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기석의 ‘하늘, 땅, 사람 이야기103

존재, 사라짐, 아름다움의 순환 속에서 존재, 사라짐, 아름다움의 순환 속에서 “좋은 때에는 기뻐하고, 어려운 때에는 생각하여라. 하나님은 좋은 때도 있게 하시고, 나쁜 때도 있게 하신다. 그러기에 사람은 제 앞일을 알지 못한다.”(전7:14) 주님의 평화를 빕니다. 이번 주에는 며칠 앞서 편지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주일 직전보다는 주중에 소식을 나누는 것이 더 좋겠다는 제안 때문입니다. 별고 없이 잘 지내시는지요? 함께 시간의 흐름을 타고 지낼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격절의 시간이 길어지니 그리움이 깊어갑니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가을빛이 왠지 너누룩해 보입니다. 오늘이 한로寒露네요. 찬 이슬이 내리는 때가 다가왔습니다. 그래서인지 바람이 서늘합니다. 농가월령가는 이맘때의 풍경을 이렇게 노래합니다. “제비는 돌아가고 떼기러기 언제 왔노. .. 2020. 10. 10.
측량할 수 없는 사랑 속으로 측량할 수 없는 사랑 속으로 “하나님, 나를 지켜 주십시오. 내가 주님께로 피합니다. 나더러 주님에 대해 말하라면 ‘하나님은 나의 주님, 주님을 떠나서는 내게 행복이 없다’ 하겠습니다. 땅에 사는 성도들에 관해 말하라면 ‘성도들은 존귀한 사람들이요, 나의 기쁨이다’ 하겠습니다."(시16:1-3) 주님의 평안을 빕니다. 한가위 명절을 잘 보내셨는지요? 고향을 찾은 분들도 계시고, 집에 머무시는 분들도 계시겠습니다.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로하신 부모님을 찾아뵙기 위해 먼 길을 떠나는 그 마음도 귀하고, 그리운 마음을 달래며 영상으로만 인사를 나누는 마음도 귀합니다. 구름이 걷혀 보름달을 볼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우리 마음에도 보름달 하나 둥덩실 떠올랐으면 좋겠습니다. 이게 자동화된 이미지인지 모르겠.. 2020. 10. 3.
머뭇거림으로 만드는 평화 머뭇거림으로 만드는 평화 “끝으로 말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기뻐하십시오. 온전하게 되기를 힘쓰십시오. 서로 격려하십시오. 같은 마음을 품으십시오. 화평하게 지내십시오. 그리하면 사랑과 평화의 하나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실 것입니다.”(고후13:11) 대대로 우리의 거처이신 주님을 찬양합니다. 한 주간 동안도 평안하게 지내셨는지요? 맑고 청명한 대기가 우리 마음속 우울함을 조금은 덜어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 교회의 표어는 아주 오랫동안 ‘언제나 어디서나 그리스도인’입니다. 잊고 계신 것은 아니지요? 그리스도인 됨은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만 국한될 수 없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믿음의 사람들은 하나님과 예수님을 상기시키는 이들입니다. 우리의 존재 자체가 거룩의 세계를 가리켜 보여야 한다는 말이라고도 할 수 .. 2020. 9. 30.
껍질을 벗는다는 것 껍질을 벗는다는 것 “덧없는 세상살이에서 나그네처럼 사는 동안, 주님의 율례가 나의 노래입니다.”(시119:54) 주님의 이름을 높여 기립니다. 지난 한 주간 동안도 평안하게 지내셨는지요? 코로나 블루니 코로나 레드니 하는 말들이 널리 유통되는 시대입니다.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찾아오는 영혼의 질병인 우울증과 짜증과 분노가 심각합니다.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학생들의 등교도 자꾸 미뤄지면서 가족 간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들려오는 소식들이 참 우울하고 암담합니다.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한 10살, 8살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다가 화재가 일어나 다치고, 분노를 통제하지 못한 어떤 이는 편의점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 이리저리 휘젓기도 했습니다. 환각상태에서 차를 몰다가 사고를 낸 이도 있고, 만취상태.. 2020. 9. 19.
