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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492

풀씨 한 알 신동숙의 글밭(23)/시밥 한 그릇 풀씨 한 알 발길에 폴폴 날리우는 작고 여린 풀씨 한 알 풀섶에 이는 잔바람에도 홀로 좋아서 춤을 추는 하늘 더불어 춤을 추는 작고 여린 풀씨 한 알 낮고 낮은 곳으로 내려갈 줄만 알아 그 어디든 발길 닿는 곳 제 살아갈 한 평생 집인 줄을 알아 작고 둥근 머리를 누이며 평온히 눈을 감는다 땅 속으로 사색의 뿌리를 내리며 보이지 않는 들리지 않는 작은 생명들의 소리 들으려 가만히 귀를 대고 가난한 마음이 더듬으며 사람들 무심히 오가는 발길 아래로 고요히 기도의 뿌리를 내린다 발아래 피어날 푸르른 풀잎 그 맑고 푸르른 노랫 소리 들으려 겨울밤 홀로 깊어지는 풀씨 한 알 (2019.1.9. 詩作) 2019. 12. 5.
'자연에 가까이, 마음에 가까이' 신동숙의 글밭(22)/하루에 한 걸음 한 마음 자연에 가까이, 마음에 가까이 하루를 보낸 후 내 방으로 들어옵니다. 가만히 돌아보고 둘러보는 시간. 정리되지 않은 일들, 사람과의 관계들이 때론 무심한 들풀처럼 그려집니다. 참지 못한 순간, 넉넉치 못한 마음, 후회스러운 마음은 하루의 그림자입니다. 무심한 들풀 사이에도 소소한 즐거움이 들꽃처럼 환하게 미소를 띄기도 하고요. 이런 저런 순간들이 모여 색색깔 조각보의 모자이크처럼 하루를 채우고 있답니다. 낮 동안에도 잠시 잠깐 틈나는 대로 차 안이나 어디서든 홀로 적적한 시간을 갖지만, 밤이 드리우는 고요함에 비할 수는 없답니다. 우선 천장의 조명을 끕니다. 그래도 간간히 책을 읽고, 글도 쓰려면 책상 위 작은 스텐드 조명은 켜둡니다. 종지만한 유리 찻잔 안.. 2019. 12. 4.
순환하는 하느님과 동행하는 자유로운 영혼 신동숙의 글밭(21)/하루에 한 걸음 한 마음 순환하는 하느님과 동행하는 자유로운 영혼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자연 곳곳에서 보이는 모든 움직임은 순환하는 하느님의 모습이다. 펄럭이는 돛, 흐르는 시내, 흔들리는 나무, 표류하는 바람, 이런 것들에서 우리는 건강과 자유를 찾을 수 있다. 나는 하느님이 우리를 위해 세우신 나무 그늘에서 건강하게 뛰놀고 장난치는 것만큼 더 품위 있고 신성한 건강과 자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죄에 대한 의심 따위가 존재할 여지가 없다. 인간이 이를 알고 있었더라면 대리석이나 다이아몬드로 성전 따위를 짓지는 않았을 것이고, 성전 건축은 신성 모독 중의 신성 모독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낙원을 영원히 잃지 않았을 것이다.'(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소로우의 일기] ,.. 2019. 12. 3.
물길 신동숙의 글밭(20)/시밥 한 그릇 물길 내게 햇살의 은혜만을 구하지 않게 하소서 그리하여 내 마음 사막이 되지 아니 하도록 흐르게 하소서 밤이슬 더불어 눈물 흐르게 하소서 새벽이슬 더불어 눈물 흐르게 하소서 그리하여 내 안에 기도의 샘물이 물길을 내어 작고 여린 생명가로 흘러들 수 있도록 흐르게 하소서 눈물웃음꽃 피우게 하소서 햇살웃음꽃 피우게 하소서 2019. 12. 2.
내려놓음 신동숙의 글밭(19) 내려놓음 계단을 오르는 걸음마다 나를 내려놓을 수 있다면 발아래로 그리고 아래로 더 깊이 그렇게 내 몸 가벼웁게 나의 등 뒤에서 밀어올려주는 몽글몽글 온화한 바람손이 있어 2019. 12. 1.
성전(聖殿) 신동숙의 글밭(18)/시밥 한 그릇 성전(聖殿) 내딛는 걸음마다 나를 열어가는 안으로 깊이 오르는 계단마다 나를 내려놓는 발아래로 쉼 쉬는 순간마다 나를 비우는 텅 빈 하나님, 한 알의 빛으로 내 마음에 고요히 임하소서 꽃잎에 앉은 물방울 속 한 알의 빛 2019. 12. 1.
흙 당근 할머니의 정성값 신동숙의 글밭(17)/하루에 한 걸음 한 마음 흙 당근 할머니의 정성값 제가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의 장날입니다. 가까운 시골에서 모여든 농사 짓는 분들의 농산물. 부산에서 모여든 수산물 상인들. 마을의 텃밭에서 이웃들이 손수 가꾼 채소들. 그리고 나름의 장날 구색을 갖춘 옷가지, 이불, 생필품, 두부, 메밀 전병, 잔치 국수, 어묵, 떡, 참기름, 뻥이요~ 뻥튀기, 색색깔 과일들, 곡식들, 밤, 대추. 가을날 오일장은 풍성한 추수 감사날입니다. 한 해 동안 지은 수확물 중 가장 좋은 것으로 차려 놓고 손님을 기다립니다. 눈길 한 번, 멈추어 서는 발걸음 한 번을 기다리는 간절한 눈빛. 그 생을 끌어 당기는 눈빛들이 모여 햇살처럼 비추면 무겁던 하루살이에도 윤기가 돕니다. 땅바닥에 올망졸망 모양도 제각각인.. 2019. 11. 30.
사랑 나무 신동숙의 글밭(16)/시노래 한 잔 사랑 나무 없는 듯 계시는 당신이 주신 말씀 한 알 내 가난한 마음밭에 심기로 하였습니다 십자가 사랑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내 가슴이 아프도록 뿌리를 내립니다 밤이면 이불을 그러안고서 내 몸은 둥그런 우물이 됩니다 이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오면은 내 무딘 손끝에서도 꽃이 필 테지요 가슴엔 사랑이 알알이 열릴 테지요 사랑이 달게 열릴 테지요 2018.10.24. 詩作 2019. 11. 30.
나의 노래가 한 알의 씨앗이라면 신동숙의 글밭(15) 나의 노래가 한 알의 씨앗이라면 나의 노래가 한알의 씨앗이라면 낮고 낮은 땅 위에 떨어지게 하소서 나의 기도가 한알의 씨앗이라면 어둡고 가난한 집에 떨어지게 하소서 바람이 불면 바람을 느끼고 비가 내리면 온몸이 잠기더래도 내려주신 은혜에 떨며 살아있게 하소서 꽃을 피우지 못해도 꽃을 사랑하게 하소서 열매 맺지 못해도 열매의 꿈 꾸게 하소서 온몸이 뿌리째 흔들려도 기도의 끈 놓지 않게 하소서 이 모든 게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사랑인 줄 알게 하소서 2018.9.15. 詩作 2019. 1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