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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 그렇게 즐거운 모습을 전엔 본적이 없다. 버스 안, 좁은 의자 사이에 서서 정말 신나게들 춤을 추었다.이음천 속장님의 셋째 아들 결혼식을 마치고 집으로 내려오는 길, 버스 안은 온통 스피커에서 울려 나오는 빠른 템포의 노래로 가득했고. 노래에 맞춘 춤으로 열기가 가득했다. 무엇 하나 막힘이 없었다. 오늘은 이해해 달라고 몇 분 교우들이 내 자리로 찾아와 이야기했지만 이해할 게 어디 있는가, 박수와 웃음으로 장단을 맞출 뿐 같이 흔들지 못하는 자신이 아쉬울 뿐이지. 춤과 술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만큼 나는 삶에서 멀어져 있는 건 아닐까 싶었다. 예수님이라면 그들과 어울려 좁은 틈을 헤집고서 멋있게 춤을 췄을 텐데. ‘으쌰 으쌰’ 장단을 맞춰가며종설이 아버지와 반장님의 멋진 춤, 엉덩이를 뒤로 빼고 한쪽 다.. 2021. 6. 23.
품삯 “어머니, 이렇게 하루 일하는데 품삯이 얼마예요?” 부천에 살고 있는 큰 아들이 모처럼 집에 내려와 어머니의 일손을 도와 담배 대공을 뽑으며 김 집사님께 물었단다. “삼천 원이란다.” 삼천 원이라는 말에 아들은 놀라며 삼천 원 받고 하루 종일 땀 흘려 일하느니 차라리 동냥 하는 게 더 낫겠다고 했다 한다. 하루에 쉽게 마셔버리는 커피 서너 잔 값에 담배 몇 갑 값에 고된 품을 파는 것이 도시에 사는 아들에겐 이해가 안 됐나보다. 집사님이 이렇게 대답해 줬단다. “얘야, 그래도 그 값에 일해 주는 사람이 있으니 농사를 짓지. 그렇지 않으면 농사 못 진다.” 그렇다. 꼭 품값이 문제가 아니다. 가뜩이나 일손 모자라는 형편인데 서로가 서로의 일을 도와야지 별 수 있는가. 하루 삼천 원에 품을 파는 걸 의아하게.. 2021. 6. 22.
오늘의 농촌 학생부 토요모임. 성서연구를 마치고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주제는 자신이 생각하는 오늘날의 농촌문제였다. 처음에는 서로가 어색했는지 머뭇거렸지만 나중엔 편하게들 이야길 나눴다. 제일 먼저 나온 것이 교통 문제였다. 하루에 서너 번 다니는 버스. 좀 더 많이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다음은 하천문제가 나왔다. 따로 쓰레기장이 없다보니 개울이 쓰레기로 더러워졌고 깨끗한 물이 고이지 못하니 목욕도 못한다는 것이다. 소득이 가을에만 치우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새로운 재배방법을 도입하여 계절별 소득원을 개발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되었다. 또한 어른들이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를 졸업시켜 도시 공장으로 내보내는 부모님들.. 2021. 6. 21.
사방의 벽이 없는 집 사방의 벽이 없는 집 바람의 벽이 있는 방 오랜 세월을 견뎌낸 나무들이 네 개의 기둥이 되고 나이가 비슷한 나무들이 가지런히 지붕이 되고 누구는 신발을 신고서 걸터 앉아 손님이 되기도 하고 누구는 신발을 벗고서 올라 앉아 주인이 되어도 좋은 에어컨도 필요 없고 집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벽이 없는 집 부채 하나로 잔잔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으면 스스로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신선도 되고 먼 산 흘러가는 구름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물 같이 구름 같이 그리 흘러가는 운수납자도 되고 자신의 내면을 고요히 보고 있으면 그대로 보리수 나무 아래 앉은 부처가 되는 지고 가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서 십자가 나무를 생각하는 바람의 방 이곳에 머무는 사람은 누구든지 길 위의 나그네 바라보면 한 폭의 그림 같은 아름다운 풍경이.. 2021. 6. 21.
손 흔드는 아이들 원주에 나갔다 집으로 돌아올 때면, 버스를 타고 저물녘 돌아올 때면 가끔씩 손 흔드는 아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아이들은 일찌감치 버스를 피하여 길 한쪽으로 비켜서선 손을 흔듭니다. 집에서 학교까진 몇 리나 되는지, 하나씩 둘씩 저녁놀 머리에 이고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들이 손을 흔듭니다. 어깨에 둘러멘 책가방, 단발머리 여자 아이의 검고 티 없는 웃음, 아이들이 손을 흔들 때마다 같이 흔들어 줍니다. 잊지 않고 손을 흔들어주는 버스 기사분이 고맙습니다. 혹 차를 타고 어디를 간다 해도 차 창밖으로 손 흔드는 아이 만날 때면 모두가 꼭 손 흔들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내 인사를 누군가 받아 주었다는, 내가 손짓할 때 누군가 대답해 줬다는 작지만 소중한 경험을 어린 마음마다 심어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불러도 .. 2021. 6. 19.