기꺼이 빠져들기 기꺼이 빠져들기 “온전함은 다른 사람과 연결된 느낌, 우리가 사는 장소에 속해있는 느낌이며 공동체에서 무언가를 공유한다는 무의식적 자각이다. 따라서 개인의 온전함과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이라는 두 가지 잣대로 우리는 우리의 건강을 가늠한다. 건강이란 분리되지 않은 상태임을 우리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듯하다.“ -웬델 베리 주님 안에서 형제 자매된 여러분께 인사를 올립니다. 주님의 은총과 평안이 우리의 지친 몸과 마음을 두루 감싸주시기를 청합니다. 또 한 주가 이렇게 흘렀습니다. 절서는 속일 수 없다더니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백로 절기로 접어들면서 이제는 제법 시원합니다. 어떤 때는 창틈으로 스며드는 바람에 한기를 느끼기도 합니다. 어느 분이 여름에서 가을로의 이행을 헤비메탈의 시간에서 재즈의 시간으로.. 2020. 9. 12.
우리 삶의 벼릿줄 우리 삶의 벼릿줄 “바람이 그치기를 기다리다가는, 씨를 뿌리지 못한다. 구름이 걷히기를 기다리다가는, 거두어들이지 못한다…아침에 씨를 뿌리고, 저녁에도 부지런히 일하여라. 어떤 것이 잘 될지, 이것이 잘 될지 저것이 잘 될지, 아니면 둘 다 잘 될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전11:4, 6) 좋으신 주님의 은총과 평화를 빕니다. 또 한 주가 흘렀습니다.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이 어두운 터널의 끝이 여전히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조바심도 나고 답답하기도 합니다. 유쾌하고 즐거운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난감한 이야기만 자꾸 우리 귓전을 어지럽힙니다. 증오와 혐오를 선동하는 이들이 사람들을 미혹하고 있습니다. 거짓 뉴스를 만들어 유포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자기 이익을 도모하는 이들이 사회를 갈등 상황으로 몰아가.. 2020. 9. 6.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사람들이, 어린이들을 예수께 데리고 와서, 쓰다듬어 주시기를 바랐다. 그런데 제자들이 그들을 꾸짖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이것을 보시고 노하셔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린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허락하고, 막지 말아라. 하나님 나라는 이런 사람들의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어린이와 같이 하나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거기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어린이들을 껴안으시고, 그들에게 손을 얹어서 축복하여 주셨다.(마가복음 10:13-16) 어느 날 사람들이 아이들을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쓰다듬어 달라고 부탁했다. ‘쓰다듬다’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손으로 가볍게 쓸어 어루만지다’, ‘마음을 달래어 가라앉히다’이다. ‘쓰다듬음’ 혹.. 2020. 5. 5.
“이런 교회는 무너지는 게 순리다” “이런 교회는 무너지는 게 순리다” 폴 틸리히는 신앙이란 궁극적 관심에 사로잡힌 상태라 했다. 사로잡힘은 주체적으로 조장할 수도 없고 물리칠 수도 없다. 불가항력이다. 그래서 사로잡힘은 마치 교통사고처럼 다가온다. 그렇게 느닷없고 충격적이다. 그리고 그 후유증 또한 만만치 않다. 예수에게 사로잡혀 살아온 세월을 돌아본다. 사로잡힌 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일심으로 달리긴 했다. 돌아보면 갈짓자 걸음이었지만, 그래도 쉬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미로 속에서 헤매고 있다. 다가섰다 싶은 순간 멀어지고, 멀어졌다 싶은 순간 다가오는 길, 탄생에서 죽음으로 이어진 그 길이 참 힘겹다. 한국교회가 위기다. 아무리 뻔뻔한 사람이라 해도 이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일시적인 위기라면 좋겠는데, 그게 그.. 2020. 2. 14.
예수는 오늘도 여전히 길인가? 김기석의 톺아보기(35) 예수는 오늘도 여전히 길인가?- 앨버트 놀런 《오늘의 예수》- “예수의 하나됨 체험은 하느님 아빠 체험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느님은 아빠이시고 공중의 새, 들에 핀 나리꽃, 모든 사람, 모든 사물을 돌보시는 창조주시다. 예수는 당신 자신을 자연과 자연 순환의 일부로 여겼음에 틀림없다. 예수는 자연과 자신과 하느님의 완전한 조화 속에 살았다.”(210쪽) “예수가 바란 것과 하느님이 바라시는 것 사이에 충돌이란 없었다. 그것이야말로 참자유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근원적 자유는 공동선을 위해 일하는 자유이며, 하느님이 하시는 일에 기꺼이 창조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233쪽) 1934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케이프 타운에서 태어난 앨버트 놀런은 《그리스도교 이전의 .. 2017. 5.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