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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1

한국이란 종교를 묻다 한국이란 종교를 묻다 트럼프의 당선에 세계는 당혹했다. 개신교를 믿는 백인이 세운 나라가 미국이다. 트럼프가 주목하고 배려한 대상도 백인 개신교도다. 반면 힐러리는 다양성으로 다가섰다. 미국의 투표제도를 잘 이해하고 목표를 명료하게 밝힌 트럼프의 승리는 당연했다. 미국 내 문제만으로 보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우리는 무엇에 집중해야 승리할 것인가? 한국은 사회적 경직성에 비해 종교적 조건은 무척 다양하다. 미국처럼 단순 명확하지 않다. 사실 개신교, 불교, 유교 게다가 샤머니즘까지 공존하는데도 경직된 사회란 당황스럽다.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려면 사회적 관용도 커져야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에서 관용이란 진귀한 물건이다. 그렇다면 종교를 넘어 사회를 굳히는 콘크리트가 있다는 말이다. 종교 위에 또 다른 종교가.. 2016. 12. 31.
통계를 대하는 한국 종교의 호들갑과 사회적 뻘짓 통계를 대하는 한국 종교의 호들갑과 사회적 뻘짓 성탄시즌이 시작하기 직전 통계청에서 2015년도에 실시한 인구주택총조사 표본집계 결과를 발표하였다. 물론 이 자료에는 종교항목도 포함되어 있었다. 10년마다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에서 내놓는 자료인지라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것도 당연하다 하겠다. 그런데 이번 결과는 이전과는 많이 달랐다. 우선, 신도수 순위가 많은 이의 예상을 빗겨가 있었다. 전통적으로 신도수 순위에서 1위를 달리던 불교가 이번 조사에서는 인구수 대비 15%정도인 760만 여명 정도로 960여만 명을 기록한 개신교에 이어 2위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개신교의 이 수치는 2005년 조사에 비해 120여만 명이 늘어난 것이라서 계속 신자들이 줄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던 입장에서는 좀 뻘쭘한 결과라.. 2016. 12. 29.
왕의 권력을 조롱한 왕후 와스디 구약성경 속 여성돋보기(18) 왕의 권력을 조롱한 왕후 와스디 인간에게 허락된 모든 권력의 드라마는 그 권력 아래서 대항하는 행위와 증언으로 나타나곤 한다. 권력과 관련한 구약의 이야기들은 약한 타인을 희생물 삼아 특정 집단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을 지지하지 않는다. 이것은 권력의 정당성을 힘의 과시에 두지 않고 섬김을 그 바탕에 두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제국의 역사 어디를 들여다봐도 권력은 힘의 과잉을 추구하고 축적하여 민중을 억압했을 뿐이지 섬김의 지도력은 아니었다. 구약성경은 창조사건 이후로 이스라엘이라는 작은 민족에게 초점을 맞추면서 고대근동의 작은 도시국가들과 제국들과의 각축전 속에서 펼쳐지는 구속 역사의 드라마다. 이 거대한 드라마에 작지만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존재한다. 장차 정치적 음.. 2016. 12. 28.
김기석 목사의 《아! 욥》을 읽고 김기석 목사의 《아! 욥》을 읽고 김기석 목사님(이하 김 목사)이 최근에(2016년 12월10일) 귀한 책을 꽃자리 출판사에서 내셨다. 몇 달 전 《세상에 희망이 있느냐고 묻는 이들에게》를 통한 잔잔한 감동이 채 가시기 전에 다시 이 책을 받아드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제목은 《아! 욥》이고 ‘욥기 산책’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부제는 마음에 안 든다. 욥기는 산책하면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원제가 욥기 읽기에 딱 어울린다. 욥기 앞에서 ‘아!’ 이외에 우리에게서 나올 수 있는 소리는 없으니 말이다. 이 ‘아!’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깊은 깨달음이요, 다른 하나는 깊은 탄식이다. 불립문자(不立文字)를 여기에 덧붙여도 좋으리라. 나는 김 목사의 책을 읽으면서 바로 이 ‘아!’가 주는 충.. 2016. 12. 26.
