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071 산양의 웃음 한 마리 벌레처럼 가는, ‘걷는 기도’(29) 산양의 웃음 양구를 떠나 화천까지 가는 날이다. 길을 걷기 시작한지 엿새째, 절반쯤을 지나고 있는 셈이었지만 아직은 긴장의 끈을 풀어서는 안 된다고 자신에게 이른다. 숙소 1층에 있는 식당에서 이른 아침을 먹고는 곧바로 길을 나섰다. 로드맵에 ‘전 여정 중 가장 난코스’라 적혀 있는 날이었다. 38.3km, 걸어야 할 거리 또한 가장 긴 날이었다. 동네 앞을 흐르는 큰 개울을 따라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멋진 수묵화를 누군가가 맘껏 그리고 있었다. 저 한없이 부드럽고 막힘없는 붓질이라니! 문득 단강에서 물안개를 보며 썼던 ‘두 개의 강’이 생각났다. ‘좋은날 풍경’ 박보영 씨가 곡을 붙인 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바다까지 가는 먼 길 .. 2017. 9. 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