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의 너른마당(27)

 

무섭다 못해 기괴한 말, 말, 말

 

 

신앙인으로서 성숙해 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훈련 가운데 하나가 ‘말의 훈련’일 것이다. 이것이 잘못되면 얼마나 다른 사람에게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는지 우리는 경험하게 된다. 우리 자신이 그런 상처를 입어보면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처럼 중요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 말의 훈련에 조심스러움이 없는 것일까? 말의 정의는 무엇인가? 대체로 의사소통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런 정의는 말이 가진 귀중한 역할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의사소통 속에는 욕설과 분노, 그리고 저주도 포함되지 않는가? 그렇게 될 때 말은 이미 말이 아니라 ‘독이 묻은 비수’일 따름이다. 말의 형체는 있으되, 말의 진실한 역할을 상실해 버린 ‘변고’(變故)가 되는 것이다. 가령, 최근 여당 원내대표에게 쏘아 붙이는 이 나라 대통령의 말, 말, 말을 보라. 어찌 그리 함부로 말을 내뱉는지 무섭다 못해 기괴하다. 자신은 국민에게 한 약속에 대해 얼마나 배신을 때렸는지 알기나 한 걸까?

 

이 뿐인가 신문의 사설이나 칼럼, 종편의 패널들, SNS,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상대방이 자신을 변호할 수 있는 기회는 전혀 주지 않은 채 마구 매도하는 일이 부지기수이며, 한쪽으로 몰아대는 일 또한 적지 않다. 권력과 필력을 앞세운 난도질이다. 그건 이미 말이 아니라, 칼이고 도끼이다. 거기에 찔리고 맞는 사람은 상처투성이가 되고, 어떤 경우에는 시름시름 앓고 깊은 병에 걸리기조차 한다.

 

 

 

 

이는 분명한 폭력이다. 말로 위장하고 있을 따름이다. 말을 하는 행위가 죽고 사는 일과 관계된다는 깨달음이 없기 때문이다. 슬며시 비방하고, 넌지시 욕하고 상석에 앉아 훈계하고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는 공치사하는 글들이 도처에 깔려 있다. 그 일들을 거꾸로 당하면 이 가운데 그런 것들을 제대로 참아낼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늘 남을 공격하고 비판하는 일에 앞장서는 사람들은 자신들에 대한 공격은 도저히 참아내지 못하는 성품을 지녔다. 자신은 언제나 가해자가 되고 다른 사람은 언제나 피해자가 되는 구도에 익숙한 탓이다. 물론 자신이 가해자라고 생각하지는 못한다. 의당 당연한 권리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하지만, 실로 말은 그 이상이다.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 모함과 근거 없는 비방 때문에 그 대상이 되는 이가 얼마나 정신적으로 초죽음이 되는가? 아부가 그 상대를 얼마나 정신적으로 썩게 만드는가?

 

그와 반대로 축복과 기원, 위로와 용기, 사랑과 감사가 우리의 영혼에 얼마나 귀중한 평안과 힘을 불어넣어 주는가? 창세기 1장은 말의 정의를 그대로 보여준다. 하나님은 말씀으로 최초에 무엇을 하셨는가? “빛이 있으라 하니 빛이 있었다.” 말은 빛의 사건을 만드는 능력이다. 우리의 인생과 이 시대에 빛을 만드는 책무를 가진 것이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반대로 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상처 내며 어둡게 하는 말의 사건들을 얼마나 많이 보고 겪게 되는가? 허황된 말로 현혹하고, 거짓으로 눈멀게 하며, 정죄로 인간을 매장시키는 그런 사탄의 사건들이 횡행하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 구약성서 잠언은 우리에게 놀라운 진실을 일깨운다. “죽고 사는 것이 혀의 힘에 달렸으니, 혀를 잘 쓰는 사람은 그 열매를 먹는다”(잠언 18:21)라는 사실이다. 내뱉은 말이 우리 자신에게 먹는 양식이 되어 돌아온 다는 것이다. 독한 열매를 내어놓았으면 우리는 그 ‘독과’(毒果)를 먹는 격이 된다. 그 반대로 선하고 아름다우며 진실된 말이 입에서 쏟아지면 그것은 나 자신을 위한 좋은 ‘양식’이 된다. 독을 품고 말하는 이는 사실은 그 자신이 그 독을 먹는 것이며, 선으로 말하는 이는 그 자신이 그 선한 열매를 스스로 먹는 것이다. 누가 죽고, 누가 살 것인지는 이로써 명백하다. 감사와 축복이 그 혀에 풍성한 이는 감사와 축복의 열매를 얻을 것이며, 욕설과 저주가 그 혀에 풍성한 자는 바로 그 욕과 저주가 그의 운명을 일그러뜨리고 말 것이다.

 

오늘 이 시대는 그 입을 열면 어떤 열매를 내어놓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으로 이 시대를 먹이고 있는가? 죽음인가? 생명인가?

 

한종호/<꽃자리> 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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