플라스틱 그릇과 찻잎 찌꺼기 엄마가 일하러 나간 후 배고픈 아이들만 있는 빈 집으로 짜장면, 짬뽕, 마라탕, 베트남 쌀국수, 떡볶이 국물이 이따끔 지구를 돌고 돌아가며 다국적으로 배달이 된다 늦은 밤 높이 뜬 달을 보며 집으로 돌아오면 한 끼니용 플라스틱 그릇들이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 공장에서 기름으로 만든 일회용 플라스틱 그릇에 먹다가 남긴 배달음식들도 죄다 기름투성이들 주방세제를 열 번을 뭍혀가며 제 아무리 문질러도 기름과 기름은 서로 엉겨붙어 미끌미끌 나를 놀린다 그냥 대충 헹구어 재활용 폐기물로 버릴까 하다가 천 년의 세월이 흘러도 썩지 않는다는 플라스틱이라 오늘날 이 땅을 살아가고 있는 나 하나라도 하나의 쓰레기라도 줄이자는 한 생각을 씨앗처럼 숨군다 주방세제를 뭍히고 또 뭍히고 씻겨내고 또 씻겨내어도 미끌미끌 저 혼자서.. 2021. 6. 19.
나무 그늘 같은 사람 “얼굴이 바로 푸른 하늘을 우러렀기에 발이 항시 검은 흙을 향하기 욕되지 않도다.”(정지용, ‘나무’ 1연) 주님이 주시는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에게 있기를 빕니다. 이제 며칠 후면 하지입니다. 계절이 아주 빠르게 여름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청명한 하늘 풍경을 사진에 담아 보여주시길래 목회실 식구들도 점심 식사 후에 밖으로는 나가지 못하고 지붕에 올라가 남산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교회 십자가 탑, 햇빛 발전소, 남산 타워로 연결되는 풍경이 아름다웠습니다. 맑은 대기 속에 머물다 보면 마음까지 절로 환해집니다. 한 동안 거기 머물다 보니 지붕의 열기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낮 시간에 조금 움직이다 보면 저절로 그늘을 찾게 됩니다. 뙤약볕 아래서 오랜 시간 걸어본 사람이라면 한 줌 그늘이 주는 위.. 2021. 6. 17.
원주에서 단강으로 오는 길은 두 개가 있습니다. 문막 부론을 지나서 오는 길과 귀래를 거쳐서 오는 것이 그것입니다. 단강이 거의 가운데쯤 되니까 시작이 다를 뿐 모두가 한 바퀴를 도는 셈입니다. 부론으로 오는 길은 포장이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부론부터 단강까진 남한강을 끼고 길이 있어 경치도 좋습니다.그러나 귀래 쪽으로 오는 길은 아직 비포장입니다. 굽이굽이 먼지 나는 길을 덜컹이며 달려야 됩니다. 똑같이 온 손님이라도 부론 쪽으로 온 사람과 귀래 쪽으로 온 사람의 단강에 대한 이미지는 다릅니다. 부론 쪽 포장길로 온 사람은 ‘그래도 야 좋다‘ 그런 식이지만, 귀래 쪽으로 온 사람은 이곳 단강을 땅끝마을처럼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지난 가을부터 귀래에서 단강까지의 길이 포장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여.. 2021. 6. 17.
기말고사가 끝나면 <조국의 시간>을 읽기로 했다 요즘은 학생들 기말고사 기간이라고 한다. 학교에서도 코로나 안전 수칙을 잘 지키느라 등교하는 날이 많지 않다. 고1이 된 딸아이가 가끔 침대에 모로 누워서 귀로만 듣는 온라인 수업이 절반이래도, 돌아오는 시험날은 나가는 월세와 월급처럼 어김이 없다. 그 옛날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버스에서 내리면, 혼자서 집으로 걸어가는 밤길이 어둑했다. 동대신동 영주터널 사거리 신호등 앞에서 멈추어 서면, 언제나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먼저 살피다가, 머리 위에는 달이 혼자서도 밝고, 바로 옆으로 우뚝 보이는 혜광고등학교 창문들마다 그 늦은 시간까지도 불이 꺼지지 않았다. 거기서 그대로 북녘 하늘로 가로선을 그으면, 저 멀리 대청공원 6·25충혼탑 꼭대기에 작은 불빛들이 마치 작은 별빛 같았는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내 .. 2021. 6. 14.