 있을 때 병자들 좀 고쳐 준 일이 있는데… 내가 누군지 알겠느냐?”

 

“예수님 아니십니까?”

 

“그래, 맞았다. 그런데 나는 한 번도 그 광고라는 걸 한 일이 없다.”

 

“그건 그 때에 신문도 없고 방송도 없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아니지. 그 때에 없었던 것은 광고매체가 아니라 광고주였다! 내가 언제 한 번이라도 ‘내가 너를 고쳤다’고 했더냐? ‘네 믿음이 너를 고쳤다’는 말은 했지! 그 때에 사람들의 병을 고친 것은 내가 아니었다. 내가 없는데 어떻게 나를 광고한단 말이냐?”

 

목사님은 갑자기 할 말이 없었습니다.

 

“아무개야, 네가 나의 종님으로서 수고는 많았다만 내 나라에는 네가 있을 곳이 없을 것 같다. 병자가 없으니 아무리 위대한 신유의 종님이라도 소용이 있어야지. 그렇지 않느냐?”

 

“하나님, 그럼 저는 어디로 가는 겁니까?”

 

“어디 병자들만 사는 데가 있을 게다. 내가 곧 알아보마.”

 

이현주/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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