성탄 메시지, 카이사르냐 그리스도냐 성탄 메시지, 카이사르냐 그리스도냐 - 누가복음 2:1~20 - 가이사 아구스도 “이 때 가이사 아구스도가 천하에 명을 내려 호적 하라 하였다.” 「마태복음」(2:1)은 헤롯의 시대로 시작되고 「누가복음」은 아우구스투스의 시대로 시작된다. 마태는 아브라함부터 예수까지 아래로 이어진 유대인의 족보를 소개하고, 이방인의 사도 바울의 제자인 누가는 아브라함을 거슬러 아담까지 족보를 거꾸로 끌어 올려 창조주 하나님까지로 소급한다. 「누가복음-사도행전」의 주제인 세계비전적 복음을 부각시키려는 것이다. 여러분이 다 아시는 거지만 약간의 세계사 공부를 해보자. 이 공부의 목적은 오늘날 우리가 믿는 복음이 이 인간역사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느냐하는 점을 짚어보려는 것이다. 가이사 아구스도(IMPERATOR·CÆSAR.. 2016. 12. 25.
움파와 움씨 움파와 움씨 김기석 목사님 안녕하세요? 목사님의 편지글을 모은 《세상에 희망이 있느냐고 묻는 이들에게》를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1980년대 이후 이런 형식과 문체의 글은 처음 읽은 것 같습니다. 무겁지 않아서 굳이 노트를 할 필요는 없지만 곱씹어 읽으면서 제 삶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목사님의 글을 읽으면서 저와 아내의 젊은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두 살 아래인 아내와 저는 종로구에 있는 오래된 장로교회 출신입니다. 물론 지금도 경기도 일산에 살면서 집 앞에 있는 교회에 출석하고 있지요. 어릴 때부터 ‘그냥’ 교회에 다니고 있습니다. 마치 버릇처럼 말이죠. 그러다보니 저는 어느덧 안수집사가 되었고 아내는 권사로 피택되어 교육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아내는 아침에 일어나면 FM 93.1MHz.. 2016. 12. 23.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 -김기석 목사님 신간 《아! 욥》- 1. 김기석 목사님의 「욥기 산책」 《아! 욥》을 일부러 느리게 읽는다. 나는 요즘 속력에 대한 무서움을 느끼고 있다. 속도가 만드는 이차적 징후들. 주마간산(走馬看山). 모든 것이 최소화다. 생사사생, 성사사성(生事事生 省事事省), 부끄러운 일이지만 매사 어찌하면 힘을 덜 쓰나하는 게 일상이 된 것 같다. 우선 몸이 아팠고(겉으로 보기엔 멀쩡한데, 이명(耳鳴)이 심하고 머리가 꽉 막혀 쓰러질듯 어지럽다.) 그래서 늘 피로해 뭔가 힘을 쏟아 집중한다는 게 힘겨웠다. 연암선생(朴趾源, 1737~1805)이 그랬다지. 한 달 보름씩 세수도 수염도 깎지 않고, 누구볼 일 어디 갈 일, 인사치레 체면치레, 일가친척 사람노릇까지 팽개치고, 그저 툇마루에 앉.. 2016. 12. 20.
지극히 평범한 한나, 비범한 노래를 부르다 구약성경 속 여성돋보기(17) 지극히 평범한 한나, 비범한 노래를 부르다 2016년 12월의 대한민국, 평범한 시민들은 광장의 평화로운 촛불 혁명을 이끌고 있다. 평범함은 지리멸렬하지 않았고 지배 세력들의 사악한 동맹과 결탁을 부끄럽게 만들며 비범함을 드러냈다. 평범한 사람들이 만든 광장의 촛불이 비범함으로 승화되는 과정은 사무엘서의 한나의 기도와 중첩되었다. 한나는 지극히 평범한 여성이었다. 때는 사사들이 통치하던 시대가 거의 끝나고 왕정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그녀는 이스라엘 역사의 과도기를 지나고 있었다. 이스라엘 사사시대의 끝자락은 암울했다. 안으로는 영적 지도자들인 제사장들의 타락으로 인한 혼란의 시기였고, 밖으로는 강력한 철제무기로 무장한 블레셋의 위협을 받는 상황이었다. 제사장들은 올바른 예배.. 2016. 12. 14.
욥기 산책길에서 만난 길벗들 욥기 산책길에서 만난 길벗들 초대받은 사람들 김기석을 따라 같이 욥기산책을 하다보면 동서고금의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 중에는 욥기 전문가는 별로 없는데, 욥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을 것 같은 이들도 수두룩하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이들이 한 때 어디선가 한 말이 독자들의 욥기 이해에 얼마나 큰 빛을 비추는 지를 꾸준히 밝히면서, 그들을 일일이 소개한다. 이 책을 다 읽는 동안 독자들은 적어도 90여명 이상의 길벗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초청을 받은 이들 중에는 단연 시인들이 많다(다니카와 슌타로, 단테,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소동파, 엘리어트, 파블로 네루다,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호메로스, 횔덜린, 구상, 기형도, 김승희, 도종환, 박두진, 윤동주, 윤석산, 이문재, 이정록, 정진규, .. 2016. 1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